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의 섣부른 보유세 인상 압박…정책 불신 고조

기사승인 2018-01-19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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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부의 섣부른 보유세 인상 압박…정책 불신 고조

최근 부동산 시장의 뜨거운 감자는 '보유세 인상'이다. 정부는 올해 새해 벽두부터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치솟자 부동산 규제의 마지막 카드라 불리는 보유세 인상을 도입하겠다고 다주택자들을 압박했다. 하지만 열흘이 채 지나지 않은 현시점에서 갑자기 신중한 태도로 돌변했다.

또 도입 시기와 과세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을 내놓지 못한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이렇게 정책 불안을 고조시키는 사이 시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고, 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무성하게 퍼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보유세 인상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청와대는 '보유세 정상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김동연 부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보유세와 거래세의 형평,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과세 형평, 부동산 가격 문제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청와대는 보유세 인상 여부에 대해 빠르면 내년 상반기 중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재정개혁특위를 구성해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부동산 과세체계 정상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보유세 인상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바꼈다. 청와대는 신중한 태도로 돌변하며 강남 집값이 이상 급등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예외적인 현상이며, 전체적으로 봤을 때 부동산 가격은 안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유세의 조기 인상을 통한 전체적인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보다는 강남 집값 안정만을 겨냥한 '핀셋대책'을 강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여기에 구체적인 개편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도입 시기에 대해서도 늘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정부는 관계부처 간 보유세의 구체적 개편 방향을 논의하지 않아 어떻게 개편할지 말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가 보유세 인상 강화 방안을 당초 8월에서 3월로 앞당길 예정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이렇게 정부가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면서 정책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고,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 이제 시장은 더이상 문재인 정부의 엄포에 대해 두려워 하지도 않고, 오히려 학습효과로 담담한 모습이다. 어떤 정책이 발표되도 잠시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없어진다는 것을 학습을 통해 배운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은 신중해야 한다. 최소한 한 나라의 경제에 미칠 파급력과 효과를 고려하고 정책을 발표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작년부터 부동산 시장을 향해 수차례 규제 정책을 내놓지만 효과는 하나도 없었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내놓겠다고 협박하기 전에 이 정책이 시장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또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충분히 고민하고 발표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이 더이상 웃음거리로 전락하지 않길 바란다.

 이연진 기자 ly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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