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새정부 1년, 진일보한 유통업계

기사승인 2017-12-2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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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새정부 1년, 진일보한 유통업계

해는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해였다. 유통업계도 한 해 동안 많은 노력을 통해 정권에 발 맞췄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근로자 친화적 정책이 쏟아졌다. 

현대백화점은 비정규직 23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현대백화점은 고객 케어와 보조 직무에 종사하는 인원이, 현대그린푸드는 외식 관련 인원이 정규직화했다. 2300명이라는 수치는 작년 한 해 동안 뽑은 신규 채용 인원에 버금가는 수치였다. 

또 현대백화점은 매장에서 함께 근무하는 협력사원의 복지후생 개선을 위해 연간 50억원 규모의 '현대 패밀리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했다. 

롯데의 경우 여성 육아휴직과 함께 남성 육아휴직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배우자 출산 시 1개월 이상 휴직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여성은 임신 위험기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8주가 추가된 2시간 단축근무가 가능토록 했다. 

제도 시행 이전에는 180명이었던 직원 수는 1년 만에 6배 가까이 늘어났다.롯데 직원이 올해 전체 남성 육아휴직자 중 10%를 차지할 정도가 됐다. 

CJ는 '기업 문화 혁신'을 내세웠다. 자녀입학 시 2주간을 휴직할 수 있는 제도와 남성 출산휴가를 2주로 늘렸다. 

무엇보다도 6개월 휴직 제도의 신설이 눈에 띈다. 5년 이상 근속자에게 어학연수와 글로벌 직무교육, 체험 등을 위해 최대 6개월까지 글로벌 연수 휴직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에 근무하면서도 자기 발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GS는 가맹점주와의 상생을 위해 5년간 9000억원을 지원하는 '통 큰 지원'을 약속했다. 최저수입 보장금액 400억원을 직접 지원하고 전기료 350억원도 내준다. 매출 활성화 솔루션 구축에도 5000억원을 쓰기로 했다. 

신세계는 법정 근로시간(40시간)보다 5시간 적은 주 35시간 단축 근무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하루 7시간 근무를 현실화하고 9-to-5 근무제를 활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비정규직 전환이 늦었다거나, 신설한 투자 계획, 휴직이나 단축근무를 실제로 현장에 도입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마트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기 위한 제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기본급과 함께 받던 연장근로수당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논란이 있었음에도 이 같은 조치들은 미래 지향적인 기조에 부합한다는 생각이다. 

먼저 기업들은 일과 가정의 양립에 주목하고 직원의 자기계발 시간을 주는 데에 공감했다. 실제 제도는 조금씩 다르지만 남녀 육아휴직의 활성화와 단축 근무제 등으로 실현화되고 있다. 

또 상생에도 관심을 쏟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가맹점주에 대한 투자는 혼자 잘 사는 기업이 아니라 협력업체와 가맹점주 등 파트너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 문화'와 오너가의 캐시카우가 되는 '비리'의 이미지 등 그동안 축적되어 온 부정적인 인식이 있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긍정적인 제도 도입을 발판으로 삼아 기업이 나서서 사회 문화를 바꾸는 데까지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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