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신과 함께' 하정우 "진심으로 용서 구하는 사람이 편히 살 것"

기사승인 2017-12-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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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신과 함께' 하정우 영화 ‘1987’(감독 장준환)과 ‘신과 함께’(감독 김용화)에는 의외의 공통점이 있다. 배우 하정우가 뭔가를 먹는 것으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1987’에서는 양주를 술병에 옮겨 담은 후 짜장면을 비비지만 일이 겹쳐 먹기 어렵다. ‘신과 함께’에서는 장례식장에서 육개장을 먹다 입맛에 맞지 않아 뱉는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배역보다는 ‘먹방의 귀재’인 하정우를 떠올리며 웃음 짓는다. 그리고 그 웃음은 자연스레 영화 속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인다. 최근 영화 ‘신과 함께’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는 “예전에는 쑥쓰러웠는데, 지금은 ‘그런가보다’ 싶다”라고 말했다.

“어떤 영화든 배우들이 뭔가를 먹는 장면은 꼭 하나씩 들어가요. 그런데 왜 유독 저만 돋보이나 싶었죠. 어느덧 ‘먹방’ 8년차가 됐는데, 관객들이 제가 먹는 것을 화제삼는 것이 처음에는 좀 쑥쓰러웠어요. 그런데 이제는 제 먹는 모습이 건빵의 별사탕 같은 존재구나 싶더라고요. 하하. 사실 ‘신과 함께’에서 제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다른 거였는데, 감독님이 갑자기 ‘육개장 먹는 장면으로 하자’고 제의하셨어요. 흔쾌히 수락했죠.”

‘신과 함께’는 어마어마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그런 만큼 배우들의 부담감도 클 터다. 감독으로서, 배우로서 활동해왔던 하정우는 조금 다른 의견을 보탰다. ‘신과 함께’를 본 관객들이 어떤 측면에서는 실망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저도 예전에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열심히 할 때, 그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를 보고 실망한 기억이 있어요. 거기에는 프로토스라는 종족이 전혀 안 나오거든요. 저는 프로토스 유저인데. 하하.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저도 ‘허삼관 매혈기’라는 원작이 있는 영화를 만들었잖아요. 원작 시나리오를 각색하는 과정에서의 고충과 고민들을 잘 알아요. 그런 지점에서 보면 ‘신과 함께’는 원작을 영화로 재탄생시키면서 지혜롭게 잘 각색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신과 함께’는 저승 세계를 배경으로 한 만큼 다양한 특수효과와 컴퓨터그래픽이 펼쳐진다. 하정우가 우려하는 것은 오히려 관객들이 동양 느낌의 특수효과에 가지는 낯설음이다.

“여태까지 우리는 미국 드라마나 서양의 SF영화에서 서양 배경의 CG는 정말 많이 봤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동양 판타지 세상을 영화에 구현해낸 것은 처음이라 관객들이 많이 낯설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린스크린 위에서 연기하던 저도 낯설음과 민망함이 있었는데 관객들은 어떻겠어요. 다행인 건, 제가 연기할 때는 감독님이 프리비주얼 작업을 많이 해 놓으셔서 3D 애니메이션으로 인물들이 움직이는 동선을 먼저 보고 나서 연기했어요. 도움을 많이 받았죠.”

“‘신과 함께’를 찍으며 ‘환생과 저승이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물론 저는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믿지는 않지만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용서’라는 메시지가 마음에 많이 와 닿았거든요. 최근 3년 동안 의절했던 후배가 있었어요. 그런데 영화를 찍으면서, 내가 그 친구와 굳이 안 좋게 지낼 필요가 있나 싶었죠. 술 먹고 그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도 30분 만에 제게 달려오더라고요. 늘 섭섭했던 마음 한구석의 말을 털어놓다 보니 그것도 생각보다 쉽게 풀리던데요. ‘용서’라는 말이 거창하지만 사실 그것 자체는 거창하지 않더라고요. 용서를 자주 하는, 그리고 진심으로 구하는 사람이라면 세상을 편히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신과 함께’는 20일 개봉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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