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에 명단을 올렸던 정치인에 대한 무죄가 확정된 가운데, 자유한국당(한국당)이 검찰이 증거를 조작했다는 주장을 내놨다. 반면 정의당 등에서는 검찰의 수사가 부실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완종 리스트를 두고 정치권이 다시 대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23일 논평을 통해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공히 검찰의 증거조작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며 “현직 국무총리와 경남도지사를 망자의 메모 한 장으로 모진 세월을 겪게 하고, 평생을 쌓아온 국민적 신뢰를 일순가에 무너뜨린 수사참사를 주도한 문무일 검찰총장은 국민들 앞에 석고대죄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대한민국의 검찰이 아직도 증거조작이라는 용서받지 못할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니 천인공노할 일”이라며 “문 총장은 증거조작 사건에 대해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하고 진실규명에 나서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문 총장이 이 사건에 대해 스스로 진상을 규명하지 못한다면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도 2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증거를 조작한 검사들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며 “요즘 검사들은 사건을 수사하는 게 아니라 만들고 있다. 공판 과정에서 확정된 검사의 증거조작 혐의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정의당에서는 대법원의 판결이 홍 대표의 ‘결백’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논평을 내놨다. 양순필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은 같은 날 “판결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많은 국민이 이를 납득하지 못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면서 “홍 대표는 뇌물수수 의혹을 전혀 해소하지 못한 점을 명심하고 자중하라”고 말했다. 이어 “홍 대표에게 1억원을 줬다고 밝힌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이미 고인이 됐고, 죽은 자는 더 이상 말이 없을 뿐”이라면서 “판결 직후 홍 대표가 마치 개선장군처럼 행동한 것은 결코 옳지 않다”고 꼬집었다.
유의동 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개인 홍준표는 무죄인지 모르나 정치인 홍준표는 별개”라며 “대법원의 결정은 증거불충분이라는 것이지 홍 대표가 순수 결백하다는 것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엇갈린 하급심의 판단을 보면서 국민은 오래전에 마음속으로 법정에 피고로 선 정치인 홍준표에게 유죄를 선고했는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정의당은 성완종리스트 관련 무죄 선고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고 성 전 회장이 목숨과 바꾼 진실은 허공에 맴돌게 됐고, 한 개인을 도구로 철저히 이용하고 버린 권력자들은 면죄를 받게 됐다”며 “무죄 선고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성완종 리스트 관련 검찰의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최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의 검찰은 노무현 정부 당시 고 성 전 회장에 대해 이뤄진 사면 등의 수사에 집중하면서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부실수사 논란을 빚었다”며 “오늘 같은 결과를 의도하면서 사건을 축소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 대표와 이 전 총리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홍 대표는 국회의원이던 지난 2011년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고 성 전회장의 측근인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만나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총리는 지난 2013년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선거 사무소에서 고 성 전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은 지난 2015년 4월 자원개발비리 수사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고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불거졌다. 고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에는 ‘홍준표 1억’을 포함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이름과 액수가 기재돼있었다. 고 성 전 회장은 목숨을 끊기 직전 언론과의 통화에서 “허 전 실장에게 7억원, 김 전 실장에게 10만 달러를 건넸다”고 주장했다. 다만 당사자들은 금품 수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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