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의 징계 수위를 놓고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KBL은 6일 재정위원회를 열고 지난 주 경기 중 일어난 사안에 대해 심의했다. 그 결과 심판에 부적절한 언행을 한 김승기 안양 KGC 감독에 벌금 200만원이 부과됐다.
문제는 전주 KCC 하승진에 대한 징계 처분이었다. 재정위는 지난 3일 원주 DB와의 경기에서 한정원을 팔꿈치로 가격한 하승진에겐 벌금 100만원이라는 다소 가벼운 징계를 내렸다.
KBL의 처분에 현장 관계자와 팬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하승진은 이날 경기 초반부터 한정원과 신경전을 벌였다. 결국 1쿼터 4분47초를 남긴 상황에서 팔꿈치를 크게 휘둘렀다. 의도적으로 팔꿈치를 사용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상황.
물론 하승진이 고의적으로 팔꿈치를 사용했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감정이 격해져 과도한 동작을 취한 것일 수 있다. 하승진은 경기 종료 뒤 한정원과 이상범 DB 감독에게 직접 사과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KBL도 이를 참작했다.
그러나 반대로 한정원이 치명적인 부상을 당했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재발방지 차원에서라도 출장정지 처분은 내렸어야 한다는 게 현장과 팬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KBL은 그간 선수 경력에 해를 끼칠 수 있는 파울에 대해 유독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다. 불과 1년 전에도 KGC 김철욱이 서울 삼성 임동섭의 발을 의도적으로 걸어 넘어뜨리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벌금 200만원 징계를 내리는 데 그쳤다. 리바운드를 하려는 SK 제임스 싱글톤을 뒤에서 밀어 아찔한 장면을 연출한 DB 윤호영은 단 50만원의 제재금을 받았다.
반면 심판에 대한 항의 등, 감독과 선수들의 감정 표출에 대해선 육중한 철퇴를 내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KBL이 현장보단 제 식구 챙기기 내지는 품위 유지에 지나치게 신경을 쏟는다고 지적한다.
당장 9일 발표한 재정위원회 결과에서도 KBL의 기조를 재확인할 수 있다. KBL은 지난 7일 원주 DB와 인천 전자랜드와의 경기 당시 파울 선언에 항의해 자신의 상의 유니폼을 찢은 DB 로드 벤슨에게 벌금 500만원을 부과했다.
징계 수위에 대한 배경은 이렇다. 선수가 경기장에서 유니폼을 찢는 행위는 리그와 소속 구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 재정위는 “프로 선수가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을 저버린 것으로 중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되묻고 싶다. 김철욱의 행위, 하승진의 팔꿈치 사용은 프로 선수가 갖춰야 할 기본 덕목에 어긋나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명예와 품위 훼손이 과연 어긋난 스포츠맨십보다 죄가 무겁다고 할 수 있을까.
KBL은 1년전 김철욱에 대한 제재 내용을 발표하며 “경기장 내에서 발생하는 질서 위반행위 또는 스포츠 정신 위반 플레이에 대해서 현장에선 물론 경기 후에도 철저한 비디오 분석을 통해 엄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KBL 수뇌부가 리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팬들의 신뢰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