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안받는 강남 성형외과, 치료 받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지난해 전체 성형외과 진료비 76억원…서울 1개소 당 427만원에 불과

기사승인 2017-12-05 00: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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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 신사동에 사는 김모씨는 최근 아이가 놀다 넘어지면서 얼굴에 상처를 입었다. 어린아이이고, 상처가 얼굴에 나서 흉이 질까 걱정에 급하게 근처 성형외과로 아이를 데려갔다. 하지만 처음 갔던 성형외과에서 돌아온 대답은 “어린아이는 하기 힘듭니다”였다. 근처 다른 병원의 대답도 마찬가지. 수많은 성형외과가 있는 강남의 신사동이지만 아이에 상처를 치료해줄 병원은 없었던 김씨는 급하게 아는 지인에게 연락해 양재동에 있는 성형외과로 아이를 데려갔다. 그곳에서 아이는 4~5바늘을 꿰매는 치료를 받았다.

아이들 안받는 강남 성형외과, 치료 받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위 사례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사례별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봐야 진료거부 여부를 이야기할 수 있다. 치료가 어렵다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그 이유를 확인해야 하고, 그 외에 다양한 요인을 검토해야 치료를 거부한 것인지를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화 하기는 힘들지만 위 사례처럼 강남의 성형외과와 피부과 의원에서는 일반진료를 보기 힘들다고 토로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 의원들은 질환치료보다는 미용적 수술(시술)을 중심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진료거부 여부를 논할 이유는 없다. 다만 서울 강남에 수많은 성형·피부과 의원이 있음에도 정작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은 의료전달체계, 의료기관의 역할에 대해 재정립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서도 나타난다. 전체요양기관 중 성형외과는 4269개에 달하는데 이를 행정동 구분으로 보면 ▲서울 강남구 신사동 170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128개 ▲서울 강남구 역삼1동 109개 ▲서울 강남구 논현1동 109개 ▲서울 강남구 청담동 97개 ▲부산진구 부전2동 90개 ▲서울 강남 서초4동 73개 등의 순으로 많았다. 병원·상급종합병원 등을 다 합쳐도 서울 강남구의 신사동과 압구정동에 성형외과가 가장 많은 것이다.

의원급만 보면 전국의 성형외과 의원은 900개(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7년 6월 기준)로 이중 절반이 넘는 463개소가 서울에 위치해 있고, 이어 경기 93개소, 부산 83개소 순이었다.

서울의 각 구별로 보면 강남구에 347개소의 성형외과 의원이 개설돼 있었는데 이는 전체의 75%에 달한다. 또 두 번째로 많은 서초구(58개소)에 비하면 약 6배 많다.

지역별 분포를 봐도 특정 지역에 치우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부산광역시의 경우 전체 성형외과가 83개이지만 10개소를 제외한 73개소가 ‘부산진구’(60개소)와 ‘해운대구’(13개소)에 위치하고 있다. 대구광역시 역시 57개소 중 40개소가 ‘중구’에, 대전은 29개소 중 25개소가 ‘서구’에 밀집돼 있었다.

강남구에 이처럼 많은 성형외과가 있는데 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드물까. 이는 진료비를 보면 확연히 나타난다. 2016년 기준으로 보면 전국의 의원급 성형외과는 891개소, 진료비는 76억2341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를 1개소 당 연평균 진료비로 환산하면 855만원으로 월세 내기도 힘든 금액이다.

서울의 경우도 마찬가지. 서울 성형외과 의원은 458개소, 진료비는 19억5910만원이다. 이는 1개소 당 평균 진료비는 연 427만원(월 35만원)의 급여 진료를 하고 있는 것으로, 의사 1명의 월급에도 못 미친다. 결국은 비급여 미용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성형외과의 특성상 급여환자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위 사례처럼 환자가 치료받기 힘들어하거나, 병원 찾기를 어려워한다면 의료기관으로서 역할에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