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손가락도 못생겼네" ★ 말실수, 결국은 '역지사지'

손가락도 못생겼네" ★ 말실수, 결국은 '역지사지'

기사승인 2018-01-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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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기획] 지난달 29일 그룹 바이브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공연 ‘발라드림 4’에서 물의를 빚었다. 노래 ‘압구정 4번 출구’를 부르던 도중, 여성 관객을 무대 카메라로 비추며 얼굴을 평가한 것이다. 처음 보는 여성을 그 자리의 모든 관객들과 함께 무대 led로 함께 비추어 보며 “너 눈(쌍커풀 수술) 잘 됐다”고 평하거나, 자신은 성형한 적 없다며 손으로 X를 그린 여성에게는 “손가락도 진짜 못생겼다”고 조롱했다.

그룹 엑소의 백현은 지난달 30일 팬사인회 자리에서 팬들을 향해 “우울증과 불면증에 왜 걸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한 팬에게는 “우울증 약은 안 좋다. 먹을 때만 기분 가라앉히고 역효과가 난다. 약을 끊어라”라고 당부해 논란을 만들었다. 해당 팬을 걱정해 한 말이지만 우울증 처방약을 의사의 별도 진단 없이 환자 혹은 주변의 의견만으로 끊는 것은 큰 정신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에 지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최근 우울증으로 세상을 떠난 같은 소속사의 그룹 샤이니 멤버 종현의 사건이 겹쳐 큰 파장을 낳았다. 바이브와 백현, 양측은 빠르게 사과했으나 씁쓸함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왜일까.

■ 비슷한 사례 다수 존재. “이해받는다 생각하기 때문”

최근 불거진 두 가지 사건 모두 연예인들이 일반 팬들을 만난 비공개 행사에서 생긴 불협화음이다. 두 연예인 모두 팬들을 위한 이벤트를 기획하거나 혹은 팬을 위한 격려의 말을 건넸지만 결과적으로 논란을 만든 것.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 7월 방송인 유세윤은 SM타운 콘서트에서 “노래 안무를 따라하면서 손을 반만 올리면 병X같다”고 말해 비판받았다. 그룹 JBJ의 경우 팬들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서 “탈덕(팬을 그만둔다는 뜻)하시면 이렇게 맞아요”라며 팬을 때리는 시늉을 해 부적절하다고 질타 받았다.

한 연예 소속사 관계자 A는 “어찌 보면 해당 연예인들의 안일함이 낳은 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 곳 다 티켓을 구입하거나, 앨범 구입으로 선택된 일부 관객들에게만 보이는 무대이자 비공개 만남의 자리다. 스타들에 대한 애정을 깊게 가지고 있는 이들이 찾아오는 행사인 것. 해당 관계자는 “연예인들 또한 사람이기에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더 배려하거나 더 즐겁게 해주고 싶어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라며 “애정에 기반한 행동이기에 이해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배려가 정말 필요한 것인지, 혹시 잘못된 것은 아닌지 충분히 고민한 후 행동에 옮기는 것이 좋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덧붙여 팬들 또한 대중의 일부라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아무리 좋아하고 사랑해서 스타를 찾았다 한들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은 자연스럽게 평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SNS 등을 통해 매체 전파력까지도 커져버린 시대다. 선택된 관객들만 볼 수 있어 닫힌 곳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모든 곳에 활짝 열려있는 것이다.

■ 활자로 기록된 말실수, 영원히 남는다. 와전되어 악플 가해 이어지기도

연예인들은 유명인이기에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활자로 남는다. 말실수도 마찬가지다. 매체가 다양해진 만큼 다양한 채널로 전파되기까지 한다. 본인이 한 말실수에 관해 즉각적인 사과로 대처한 연예인들도 많다. 윤민수와 백현 등도 논란이 커지자 즉각 소속사와 개인 SNS 등을 통해 진심이 담긴 사과를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활자로 남은 말들은 계속해서 남는다. 사과한 이후에는 사과문이 덧붙여서 더욱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말은 와전되거나 변형된다. 예전과는 달리 한번 실수한 것을 돌이키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연예기획사들은 지속적으로 소속 스타들에게 ‘말 조심’을 당부한다. 그러나 스타들도 편집이 가능한 영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한계가 있다.

때로는 스타들에게 가해지는 공격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있다. 악플에 그치지 않고 말을 옮기고 불리며 일부러 말을 편집·곡해하는 수준의 공격도 존재한다. 엑소 백현의 경우 팬들이 많은 만큼 안티 팬도 많아, 같은 소속사의 타 뮤지션을 공격한 것처럼 발언이 편집에 외부에 알려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일부 가요 소속사 관계자는 “한 번 실수하면 영원히 다시는 볼 수 없는 경우도 많기에 더욱 철저하게 교육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기 때문에 간혹 실수하는 스타들이 있다. 그들에 대한 온당한 비판은 필요하지만, 원색적인 비난이나 악의적 곡해를 보면 안타까워진다”고 염려를 표하기도 했다.

■ 공인은 아니지만 유명인인 스타들, "파급력 의식해야"

흔히 ‘공인일수록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공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스스로의 발언이 가지는 사회적 가치와 파급력을 의식해야 한다는 것. 연예인들은 공인은 아니지만 유명인이라는 점에서 스스로의 말이 가진 힘을 의식할 필요가 있다. 어찌 보면 정치인들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들이며, 특히 아이돌 그룹의 경우 주 소비층의 나이는 10대에서 20대로 개개인의 가치관까지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 정우성은 지난달 20일 오후 방송된 KBS1 '4시 뉴스집중'에 출연해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KBS 정상화를 원한다"고 폭탄을 던졌다. 현재 KBS는 파업 등의 문제로 정상화가 요원한 상태. 정우성은 "KBS가 국민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을 빨리 되찾기 바란다"고 직언했다. 정우성이 가진 말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당시 MBC의 파업이 정상화되며 다소 식었던 대중의 관심이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정우성과 KBS 파업이라는 단어는 이후 이틀간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며 대중이 다시 한 번 공영방송 정상화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유명인이 자신이 가진 파급력을 의식하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친 좋은 예다.

결국은 ‘역지사지’다. 모두 다른 사람의 입장을 한 번쯤 생각해봤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본인이 이해할 수 없다면 그 불가해를 입 밖에 내지 않는 것이 모두에게 훨씬 좋았을 것이다. 성형을 희화화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불쾌한 일이라는 것을 윤민수는 정말 몰랐을까? 누군가가 자신을 콕 찝어 “손가락도 못생겼다”라고 말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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