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vs 책] ‘그리고 당신이 죽는다면’ vs ‘실험하는 여자, 영혜’

기사승인 2018-04-2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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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vs 책] ‘그리고 당신이 죽는다면’ vs ‘실험하는 여자, 영혜’

아이들의 호기심은 끝이 없다. 가끔 지하철에서 창밖을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어린 아이들을 보면 ‘뭐가 그렇게 신기할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꼬리를 무는 자녀의 질문에 하루 종일 시달렸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궁금한 것들을 계속 묻다가 그만 좀 물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도 떠오른다.

누구에게나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한 시절이 있었다. 그 많던 호기심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나이를 먹을수록 호기심은 자연스럽게 어딘가로 사라졌다. 궁금한 것들이 점점 사라지고, 안다고 믿는 것들이 늘어간다. 정말 궁금한 것 대신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알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음 두 권의 책은 죽음과 일상을 테마로 다양한 실험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퀴퀴한 냄새가 나는 과학실 실험은 아니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상상 실험을 하거나, 일상에서 직접 체험하는 실험들이 대부분이다. 각 챕터의 실험 주제가 기괴하면서도 발랄해 어려운 내용이 섞여 있어도 읽게 하는 힘이 있는 것이 장점이다.


△ ‘그리고 당신이 죽는다면’

책 표지에 적힌 ‘괴짜 과학자들’과 ‘기상천외한’이라는 수식어만큼 진부한 문구도 찾기 힘들다. 대부분은 독자들이 과학과 실험에 대한 내용을 재미있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파한 상태에서 그럼에도 흥미를 끌기 위해 온갖 과장된 표현을 동원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그리고 당신이 죽는다면’을 읽다보면, 그것이 오히려 부족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두 명의 미국인 저자는 지금껏 아무도 경험해본 적 없는 죽음에 관한 허무맹랑한 질문들을 가장 과학적으로 설명해보기로 결심한다. 지금까지 인류가 쌓은 모든 지식을 동원해 우리가 맞닥뜨릴 수 있는 45가지의 죽음 시나리오를 작성하기로 한 것이다.

저자가 떠올린 죽음 시나리오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들이다. 종이에 베여서, 모기에 물려서, 비행기가 추락해서 죽는 건 예사다. 이들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침대에 누워 있다가도 죽고, 책을 읽다가도 죽는다. 실없이 느껴지는 발상과 상상력 가득한 호기심을 어떻게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그려내는지가 가장 흥미로운 포인트다.


△ ‘실험하는 여자, 영혜’

저자는 공대 출신의 과학 분야 기자다. 모든 것을 과학적으로 사고할 것만 같은 전문가 느낌이 물씬 풍긴다. 하지만 ‘실험하는 여자, 영혜’에 본격적인 과학 이야기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저자가 매일 과학에 대한 기사를 써내면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긴 궁금증들을 직접 해결해가는 과정을 다룬다. 그렇게 시작된 사소한 질문들을 검증하는 38편의 실험들이 책을 가득 채웠다.

저자는 작은 궁금증에서 시작한 질문들을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무대로 풀어낸다. 예를 들면 ‘맛있게 먹으면 0㎉’, ‘0.2초 만에 거짓말 구분하기’, ‘늦잠 자는 건 유전자 때문’,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의 진실’ 등이다. 교양 분야보다는 에세이에 가까울 정도로 1인칭 시각에서 과학적 지식을 설명하기 때문에 친숙하게 느껴진다. ‘과학’을 어렵고 지루하게 느끼는 독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에 가장 좋은 책이지 않을까.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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