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 스캔들에 北 도발까지… 안팎으로 바람 잘 날 없는 평창

기사승인 2017-12-09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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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의 흥행 키워드인 스포츠 스타들의 참가가 한반도 정세 악화와 도핑 스캔들로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대회 개최지역 내 소상공인의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과 한탕주의에 물든 바가지요금 등이 잇따라 논란이 되며 올림픽 성공 개최에 빨간 불이 켜졌다.

▶미국·러시아 등 동계스포츠 강국의 잇따른 불참설

브라질 없는 월드컵을 상상할 수 없듯 미국 없는 올림픽 역시 상상할 수 없다. 미국은 스포츠시장 규모에서 타의 주종을 불허하는 노하우가 있다. ‘얼지 않는 항구’를 점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을 정도로 한 해를 차가운 날씨 속에서 보내는 러시아 역시 동계올림픽 강국이지만 이번 평창행이 매우 힘들어졌다. 이들의 참가여부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강조하는 ‘붐업’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6일 새벽(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 이사회를 열고 러시아 선수단의 출전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들은 러시아 소속 선수가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기를 달고 출전하는 것은 허용했지만, 강화된 도핑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러시아 국기와 러시아 국가도 사용이 금지된다.

세계반도핑기구(WADA) 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대규모 불법 도핑을 저질렀다. 이들은 선수들의 샘플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도핑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 IOC 징계위원회는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 출전했던 러시아 선수 25명의 성적과 기록을 삭제하고 메달 11개를 박탈했다.

출전금지 조치 직후 러시아 일부 정계 인사들은 IOC 결정 불복의 일환으로 대회 전면 불참으로 맞서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유로스포츠’ 등 현지 매체는 러시아 의회 한 의원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우호국에 평창올림픽에 참가하지 말 것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IOC 징계에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러시아는 평창올림픽을 보이콧하지 않는다. 개인 자격 출전도 막지 않겠다”고 말했다. 4년 동안 올림픽을 준비한 선수들은 자신들의 피와 땀을 폄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문체부는 러시아 출전금지 조치 직후인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IOC 집행위원회의 러시아 도핑 제재 관련 결정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러시아 선수들을 비롯한 전 세계 동계스포츠 선수들의 참가는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의 관건이자, 올림픽 정신을 실천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미국의 경우 북미간 외교 정세가 악화됨에 따라 정치권과 매스컴의 ‘평창 패싱’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는 일정을 이유로 평창 불참을 선언한 상태다. 여기에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이 겹치며 미국 정부와 체육계가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미국 매체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평창올림픽 참가여부에 대해 “아직 그 질문은 열려있다”면서 논란을 부추겼다. 그는 “올림픽 참가에 대해 결정된 건 없다. 우리가 어떻게 미국인 참가자들을 보호할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다”고 발언했다.

미국 백악관 등 정부 관계자들도 평창올림픽 참가를 희망한다면서도 아직 참가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애매한 입장을 유지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언론 등의 거듭된 질문에 뚜렷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프랑스 역시 지난 9월 평창올림픽 불참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시 로라 프레셀 스포츠 장관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상황이 악화됐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프랑스 대표팀은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선수들을 위기에 빠뜨릴 수 없다”고 발언했다.

▶미흡한 내실… 주최측-민간 온도차 여전

조직위의 깔끔하지 못한 내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대표적인 문제가 강원도개발공사와의 알펜시아 리조트 사용료 분쟁이다. 알펜시아는 컨벤션 센터, 골프장, 스키장 등이 복합된 대형 리조트다. 평창 올림픽을 맞아서는 외신 기자와 국제올림픽 기구 위원들, 각국 VIP의 숙박시설과 식음업장으로 이용된다. 하지만 기간 관에 사용료 지급에 대한 책임 전가가 이뤄지면서 입점한 소상공인들에게만 피해가 고스란히 되돌아가고 있다.

도핑 스캔들에 北 도발까지… 안팎으로 바람 잘 날 없는 평창

조직위는 비트파일에 따라 강원도와 개발공사가 시설 사용료 지급을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강원도와 개발공사 착은 법률상 지방공기업은 공공기관으로 볼 수 없다는 근거를 내세워 맞불을 놨다. 지난 7월부터 이어진 알력 싸움은 결국 지난 달 30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해 법정 분쟁을 앞두고 있다. 1심 선고까지는 3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에 올림픽이 종료된 이후에야 사용료 지급의 주체가 가려질 전망이다.

경기장 사후 활용 방안도 결정하지 못했다. 특히 강릉하키센터와 강릉스피드스케이팅장은 ‘하얀 코끼리(유지 관리에 거액을 잡아먹으면서 쓸모없는 경기장)’가 될 위기에 처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조직위는 대한체육회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등 책임 떠넘기에 급급하다. 대략적으로 빙상 종목 선수들의 훈련장으로 사용한단 계획이지만 수도권과의 거리 문제 등 실효성이 부족하단 지적이 속속 나온다.

거품 숙박비도 ‘골든타임’을 놓쳤다. 평창과 강릉 지역은 한 때 숙박업자들의 ‘한탕주의’로 하루 숙박비가 최대 100만 원까지 치솟았다. 당초 조직위는 숙박비 상한선을 강제할 수 없단 이유로 소극적인 자세로 문제에 접근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평창 올림픽에 대한 여론이 냉담해졌고 부랴부랴 지난달 24일부터 간접적인 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인식이 나빠질 대로 나빠진 탓에 이제는 대규모 공실을 걱정해야 될 위기다. 6일 강원도가 파악한 강릉·평창지역 숙박요금 동향에 따르면 예약이 완료된 업소는 1495개 가운데 180개 업소(12%)에 그친다. 오히려 충북 제천 등의 지역에서 틈새 공략을 시작해 관광객 유출이 과속화 되는 실정이다. 올림픽으로 인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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