뺨맞고 욕먹는 교사… “교권 무력하게 짓밟혀”

기사승인 2017-12-0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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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맞고 욕먹는 교사… “교권 무력하게 짓밟혀”

지난해 교권침해 상담 572건… 10년 전보다 3배↑

교직에 대한 회의감 커지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

“교권 보호 위한 법적 장치 강화돼야”

최근 부산의 한 고교생이 생활지도 중이던 교사를 폭행한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줬다. 야유와 욕설, 폭행, 성희롱 등 일선 학교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교권침해의 심각성은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은 더디기만 하다.

지난 28일 부산의 한 고등학교 복도에서 이 학교 2학년 학생 A(17)군이 교사 B(50)씨의 뺨과 가슴을 3차례씩 때렸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A군은 자신이 오후가 되서야 등교한 것에 대해 생활지도 담당 B교사가 훈계를 하자 불만을 품고 폭력을 행사했다. 

이를 목격한 동료 교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군을 경찰서로 임의동행해 조사했고, 해당 학교는 선도위원회를 열어 학생의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폭행을 당한 교사 B씨는 경찰 조사에서 가해 학생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시교원단체총연합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교권이 무력하게 짓밟히는 모습을 보면서 참담한 마음을 느낀다”며 “스승 존중의 풍토는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학생의 그림자도 밟지 못하는’ 세태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일”이라고 전했다.

이번 폭행 사건을 두고 교육계에서는 “학생일지라도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학생의 비뚤어진 행동을 바로잡는 다양한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교권 보호를 위한 시스템이 절실하다”, “경찰이 개입해 학생이 구속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등의 의견이 잇따랐다.

일선 교육현장에서 폭행을 비롯한 교권침해 사례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2016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사례 건수는 572건으로, 10년 전인 2006년(179건)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교육부의 ‘교권침해와 피해 교원에 대한 조치 현황’ 자료를 보면 2009년부터 2015년까지 학생,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신고 건수는 2만9597건에 달한다. 침해 유형은 욕설 등 ‘폭언’이 1만8346건(61.9%)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교사에게 야유를 퍼붓는 등의 ‘수업 진행 방해’가 6224건(21%), ‘폭행’ 507건(1.7%), ‘성희롱’은 449건(1.5%)으로 파악됐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는 “교권은 이제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을 정도로 크게 떨어져 있다”면서 “학생 인권이 강조되는 반면 교사 인권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교사가 가져야할 사명감 또한 상실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교육자치포럼이 최근 ‘교권침해 실태와 교원 업무스트레스와의 관계’를 주제로 설문을 벌인 결과, 교사 10명 중 8명이 폭언 등의 침해를 당한 적이 있으며, 이는 심각한 스트레스와 두려움으로 남아 교직에 대한 회의감을 커지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3년 교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학교 및 도교육청에 마련된 교권보호위원회는 의결 기구가 아닌 심의·자문 기구로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한다. 외부 상담·법률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는 위원회 구성도 각 시·도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교사들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의 개정을 통해 교권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를 강화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관련 개정안들은 모두 국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은 중대 침해 행위의 경우 교육감이 고발하도록 하고, 피해 교원에 대한 법률지원단 구성을 의무화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지난해 11월 발의했다. 같은 당 조훈현 의원이 지난 2월 발의한 침해 학생에 대한 징계 조치 보완(학급교체·전학 추가)을 다룬 개정안도 계류 중이다.

강병구 한국교총 교권복지본부장은 “가해학생과 학교생활을 이어가야 하거나 피해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는 등 교사들은 상대적으로 법적 취약부분이 많다”며 “무너져 가고 있는 교단의 현실을 반영한 개선책이 서둘러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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