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SKT, 마케팅 꼼수 버려야

기사승인 2017-12-10 07: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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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SKT, 마케팅 꼼수 버려야
SK텔레콤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영상 캠페인으로 ‘앰부시(매복) 마케팅’을 반복해 빈축을 샀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SK텔레콤이 지상파 방송사와 함께 선보인 캠페인 영상을 행사 열기에 편승하려는 앰부시 마케팅으로 보고 방영 중단을 요청한 것이다.

우리나라 동계 스포츠 ‘간판스타’인 김연아와 스켈레톤 국가대표 선수 윤성빈을 내세운 해당 영상에서는 SK텔레콤의 광고 슬로건과 유사한 문구와 상표 등이 노출돼 이번 올림픽 공식 후원사로 착각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SK텔레콤은 해당 캠페인의 협찬사일 뿐, 평창동계올림픽 통신 후원사는 KT다. 조직위는 ‘평창 2018’이라는 단어 등도 상표 등록을 마쳤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동계올림픽 행사 열기에 편승하고자 하는 ‘꼼수’로 보는 것이다.

SK텔레콤의 방어 논리 역시 “방송사의 캠페인에 협찬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미 다수의 기업들이 이 같은 영상 캠페인에 협찬하고 있는 가운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협찬 자체도 모종의 마케팅 홍보 효과를 기대한 행위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 같은 행태는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여 지위를 획득한 공식 후원사의 이익을 침해할 여지가 크다.

SK텔레콤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에도 ‘붉은악마’ 응원단을 소재로 당시 후원사인 KT를 제치고 다수의 국민들에게 강하게 각인되는 홍보 효과를 누린 경험이 있다.

당시의 붉은악마 홍보가 기업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마케팅 행위로 평가될 수 있겠지만 정당성에 대한 평가는 다른 문제다. 만약 SK텔레콤이 같은 전략으로 2002년의 ‘영광’을 되풀이하겠다는 심산이라면 2연타를 맞는 KT로써는 당연히 유쾌할 수 없다.

SK텔레콤을 옹호하는 일부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이 같은 광고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우기도 했다.

물론 미국 등 서구 시장에서는 우리나라와 다른 파격적인 광고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타 기업의 브랜드나 상품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하면서도 그 경쟁 구도에 소비자들이 흥미를 느끼도록 하는 순수한 홍보 행위에 가깝다. 오랜 매체 광고 역사를 통해 정립된 문화의 결과물이다.

타사의 이권에 편승하려는 행위는 어떻게 포장해도 이 같은 ‘선진적’ 전략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조직위 측도 2002년 당시에는 국내에서 앰부시 마케팅에 대한 인식과 관련 규정 수준의 미비로 대응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다르다며 강경 입장을 밝혔다.

최근 SK텔레콤은 내년도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기존 이동통신(MNO) 사업과 미디어, IoT(사물인터넷), 서비스플랫폼의 4대 사업부 체제를 구축했으며 인공지능(AI) 등 기술 연구개발(R&D)과 기업 이미지 재정립을 맡는 조직도 강화했다. 기존 통신사 이미지에서 벗어나 글로벌 ICT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탈통신 전략의 연장선이다.

타사의 정당한 권리를 훼손할 수 있는 행위는 SK텔레콤이 그리는 글로벌 기업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다. 과거 아무리 재미를 봤더라도, 또는 설령 고의가 아니었더라도 꼼수로 비춰질 수 있는 행위는 사전에 자제했어야 한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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