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vs 책] ‘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 vs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

기사승인 2018-03-1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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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vs 책] ‘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 vs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보호무역조치에 전 세계가 흔들리고 있다. 무역 전쟁이 일어날 분위기 속에서 한국이 직접적으로 받을 영향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특유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가 어디로 불똥이 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중국, 유럽연합(EU)이 보호무역조치의 영향을 받으면 간접적인 여파가 미칠 수 있고, 내년 경제 성장률이 낮아질 거란 지적도 있다.

트럼프는 왜 무역 전쟁을 일으켰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를 모두 읽는 것이 좋다. 현재 미국 경제의 상황과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정신 건강 분석을 통해 궁금증의 일부라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 ‘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

‘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는 현재 미국 경제 시스템의 문제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파헤치는 책이다. 글로벌 비즈니스 칼럼니스트인 저자 라나 포루하는 ‘만드는 자’(maker)와 ‘거저먹는 자’(taker)의 불균형이 지금 같은 경제 위기를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실질적인 경제 성장을 창출하는 사람, 기업, 아이디어 같은 ‘만드는 자’가 고장 난 시장 시스템을 이용해 자기 배만 불리는 ‘거저먹는 자’에게 예속된 불균형한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트럼프 대통령 역시 수십 년간 ‘거저먹는 자’에 속했던 대표적인 인물이다.

저자는 병들어 있는 경제 시스템의 원인이 ‘금융화’(financialization)에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화는 금융과 금융적 사고방식이 기업과 경제의 모든 측면을 지배하게 돼 버린 현상을 말한다. 현재 기업들이 연구개발 같은 장기적 투자 대신 금융 시장 내에서 수익을 추구하는 활동에 몰입하면서 실물 경제에 이바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이후의 애플, 금융 자회사인 GE 캐피털로 수익을 키우던 제너럴 일렉트릭(GE), 설비·안전에 대한 비용을 절감하다 역대 최악의 해양 기름 유출사고를 일으킨 석유회사 BP 등이 그 예다.

저자는 월스트리트가와 정부 고위급 인사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현재의 경제 시스템이 사람들의 신뢰를 저버린 이유를 찾는다. 그러면서 안전한 금융 시스템을 위한 규제와 모두가 마땅한 세금을 내는 세제 개혁, 공공과 민간의 협력 증진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

정신과 의사, 심리 전문가 들에겐 ‘골드워터 규칙’이란 것이 있다. 직접 대면해서 검사하지 않았거나 허가 받지 않은 특정 공인의 정신 건강에 관해 정신적 의견을 제시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수십 억 인구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는 큰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정신장애의 징후가 보인다면 전문가들이 경보를 울려야 한다고 말한다. 의사가 정치 상황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용기 있게 의견을 밝힌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는 27명의 정신 건강 전문의들이 전문가로서 트럼프 대통령을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가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나오고 있는 ‘정말 미친 건가, 아니면 미친 척 하는 건가’에 대해 근거 있는 답을 제시한 최초의 책이기도 하다.

단순히 트럼프에 대한 개인의 분노와 불만을 늘어놓은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풍부한 임상 경험과 함께 1980년대부터 대중에게 알려진 동영상과 인터뷰, SNS 등 다양한 기록물을 기반으로 트럼프를 분석하고 있다. “정신장애는 정당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전문가로서 자신들의 의무가 무엇인지 명백하다는 사실도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뿐 아니라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미국 국민들의 심리 또한 들여다본다. 미국인 상당수가 미국 안에서, 세계무대에서 좁아지는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고 싶은 욕구를 트럼프를 통해 표출했다는 분석이다. 자신들이 이뤄낸 진보와 성공, 기술 발전, 창의력 등의 역사에 대해 심취한 나머지 지켜야 할 가치를 망각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인들의 잘못된 선택 한 번이 모두의 생존과 미래를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책 전반에 녹아 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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