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저임금 인상의 '헬조선화'

기사승인 2018-01-0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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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최저임금 인상의 '헬조선화'
'헬조선'이라는 말이 널리 회자되고 있다. 대물림된 자산으로 인한 소득과 자본소득이 노동소득을 뛰어넘고 있는 현재 한국의 불공평한 사회를 의미한다.

그러면 '헬조선화'라는 말은 무엇일까. '헬조선화'라는 말은 외국의 어떤 좋은 제도를 들여와도 기존의 나쁜 제도가 개선되지 않거나 이상하게 변형되어 가는 상황을 일컫는다. 열정페이, 비정규직, 취업난 등 녹록지 않은 현실에 지친 청년층이 현 사회를 자조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최저임금의 경우에도 이 '헬조선화'는 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실질임금을 높이기 위해 최저임금이 인상됐지만, 법망을 피해가기 위한 각종 꼼수들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각종 꼼수를 차단하는 후속 조치들이 필요했지만 정부가 이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들은 '그러면 그렇지' 하고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최저임금이 올해부터는 7530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6470원에서 가장 인상폭이 큰 16.4% 오른 금액이다. 6000원대에서 7000원 중반대로 올라 체감상으로 많이 올랐다.

당초 최저임금 인상 시 정부와 노동계가 원했던 것은 물가상승률이 올라간 현실 수준에 맞는 임금을 받아 근로자의 삶을 좀 더 윤택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근로자에게 임금을 더 지불해야 하는 사용자들이 근무 시간을 줄이거나, 휴게시간을 늘리는 등의 조치로 시간이 줄어 월급은 그대로이거나 깎이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근로자가 정규직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자리 형태가 바뀌거나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현상은 영세한 가맹점주나 영세한 자영업자일 경우 더 심하게 나타난다. 프랜차이즈 본사 직영점의 경우 오른 수당을 지급받는 경우도 있지만, 영세 가맹점주에게 고용되는 경우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중소기업일수록, 영세 상공인일수록 최저임금 인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영세한 경우 당장 자신의 월급을 덜어 아르바이트생의 급여를 줘야 하는 지경이기 때문이다. 가맹점주가 고용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은 가맹점주들이 최저임금을 못 주겠다거나 파트타임 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경비원들도 예전보다 휴식시간을 늘리거나 파트타임으로 돌리는 방식으로 임금이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더 깎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 청원을 살펴보면 이 같은 일을 당한 청원들이 올라오고 있다.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불이익 상담 창구'에는 지난해 8월 개설했을 때보다 최대 2배 늘어났다. 

정부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체에 대해 근로자 1인당 최대 13만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업체들은 크게 도움이 안 되는 액수라고 판단하기도 한다. 

이같은 상황은 고용된 이들에게 실망을 가져다주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도 순기능보다 역기능만 나타나는 헬조선화된 게 아니냐는 푸념이 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정책이 바뀌어도 이 정책을 시행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꼼수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꼼수들을 후속 조치들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 기업의 지급능력과 근로조건, 생산성을 검토하고 꼼꼼이 파악해 지급능력을 산정하되 지급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았을 시 벌칙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지급여력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조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지급여력이 있는데도 무조건 후려치는 경우도 있어 고용의 질이 심각하게 악화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첫 술 밥에 배부를 수는 없다. 후속 조치로 최저임금 문제를 보완해 가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실질 임금의 인상으로 근로자의 가처분소득을 늘리고, 임금을 안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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