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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친북논란에 파괴되는 우리은행 달력 속 동심

친북논란에 파괴되는 우리은행 달력 속 동심

김태구 기자입력 : 2018.01.08 01:21:19 | 수정 : 2018.01.12 22:27:16

최근 우리은행 탁상달력이 친북좌파 논란에 휩싸였다. 달력에는 우리은행이 실시한 ‘2017년 청소년 미술대회’ 입상 작품들이 담겼다. 이 가운데 촛불운동, 세월호, 인공기 등을 묘사하는 그림이 실린 1월, 10월 달력이 논란의 중심이다. 

이를 두고 홍준표, 김종석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인공기가 은행달력에 등장하는 그런 세상이 됐다”면서 정치적 색깔론에 기름을 부었다. 보수단체들도 우리은행을 친북좌파 은행으로 낙인찍고, 손태승 은행장과 임직원에 대한 사퇴를 촉구하며 본점 앞에서 규탄집회를 가졌다. 화가 난 일부 고객은 우리은행 계좌 및 신용카드 해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학생그림으로 만든 달력이 정치적 색깔론을 일으킬지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고객 콜센터를 통해 “정치적인 부분을 건드린 것은 아니다. 순수하게 학생들의 작품으로 한 것이지만 불쾌감을 드린 점은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탁상용 달력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여론과 대다수 국회의원들은 ‘종북몰이’라며 정치적 색깔론을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고객들의 정서를 세심히 살피지 못한 우리은행의 책임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6.25전쟁이 발발한 지 70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은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 이들 중에는 가족이 북한 군인들에게 살해 당한 경우도 있다.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있어 북한은 용서할 수 없는 철천지원수다. 

우리은행이 이런 부분을 조금만 세심히 살폈더라면 일부 고객들은 불편해 하지 않았다. 의도치 않은 논란을 일으킨 우리은행은 지금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표시하지 않고 있다. 일부 소비자에게라도 상처를 졌다면 은행장이 직접 나서 사과하고 고객에게 이해를 구해야 하는 것이 도리다. 말로만 ‘소비자 우선 경영’을 외칠 것이 아니라 작은 부분이라도 소비자 입장에서 꼼꼼히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 달력을 선거 등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일부 정치인의 태도도 문제다. 홍준표 의원은 경상남도 도지사로 있을 당시 일본 왕을 ‘천왕(황)’으로 호칭하며 일왕 생일을 표시한 달력을 배포한 바 있다. 우리은행 달력을 비판하는 세력의 논리라면 홍준표 의원은 매판 친일 추종자일 것이다. 

논란이 계속될 경우 그림대회에서 상을 받았던 초등학생들만 상처를 입게 된다. 이런 부분을 성숙한 어른들과 똑똑한 정치적 지도자들이 생각했으면 한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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