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축산업 구조 이대로 괜찮은가

입력 2018-04-26 00: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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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축산업 구조 이대로 괜찮은가최근 일부 산란계 농장에서 사육하는 닭의 외부해충(진드기, 벼룩, 이) 등을 구제하기 위해 사용된 살충제(비펜드린, 피프로닐 등)가 허용기준치를 초과하면서 발생한 '살충제 계란 파동'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는 비단 산란계만의 문제로 끝난 것이 아니라 신선농산물과 축산물을 비롯한 농업전반에 대해 의심의 눈길이 많아짐과 동시에 국민에게 농축산물에 대한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사태에 이르고 있다.

지난 사태의 근본원인으로 밀식사육을 하는 우리 축산현실에 대해 많은 지적들이 있었다.

축산업의 허가기준에 따라 축종별 마리당 가축사육시설 면적을 보면 비육우(계류식)는 5.0㎡, 돼지(비육돈) 0.8㎡, 닭(산란계) 케이지 0.05㎡/마리, 평사 9마리/㎡ 등으로 아주 밀식으로 사육할 수 있는 구조다.

이러한 밀식 사육은 질병의 근원이 될 수 있다. 밀식사육으로 인해 폐사율이 증가하고 사료효율이 떨어질 수 있으며, 질병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적인 요인이 증가한다.

사람은 몸을 깨끗이 하기 위해 목욕을 한다. 가축도 마찬가지다.

닭은 목욕을 위해 흙이나 모래가 필요한데 지금의 케이지식 산란계 사육시설은 그렇지 못하다.

좁은 케이지 면적과 아파트식 시설구조로 인해 질병이 쉽게 발생하고 전파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사육되는 산란계는 약 25개월 동안 사료와 물을 먹고 알을 낳는 일만을 반복해서 한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동물에게도 매우 치명적이며, 결국 건강하지 않는 닭이 낳은 계란도 건강할 수가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축산업의 사육방식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 해보아야 한다.

옛날로 돌아가 평사에 의한 사육밀도를 적정하게 유지하고 유정란을 생산하는 것이 국민의 건강증진과 양계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항구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에서는 동물복지와 가축위생에 대한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의식전환을 위해 '깨끗한 농장 가꾸기'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국민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축산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으로 축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동물복지인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동물복지인증 축산물은 자유로운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라기 때문에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높아 항생제 등 동물약품 섭취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현재 인증을 받은 농가는 전체의 1%(산란계 농장 84개, 양돈 농장 10개, 육계 농장 6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책의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여전히 대다수의 농가에서는 적은 면적에서 많은 두수를 밀집 사육하여 이익을 창출하고자 한다.

쉽게 변하지 않는 사육형태를 전환하기 위해서는 동물복지인증 농장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인증 농축산물에 대해선 보다 좋은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며, 지속적인 홍보와 관심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농장에서부터 스스로 건강한 축산경영을 실천한다면 가축 질병으로부터 해방과 함께 인정받는 좋은 축산물이 생산될 것이며 농가소득으로 되돌아 올 것이라고 믿는다. 

최근 몇 년간 반복되는 동절기 AI(조류독감)와 하절기 구제역이 축산농가와 축산관련종사자를 괴롭히고 있다.

또한 감염으로 인한 살처분과 방역·소독을 위해 투입되는 경제적 비용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이런 질병의 발생원인은 축산업의 취약한 구조에서 온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축산업의 생산구조를 과연 이대로 계속 가지고 갈 것인지 아니면 선진화된 친환경 축산업의 형태로 변화해 나갈 것인지는 축산관련종사자 모두에게 직면한 큰 과제이다.

정부에서도 매년 반복되는 국가재난형 질병의 시행착오를 방지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세밀하고 실행가능성이 높은 대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안전한 농축산물은 국민의 건강한 삶을 더욱 건강하게 보장해 줄 것이다.
 
어릴적 시골에서 볼 수 있었던 어미닭이 자연부화를 통해 유정란을 생산하고 그 계란으로 계란찜을 먹었던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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