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의사들은 왜 전달체계 개편 ‘결사반대’ 했나

기사승인 2018-03-09 12: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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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전달체계 개편은 일명 문재인 케어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핵심정책방향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현 체계를 유지하며 보장성강화가 이뤄질 경우 수년 내 건강보험 재정은 파탄나고, 건강보험료 폭탄이 떨어져 국민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심지어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뒷걸음질 칠 수 있다고 전망하며,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정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의료서비스 이용방식이 달라지고, 의료기관들도 역량과 시설, 기능에 따라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일련의 개편과정에 상당부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계는 2년여간 ‘의료전달체계 개선협의체’를 운영했지만, 진료과목별 의견충돌과 병원계의 반대로 합의문을 도출하지 못한 채 협의체를 해산했다. 그리고 그 핵심에 외과계 1차의료기관이 있었다.


◇ 무엇이 문제인가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둘러싼 협의과정에서 쟁점이 된 사안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내과계에 비해 외과계 전문의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돼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병실을 운영해야하는지 여부다.

지난 7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개최한 ‘1차의료 외과계의 역할 재조명 및 정책적 제안 토론회’에서 외과계 의사들은 2가지 사안에 대해 일관된 주장을 펼쳤다. 두 문제는 연관돼있으며 보건의료체계 전반에 걸친 논의와 조정이 전재돼야 해결될 수 있다는 식이다.

구체적으로 터무니없이 낮은 급여책정으로 가벼운 상세에 대한 치료로는 의료기관을 유지하기가 어려운데다 전문의로써 대학병원 의사들과 견줘 습득한 지식이나 기술이 부족하지 않은 만큼 지금처럼 병실을 운영해 난이도 있는 수술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직접 비교가 쉽지는 않지만 대체로 외과계 수가는 내과계와 비교하면 낮다. 단적으로 내과계인 감기환자 외래초진 진료비는 1만4410원이다. 외과계 시술로 단순히 피부가 찢어져 봉합하는 단순창상봉합술 수가는 2.5㎝ 이하는 1만2790원, 2.5~5㎝는 1만4930원이다.

문제는 단순창상봉합술을 시행하는데 들어가는 노력과 시간, 치료재료 등의 비용에 있다. 외과계 의사들에 따르면 시술을 하기 위해 최소한 30분의 시간이 소요되며 일회용 장갑, 봉합에 사용되는 도구들, 보조를 위한 간호인력과 의사 본인의 노력이 수가에 모두 포함돼있다.

여기에 의료기관 종별 격차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부분의 개원의사들 또한 전문의 자격을 갖춘데다 대학병원 교수로 재직하다 일선에서 의원을 개설한 전문의들도 많아 기술과 경험, 지식에서 떨어지지 않고, 비용이나 입원일수도 병원보다 저렴하고 짧지만 환자쏠림이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외과 의사들은 왜 전달체계 개편 ‘결사반대’ 했나
◇ 어떻게 해야하나

일련의 문제에 대해 산부인과 전문의인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감기환자의 진료와 단순 창상환자의 진료가 같은 가격이 매겨지는 현실은 외과계 수가가 얼마나 낮은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한 전달체계 개편은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병규 대한비뇨기과의사회 학술위원은 “다양한 질환의 최소침습적 치료의 발전으로 비슷하거나 우월한 효과의 수술을 더욱 안전하고 간편하게 시행할 수 있다. 심지어 상급의료기관에 비해 건당 내원일수는 짧고 건당 요양급여 총액도 절반 이하지만 3차 의료기관으로의 쏠림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총무이사는 “외과 병실을 둬야할지 말아야할지를 논의하기에 앞서 정형외과가 입원실을 폐쇄하고 항문외과가 전문의 1명이서 낮 근무와 당직을 모두 서야하는 외과계 의료기관의 현실을 먼저 고민하고 해결해야한다”고 앞선 주장에 힘을 보탰다.

이에 김석영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원은 5가지 외과계 수술에 대한 종별 현황을 분석한 후 “자원이 낭비되지 않도록 효율적인 의료서비스를 전달하는 것이 올바른 전달체계”라며 “현재 동네의원부터 상급종합병원까지 동일한 환자를 대상으로 무한 경쟁을 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이어 “효율적인 의료전달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수술행위에 대한 현황을 먼저 파악하고 환자를 위해 공급자의 전문성이 최대화 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한다”면서 종별 기능의 분리를 위해 의료서비스 행위들을 좀 더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외에도 전문가들은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지금보다 더욱 특성화·전문화될 필요가 있으며 입원전담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 제도 활성화를 통해 외과계 전문의들의 진로 다양화와 개원경쟁 완화, 1차의료기관의 당직제도 및 2차 병원의 응급체계 공고화, 행위료에 포함된 재료비 등의 분리와 같은 적정수가 반영 등도 개선안으로 함께 제시됐다.

한편, 보건복지부 정통령 보험급여과장은 일련의 논의들에 대한 답변에 앞서 전달체계 논의가 마무리되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을 표하며, 정부의 전달체계 개편의지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보다 나은 의료전달체계를 함께 만들어갔으면 하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어 ▶원가 중심이 아닌 가치 중심 수가체계로의 전환 ▶영상·진단 대비 낮은 행위 및 진료·입원 수가 구조의 정상화 ▶외과계 교육상담료 신설 ▶행위난이도 등을 고려한 7개 질병군 포괄수가(DRG) 재검토 및 합리화 등을 통해 외과계의 어려움을 일부나마 해소해나가겠다는 방향성을 내놨다.

다만, 일련의 변화와 함께 전달체계 또한 개편이 이뤄져야하는 만큼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특히 의료계 내에서 가치 중심 적정수가의 기준과 근거를 제시하고, 개원가에서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의료행위의 범위, 감염과 같은 문제에 대한 고민도 같이 해달라는 바람도 함께 전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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