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애플에 ‘일희일비’ 부품업계, 언제까지?

기사승인 2018-01-2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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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애플에 ‘일희일비’ 부품업계, 언제까지?지나친 애플 의존이 ‘양날의 검’으로 돌아왔다. 최고실적 갱신으로 웃음 가득한 전자업계와 달리 부품업계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애플에 ‘일희일비’ 했던 한 해였음을 증명했다.

지난해 애플은 10주년 기념작 ‘아이폰X’를 출시했다. 최초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탑재하고 노치(움푹 팬) 디자인을 적용하는 등 다각도로 변화를 준 제품이었다. 그러나 높은 가격과 배터리 성능 저하 논란 등에 소비자 반응이 싸늘해지며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아이폰X의 판매량 저조는 당장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에 영향을 끼쳤다.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7조1261억으로 전년 동기 7조9360억원 대비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445억원으로 줄었다.

업계는 LG디스플레이가 애플의 신작 ‘아이폰X’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애플의 신형 스마트폰 출시 때마다 패널 공급사인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이 향상됐었기 때문이다.

애플 제품에 OLED 패널을 공급했던 삼성디스플레이는 비교적 나은 편이다.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10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올해 실적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할 수 있다. 애플이 아이폰X 판매 부진으로 추후 선보일 신제품에 다시 상대적으로 저렴한 LCD 패널을 탑재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자전문매체 샘모바일에 따르면 애플의 LCD 패널 회귀설에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 전용 신규 공장 투자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애플 효과’를 본 업체도 마음 놓고 축배를 들지 못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4분기 매출 2조8698억원, 영업이익 1412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매출 60.6%, 영업이익 152.5% 각각 증가했다.

당장의 실적향상에 안심하긴 이르다. LG이노텍은 애플에 카메라 모듈과 3D센싱 모듈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그 비중은 약 50~55% 수준이다. 애플이 공급량을 낮출 경우 수익 악화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설상가상 ‘아이폰X 단종설’까지 더해지며 당장 올해 3~4분기 매출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애플의 제품 출시 계획 및 부품 선택에 따라 국내 부품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그야말로 애플에 ‘좌지우지’ 되는 모양새다. 애플 의존도를 낮추지 않는 한 애플에 휘둘리는 상황은 피할 수 없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 등으로 거래사 변화를 주고 있는 국내 반도체 업계처럼 부품업계의 체질개선이 시급하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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