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계도 ‘미투’(#Me Too)…국내·외 제약사 잇달아 폭로

가해자는 경징계, 피해자는 사직…회사 내부에 피해자 보호막 필요

기사승인 2018-03-14 0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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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계도 ‘미투’(#Me Too)…국내·외 제약사 잇달아 폭로‘미투’(#ME TOO)운동이 문화계, 정치권 등 각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보건의료계에서도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건의료계는 보수적인 조직문화와 수직적인 체계로 인해 불합리한 사건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최근 이러한 문제들이 조직 밖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제약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잇따른 성폭력 사건들이 알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얼마나 더 확산될지 주목되고 있다. 

최근 미국계 제약사인 한국얀센에서는 사내 메일로 성폭력 사례가 돌았다. 7년간 영업부·의학부 등에서 근무하던 여직원이 퇴사를 하면서 겪었던 성폭력, 언어폭력에 대해 고발한 것이다. A씨는 메일을 통해 담당하던 의대 교수들이 신체접촉 등의 성희롱, 사내에서는 갖가지 여직원 점수메기기 등의 성폭력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앞서 일본계 제약사인 한국오츠카제약에서는 해외 워크숍에서 팀장급 남직원이 여직원에게 강제로 신체접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여직원은 한국으로 돌아와 올해 초 회사에 해당 사실을 알렸고, 진상조사를 진행한 회사측은 가해자에게 면직과 감봉조치를 처분을 내렸다.

미국계 제약사 한국화이자는 제약업계 종사자들의 익명 커뮤니티사이트를 통해 관리자급 남성 직원이 여직원들에게 십여년간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행한 사례가 공개됐다. 한국화이자제약 직원이라고 밝힌 A씨는 “십수년간 술을 마시면 포옹 하는 척하면서 여직원들 몸을 더듬던 지점장님이 결국 아무런 징계도 없이 도매로 발령을 받으셨네요”라며 “매년 꼬박꼬박 성희롱교육도 해주시고 화이자 불루북에 성희롱은 명백히 무관용 원칙이라고 명시해 놓고. 참 대단하십니다”라며 커뮤니티 게시판에 사측을 향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또 회사 직원이라는 B씨는 “도대체 왜 피해자는 강제 휴가 보내놓고, 가해자는 회사 잘 나와서 사진찍고 희희덕 거리는지 이해가 안되는 1인임”이라고 지적했고, C씨는 “우리회사 얼마전 성희롱한 000 결국 도매팀 감”이라고 폭로했다.

국내 제약사의 경우 2015년 S제약 N모 임원이 신입 여직원에 대한 성폭력으로 불구속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신입 사원 A씨는 연수기간 가진 회식자리에서 해당 임원이 어깨에 손을 올리는 등의 신체접촉이나 손등에 강제로 키스를 강요받는 등의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으로 피해자는 퇴사를 했지만 가해자는 경징계에 그쳐 또 다른 논란을 만들기도 했다.

성폭력이 남성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스위스계 제약사 한국노바티스에서는 지난해 여성 임원이 회식자리에서 남성 직원의 몸을 과하게 만지고, 임에 담기 어려운 행동을 시키는 등의 성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측은 사건이 접수돼 진상조사를 진행하려 하자 해당 여성 임원은 사직서를 내고 퇴사했다.

이처럼 제약계에도 성폭력 사례가 잇달아 고발되고 있지만 후속조치는 미흡한 상황이다. 대부분 가해자에게는 경징계 처분이 내려지는 반면, 피해자는 부서이동 등의 조치를 받게 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급이 높은 가해자는 대부분 자체 경징계 수준에 그치지만, 직급이 낮은 피해자는 단순히 부서이동, 업무변경 등의 조치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는 등 고스란히 2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문제가) 터져 나오는 것이 오히려 낫다. 사회적 분위기도, 업계 분위기도 이전과는 많이 바뀌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말 안하고 숨겨지는 것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문제는 전적으로 회사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보수적인 조직 문화에서 힘이 없는 피해자는 퇴사 등 2차 피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며 “단순히 성폭력 교육이 아닌 조직문화 개선이 우선적으로 필요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신분을 보장하는 보호체계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영업 중심의 제약업계에는 서로의 정보를 교류하는 다양한 커뮤니티가 다수 존재해 후속 성폭력 피해 폭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재도 K제약 등 몇몇 제약사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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