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케어 시대 ‘의료기술’, 제대로 평가될까

삶의 질·윤리도 의료기술평가에 적용…사회적 합의·근거창출 관건

기사승인 2018-03-24 0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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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케어 시대 ‘의료기술’,  제대로 평가될까

‘문재인 케어’시대에는 의료기술의 가치가 제대로 매겨질 수 있을까.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문재인 케어)와 함께 보건의료기술의 ‘가치기반’ 평가를 추진하는 가운데 ‘가치’에 대한 평가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 23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의료기술평가' 주제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NECA)이 주최한 연례 콘퍼런스에서 서영준 연세대 보건행정학 교수는 “가치기반 평가 체계에서 근거를 어느 정도로 충족해야 인정하고 수가에 보상할 것인지 명확히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케어는 환자의 본인부담 치료비인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가 핵심이다. 다만 정부는 모든 비급여가 급여항목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고 ‘예비급여’제도를 통해 3~5년간의 평가를 거쳐 차근차근 진입시킨다는 방침이다. 예비급여 추진 대상은 약 3800개 항목이다.

이에 따라 기존에 신의료기술 중심이었던 의료기술평가 영역도 확장된다. 보건의료재정이 한정돼있는 만큼, 이미 급여권에 진입한 의료기술이라도 안전성·효과성·경제성 등이 부족하면 급여권에서 퇴출시키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앞으로 시행되는 가치기반 의료기술평가에서는 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경제성에 사회적 요구를 더해 삶의 질, 윤리 등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NECA는 의료기술평가에 적용 가능한 가치평가 항목으로 ▲질병의 심각성 ▲대체기술 유무 여부 ▲삶의 질 ▲경제적 고려 ▲윤리성 ▲환자부담 ▲질병의 회귀성 ▲남용 가능성 등을 제시했다. 또한 바람직한 평가를 위한 근거개발 임상연구도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향성에 대해 의료·산업계 등에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서 교수는 “3800개 예비급여 항목을 진료의 난이도, 환자 중증도 등으로  정확하게 분류가 가능한지 의문이고 너무나 많아 혼란스러워 질까 우려된다. 또 ‘가치’라는 것은 소비자입장의 가치이고, 소비자 가치란 결국 정부가 대변하는 가치일 것이다. 그런데 이 정부의 가치와 공급자(전문가) 가치가 부딪혀 문재인 케어가 계속 진척되지 않고 있다. 접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가치평가 항목에 대해 “굉장히 철학적인 부분인데 어떻게 풀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재규 중앙대 의대 교수는 “국민 입장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나 가치중심 평가는 필요하지만 실제 정책화하는 단계에서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며 “현재 의학교육에서 근거나 가치에 대한 교육은 거의 부재하다. 또 연구자 입장에서도 근거를 창출하는 인프라가 국내에 미비한 상황이다. 학회마다 근거를 생산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지만 역량 차이가 있어 일률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이상적인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냉정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산업계에서도 예비급여에 대한 충분한 근거 마련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이상수 메드트로닉 전무는 “3~5년이 지난 시점에서 예비급여에 대한 충분한 근거가 자연스럽게 확충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아직 불확실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의료기술은 레지스트리 구축을 통해 다양한 이해당사자 참여 기반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손영래 보건복지부 예비급여과장은 “앞으로 공적체계에서 의료기술평가 기준이 상당히 많이 바뀔 것이다. 기존의 단순 평가가 상당히 복잡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보다 심층적인 평가가 필요한 항목의 경우 NECA에 의뢰해 평가하도록 준비 중이다. 또 가치의 속성이 무엇인가, 무엇을 가치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앞으로 함께 발전시키고 다양화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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