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로그인] 넥슨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까

기사승인 2018-03-24 05:00:00
- + 인쇄

“매출이 높으면 과금 유도가 세다는, 낮으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게임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이 같은 볼멘소리를 여러 차례 들었다. ‘결국 곱지 않은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모르겠다’는 의미다.

최근 모바일 게임 시장 동향을 보면 이 같은 불만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구글플레이 게임 매출 1위를 지키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이달 초 2위로 진입한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 지난 1월 4위까지 올랐다가 83위까지 하락한 넥슨의 ‘야생의 땅: 듀랑고’ 등에 대한 평가에서 드러난다.

리니지M의 경우 지난해 엔씨소프트 매출에서 모바일 게임 비중을 57%까지 급격히 끌어올린 ‘효자 타이틀’이지만 동시에 게임 플레이에 요구되는 일부 아이템의 중요성과 이를 얻기 위한 유료 과금 체계가 과도한 지출을 요구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반대로 검은사막 모바일과 듀랑고는 이용자 취향에 따른 캐릭터 꾸미기나 일부 편의 기능을 위한 유료 아이템 위주로 비교적 결제 유도 성향이 약한 ‘착한 과금’ 게임으로 꼽히면서 인기에 비해 매출 성적이 높지 않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검은사막 모바일의 경우 이용자 수에서 리니지M을 압도하지만 매출은 앞서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넥슨의 게임들을 보면 이 같은 서로 다른 요구를 만족시키는 다양한 전략이 눈에 띄는데, 동시에 한계점도 드러난다.

우선 23일 기준 구글플레이 매출 10위권 안쪽에 있는 넥슨 게임은 9위를 기록 중인 ‘오버히트’ 뿐이다.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3위까지 올랐고 올해 초까지 5위권 안쪽을 지키다가 최근 다소 순위가 떨어졌다.

이 밖에는 11위와 ‘액스’와 21위의 ‘피파온라인3’ 정도가 꾸준한 성적을 보이고 ‘열혈강호M(42위)’, ‘메이플스토리M(50위)’, ‘삼국지 조조전(61위)’, 듀랑고(83위), ‘스페셜솔져(84위)’ 등은 만족하기 어려운 수준에 머물고 있다.

넥슨의 이 같은 성적은 경쟁자로 볼 수 있는 국내 대형 게임사 넷마블, 엔씨와 비교되곤 한다. 넷마블은 다양한 모바일 게임 중 출시 후 1~5년가량 된 장수 타이틀 3종이 여전히 10위권 안쪽에서 버티고 있으며 엔씨는 비록 리니지M에 의존하고 있지만 1위 자리를 반년 이상 지켰다.

넥슨은 2015년 당시로써는 높은 수준의 그래픽을 갖춘 액션 RPG ‘히트’라는 흥행작을 배출한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그 뒤를 이을 ‘대박’ 게임을 내놓지 못했다. 노정환 전 넥슨 모바일사업본부장(현 네오플 대표)은 이를 두고 “뼈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후 넥슨은 지난해 7월 액션 RPG ‘다크어벤저3’를 시작으로 9월 MMORPG 액스, 11월 수집형 RPG 오버히트 등 신작을 쏟아냈고 올해 1월 횡스크를 액션 게임 열혈강호M과 샌드박스 MMORPG 듀랑고까지 연달아 선보이며 적잖은 반향을 이끌었다. 지난 1월 말경에는 이 중 4개작을 구글플레이 매출 10위권에 올리며 넷마블과 맞서는 모습도 보여줬다.

[게임 로그인] 넥슨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까

그로부터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넥슨의 성적은 신통치 않아 보이지만 각 게임별 특징을 따져보면 단순히 ‘뒷심 부족’으로 평가하기는 이르다.

최근 가장 우수한 성적을 보인 오버히트의 경우, ‘언리얼 엔진 4’ 기반의 고품질 그래픽으로 130여종의 영웅 캐릭터, 화려한 연출 등을 선보여 ‘영웅 수집’이라는 이용자 욕구를 자극,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특히 원작이 없는 독자 IP(지적재산권) 기반 턴제 수집형 RPG로 쟁쟁한 MMORPG들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인기 만화를 기반으로 PC온라인 액션 흥행작 ‘던전앤파이터’ 개발진이 탄생시킨 열혈강호M 역시 원작의 스토리, 인물, 스킬 등을 충실히 구현하면서 전투 액션의 ‘재미’를 적절히 섞는 전략으로 매출 4위까지 올랐었다.

단 열혈강호M은 원작 IP 의존적인 다수의 게임들이 기존 ‘팬’층으로부터 단기간에 매출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것과 다소 다른 모습을 보였다. 게임 내 유료 재화를 게임 플레이만으로 획득할 수 있도록 하고 캐릭터 성장을 쉽게 함으로써 노골적인 과금 유도와는 선을 그었다.

이는 지난해 MMORPG 액스가 유료 아이템 구입 없이도 다른 이용자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과금 체계를 앞세워 2개월 이상 10위권을 지키고 지금도 11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한 것과 같은 전략이다. 이는 독자 IP 기반 MMORPG 중 최고 성적이기도 하다.

‘착한 과금’ 전략은 듀랑고에서 극대화 됐다. 공룡이 존재하는 가상 세계에서 생존하는 자유도 높은 샌드박스 게임이라는 차별성과 함께 게임 밸런스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유료 아이템 구성으로 ‘매출보다 게임성’이라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다. 1개월 만에 11만개 이상의 ‘부족(게임 내 공동체)’이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를 모았지만 매출 순위에서는 드러나지 않는다.

이처럼 세분화된 넥슨의 전략은 넷마블과 엔씨에서는 상대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넷마블 게임 대부분은 비슷한 형태의 과금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엔씨의 경우 리니지M 외에 유의미한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렵다.

이와 관련 박재민 넥슨 모바일사업본부장은 “넥슨은 차별화된 게임성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이어오고 있다”며 “게임 본연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많은 분들이 오랫동안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을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넥슨이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분명히 남아있다. 게임 자체의 완성도가 매출과 정비례하지는 않지만 완전히 무관하지도 않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이를 동시에 만족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과금 유도가 강하지 않으면서도 확실한 성적을 내고 있는 검은사막 모바일이 좋은 예다. 압도적인 인기로 게임성과 상품성을 동시에 잡아야 ‘대박’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