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급증하는 의료비, 약사들이 잡나

전문약사·촉탁약사·단골약국 필요성에 ‘공감대’… 시행 vs 지원, 우선순위 ‘충돌’

기사승인 2017-12-23 00: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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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노년층의 의료비 지출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16년에는 건강보험 전체 진료비의 약 40%인 25조3000억원 가량이 쓰였다. 더 큰 문제는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대비가 충분치 않은데다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인한 재정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 가운데 약사들이 노인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초고령화 시대의 약국·약사의 역할’을 주제로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성북을)이 주최하고, 서울시약사회(회장 김종환)가 주관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는 노인전문약사, 촉탁약사, 단골약사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의를 표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제도화 및 실현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 고령화 시대의 노인 전문 의·약사는 ‘필연’

토론에 앞서 차흥봉 한림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복지부장관)은 늘어나는 수명과 건강에 대한 요구에 발맞춘 제도적 변화를 주장했다. 특히 건강한 노년을 위해 고령인구의 기능적 활동능력과 독립생활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전문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차 교수는 “고령화는 축복이지만 도전이기도 하다”면서 “미래 고령사회의 핵심 과제는 건강한 노년을 확대하는 것이며 합리적 재정체계와 적절한 억제정책, 재정 확보가 요구된다. 보건, 의료, 요양, 복지 전문인력 간의 협력과 통합적 서비스체계를 구축해 연속선상의 케어(care, 돌봄)를 달성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단에 선 장선미 가천대약대 교수와 강은정 순천향대 보건행정경영학 교수는 고령층이 많은 의료기관 이용하고 다수의 의약품을 처방받아 복용하지만 상대적으로 복용방법이나 의약품 또는 질환에 대한 이해가 낮아 오남용 및 낭비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지역 동네약국에서 약사들이 이를 교육하고, 관리·점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장 교수와 강 교수는 일련의 세분화된 약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약사들의 수가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며 기본적인 조제료와 상담료 등에 더해 제공되는 서비스별 행위수가를 가산하는 일본의 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공통된 의견을 개진했다.

이들에 따르면 국내 약국 수가는 조제기본료와 조제료, 약국관리료, 의약품관리료(마약관리료), 복약지도료로 구분되는데 반해 일본은 조제기본료와 조제료, 조제료가산, 약제료, 특정보험 의료재료료에 더해 약학관리료 항목 아래 영유아복약지도가산, 단골약사포괄관리료, 마약관리지도가산, 중복투약상호작용등 방지가산, 자택환자방문약제관리지도사업비 등이 포함된다.

이와 관련 장 교수는 “노화에 따른 약물체내 동태의 변화, 만성복합질환으로 인한 장기적 다약제 사용 등 의약품안전사용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를 예방하거나 방지할 정책이나 지침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정부와 의료인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뜻을 전했다.

강 교수도 “공급자 중심에서 환자중심으로, 치료에서 예방과 건강증진으로 의료서비스의 패러다임이 변화해야한다. 약제비 관리에 있어서도 접근성과 효율성, 안전성 등 질 관리, 합리적 사용이 함께 고려돼야한다”면서 의사와 약사, 의료와 약료 서비스간 단절을 깨고 원활한 상호협력과 연계가 그 바탕이 될 것이라고 설파했다.

초고령사회 급증하는 의료비, 약사들이 잡나
◇ 필요한 변화지만 변화는 결국 비용을 수반하고…

이들 외에도 미국전문약사이자 약국현장에서 전문약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김예지 서울시약사회 학술위원장 등 일선 약사들은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춰 약료서비스와 약사의 역할도 변해야한다는 점에 대해 공감하며 적절한 제도적·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에 입을 모았다.

이에 보건복지부 이재용 노인정책과장은 약학계와 일선약사들의 요구에 “노인환자들에게 전문적 서비스를 제공해 의약품의 적절한 활용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일련의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동의했다.

다만 “특화된 전문성을 갖춘 약사들의 배출이나 교과과정으로의 편입 등 장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인지기능이 저하된 노인들에 대한 복약지도 방식이나 의약품 복용관리, 하물며 봉투와 글자의 크기 등 가능한 서비스부터 이행하며 성과를 정리하며 제도화해야한다”고 말했다.

전문성을 인정하고 제도화될 경우 적절한 비용보상이 이뤄져야하고 그만큼 건강보험재정 등의 부담이 증가할 수 있는 만큼 제도의 성과를 도출해 정부와 국민, 의료계와 같은 유관 직역들을 이해시키고,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할 것이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 이 과장은 스스로를 돌보기 어려운 독거노인들에게 안부를 묻고 방문해 돌봄을 실천하는 지역단위 서비스와 연계한 노인약료시범사업과 같은 예시를 들며 적절한 서비스와 제도를 함께 구상해 시범사업 등의 형태로 추진해보자는 의도도 내비쳤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신의철 교수도 “단골약사, 노인전문약사, 요양병원 약사상주, 촉탁약사 등이 상당히 필요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새로운 서비스가 생기면 국민과 환자는 좋아하지만 비용이 문제”라며 긍정하면서도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한양대 고령산업융합학과 송기만 교수는 “약사들의 밥그릇 이야기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논의를 들으며 정말 필요하고 시의적절한 제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엄격한 자격관리와 적절한 제도적 뒷받침, 국내 도입을 위한 현지화에 대한 노력이 선행돼야할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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