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정위 늑장에 두 번 우는 ‘乙’

기사승인 2017-12-15 05:00:00
- + 인쇄

[기자수첩] 공정위 늑장에 두 번 우는 ‘乙’미국 수정헌법 제5조 조문에는 더블 제퍼디(Double Jeopardy), ‘이중위험금지’에 대한 항목이 있다. 이는 같은 죄로 두 번 처벌받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을의 눈물을 닦겠다’는 기치를 내세웠다. 이후 공정위는 환골탈태했다는 평을 들으며 소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공정위 업무가 지체되면서 오히려 을을 두 번 눈물나게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공정위는 세제, 마스크, 일회용 숟가락 등을 가맹점주에게 비싸게 강매한 ‘바른다김선생’에 과징금 6억4300만원 부과했다. 프랜차이즈 특성상 동일한 제품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필수품목’과 상관 없는 세척·소독제와 일회용 숟가락 등을 가맹점주에게 강제했다가 적발됐다.

이번 공정위 조치는 최초 바르다김선생의 필수품목 납품과 관련해 의혹이 일었던 지난해 4월 이후 무려 1년 8개월만이다.

공정위 시정명령 다음 날인 13일, 이례적으로 바르다김선생 가맹점주 단체인 상생협의회는 점주들의 입장을 발표했다. 논란 이후 본사는 가맹점주들의 요구에 따라 문제가 된 부분을 시정했으며 이후 상생협의회를 만들어 ‘갑질’ 딱지를 떼기 위한 상호 협력중이라는 내용이었다. 협의회는 논란 당시 불매운동에 휘말리며 가맹점 매출이 급락한 바 있다며 이번 공정위 조치로 과거의 일이 다시 회자돼 영향이 있을까 걱정이 크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이러한 늑장조치는 처음이 아니다. 생과일주스 프랜차이즈인 쥬씨에도 용량 허위표기·광고 의혹이 불거진 지 1년이 지난 뒤에야 과징금을 부과해 논란을 재점화했다. 

처음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해 6월이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쥬씨 배너 광고에 실린 ‘1ℓ 생과일주스 2800원’이라는 문구의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실제로 제품을 구입해 메스실린더로 양을 측정했다. 그 결과 각 제품별 용량이 최대 400㎖ 차이를 보였다. 논란이 불거지자 쥬씨 본사는 용량표기 삭제, 용기 변경 등 후속조치와 함께 소비자에게 사과했다.

소비자들에 의한 불매운동 등 악재가 겹치면서 쥬씨의 가맹점 평균 매출은 2015년 3억7600만원에서 지난해 2억2800만원으로 40% 가까이 떨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피해는 고스란히 일선 가맹점주들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일년이 지난 올해 6월 14일,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취임식이 열리던 이날 공정위는 쥬씨의 허위 표기·광고에 대해 2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잘못된 일에 대해 처벌을 받고 재발방지를 위해 조치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일년이라는 시간 뒤에야 이뤄졌다는 점이다. 사실상 가맹사업으로 운영되는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업계 특성상 이러한 피해는 고스란히 가맹점주에게 돌아간다. 이는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과는 멀다.

이미 업체와 가맹점주들은 직·간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그리고 공정위 조치가 이뤄지기 1년여간의 시간동안 필사적으로 빈틈을 메워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사실상 같은 잘못으로 두 번 처벌받게 되면서 물거품이 됐다.

업체도 피해를 봤으니 잘못을 묻어두자는 말이 아닌, 부관참시는 지양하자는 이야기다. 늘어지는 늑장조치로 아물어가는 상처를 다시 헤집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친절한 쿡기자 타이틀
모아타운 갈등을 바라보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점을 둔 도시 정비 사업 중 하나인 ‘모아타운’을 두고, 서울 곳곳이 찬반 문제로 떠들썩합니다. 모아타운 선정지는 물론 일부 예상지는 주민 간, 원주민·외지인 간 갈등으로 동네가 두 쪽이 난 상황입니다. 지난 13일 찾은 모아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