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의혹 2라운드 가나…“검찰 증거조작” vs “아직 의혹해소 안돼”

기사승인 2017-12-23 21:4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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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의혹 2라운드 가나…“검찰 증거조작” vs “아직 의혹해소 안돼”‘성완종 리스트’에 명단을 올렸던 정치인에 대한 무죄가 확정된 가운데, 자유한국당(한국당)이 검찰이 증거를 조작했다는 주장을 내놨다. 반면 정의당 등에서는 검찰의 수사가 부실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완종 리스트를 두고 정치권이 다시 대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23일 논평을 통해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공히 검찰의 증거조작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며 “현직 국무총리와 경남도지사를 망자의 메모 한 장으로 모진 세월을 겪게 하고, 평생을 쌓아온 국민적 신뢰를 일순가에 무너뜨린 수사참사를 주도한 문무일 검찰총장은 국민들 앞에 석고대죄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대한민국의 검찰이 아직도 증거조작이라는 용서받지 못할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니 천인공노할 일”이라며 “문 총장은 증거조작 사건에 대해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하고 진실규명에 나서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문 총장이 이 사건에 대해 스스로 진상을 규명하지 못한다면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도 2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증거를 조작한 검사들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며 “요즘 검사들은 사건을 수사하는 게 아니라 만들고 있다. 공판 과정에서 확정된 검사의 증거조작 혐의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정의당에서는 대법원의 판결이 홍 대표의 ‘결백’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논평을 내놨다. 양순필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은 같은 날 “판결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많은 국민이 이를 납득하지 못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면서 “홍 대표는 뇌물수수 의혹을 전혀 해소하지 못한 점을 명심하고 자중하라”고 말했다. 이어 “홍 대표에게 1억원을 줬다고 밝힌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이미 고인이 됐고, 죽은 자는 더 이상 말이 없을 뿐”이라면서 “판결 직후 홍 대표가 마치 개선장군처럼 행동한 것은 결코 옳지 않다”고 꼬집었다. 

유의동 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개인 홍준표는 무죄인지 모르나 정치인 홍준표는 별개”라며 “대법원의 결정은 증거불충분이라는 것이지 홍 대표가 순수 결백하다는 것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엇갈린 하급심의 판단을 보면서 국민은 오래전에 마음속으로 법정에 피고로 선 정치인 홍준표에게 유죄를 선고했는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정의당은 성완종리스트 관련 무죄 선고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고 성 전 회장이 목숨과 바꾼 진실은 허공에 맴돌게 됐고, 한 개인을 도구로 철저히 이용하고 버린 권력자들은 면죄를 받게 됐다”며 “무죄 선고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성완종 리스트 관련 검찰의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최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의 검찰은 노무현 정부 당시 고 성 전 회장에 대해 이뤄진 사면 등의 수사에 집중하면서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부실수사 논란을 빚었다”며 “오늘 같은 결과를 의도하면서 사건을 축소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 대표와 이 전 총리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홍 대표는 국회의원이던 지난 2011년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고 성 전회장의 측근인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만나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총리는 지난 2013년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선거 사무소에서 고 성 전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은 지난 2015년 4월 자원개발비리 수사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고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불거졌다. 고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에는 ‘홍준표 1억’을 포함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이름과 액수가 기재돼있었다. 고 성 전 회장은 목숨을 끊기 직전 언론과의 통화에서 “허 전 실장에게 7억원, 김 전 실장에게 10만 달러를 건넸다”고 주장했다. 다만 당사자들은 금품 수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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