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농심(農心) 못 읽은 쌀 생산조정제

기사승인 2018-04-2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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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농심(農心) 못 읽은 쌀 생산조정제천양현격(天壤懸隔)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하늘과 땅처럼 현저한 차이를 뜻하는 말로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이나 환상 등을 비꼬는 말로 사용된다.

정부가 쌀의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한 쌀 생산조정제가 그 예다. 해당 정책은 쌀을 짓던 논을 콩이나 옥수수 등 다른 작물을 심는 밭으로 바꿀 경우 농민에게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1㏊ 당 지급되는 보조금은 연간 340만원으로 2년간 한시적으로 지급된다.

이는 소비 대비 과도하게 생산되는 국내 쌀 생산량을 잡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 3년간 국내 연평균 쌀 생산량은 417만톤으로 적정 수요량인 370만톤을 넘어섰다.

그러나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것과는 달리 올해 2월초부터 받은 혜택신청에 농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신청이 부진하자 3월 말까지였던 기간을 이달 20일까지로 늘렸지만 혜택을 신청한 농가 재배면적은 목표의 65% 수준에 불과한 3만2500㏊에 그쳤다.

아서 정부는 쌀 공급량 감소를 위해 2003년에는 쌀 생산조정제, 2011년에는 논소득기반다양화사업이라는 이름의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쌀 생산조정제는 참여한 농지가 상당 부분 한계지의 저위생산 논이었기 때문에 의미있는 생산감축효과 보지 못했다. 논소득기반다양사업은 벼 대신 재배한 신선채소가 늘어나며 가격이 급격히 하락한데다 쌀 자급률마저 떨어지며 사실상 무위로 끝났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연이은 정책실패의 원인이 농심(農心)을 헤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기준 농촌인구 중 70세 이상은 전체의 30.1%에 달하며, 65세 이상은 42.5%나 된다. 실제 농촌 노동인구의 절반 이상이 이미 고령화된 것이다. 짧게는 십년에서 길게는 수십년간 쌀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이 2년간 얼마 되지 않는 보조금을 받기 위해 생업을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적이지 않다.

여기에 ‘쌀수매제’를 유지하는 것도 문제다. 쌀 수매재는 가격 유지를 위해 세금으로 쌀을 사들이는 정책으로 정부는 지난해 쌀값이 80㎏ 한 가마당 12만원으로 떨어지자 7200억원을 들여 쌀 37만톤을 사들였다. 급격한 매입으로 쌀 가격은 반등해 현재는 예넌보다 비싼 가마당 17만원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쌀 생산조정제를 독려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쌀 가격을 보전해주는 쌀 수매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에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국민 세금으로 처리된다.

쌀 가격과 공급과잉은 수년간 이어져왔다. 쌀 자급률과 농민들의 생업이 걸린, 중차대하며 예민한 문제다. ‘일단 해보고’라는 식의 정책추진은 곤란하다. 충분한 고민과 예측이 수반되길 바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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