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옥중편지 “김경수, 사실상 사건의 ‘주범’…매크로 존재 알았다”

기사승인 2018-05-18 09: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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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옥중편지 “김경수, 사실상 사건의 ‘주범’…매크로 존재 알았다”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처음부터 관여,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된 김동원(필명 드루킹)씨는 변호인을 통해 17일 조선일보에 편지를 보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김씨는 “사건을 축소하고 모든 죄를 저와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에 뒤집어씌워 종결하려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며 “저는 목숨을 걸고 진실을 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김 후보가 댓글조작 사건의 주범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지난 2016년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 관계자로부터 지난 2007년 대선에 사용됐던 ‘댓글기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며 “같은 해 9월 김 후보가 경기 파주의 제 사무실로 찾아왔을 때, 댓글기계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 달 댓글기계에 대항하기 위한 매크로 프로그램을 만들 것을 결정했다”며 “김 후보에게 프로토타입으로 작동되는 모바일 형태의 매크로를 직접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씨는 “김 후보에게 ‘이것을 하지 않으면 다음 대선에서도 진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다. 다만 의원님의 동의가 없다면 저희도 할 수 없다’고 말하자 김 후보는 고개를 끄덕였다”고 이야기했다. 김씨는 “김 후보는 기계를 보여준 것에 대해 ‘뭘 이런 걸 보여주고 그러냐. 그냥 알아서 하지’라고 말했다”며 “우리의 첫 만남부터가 극히 위험요소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공작을 직접 보고 받고 살폈다는 주장도 있었다. 김씨는 “매일 같이 작업한 기사들의 목록을 김 후보의 텔레그램으로 보고했다”며 “김 후보는 보고된 기사의 댓글 중 (당시 야권에 유리한) ‘선플’이 베스트가 돼 있지 않으면 이유를 묻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인사 문제와 관련 김 후보에게 속았다는 언급도 나왔다. 김씨는 “경공모는 경선에서 무척 애썼기 때문에 김 후보에게 지난 2월 두 명의 이력서를 전달하고 중앙선거대책위원회(중앙선대위)에 포함시켜 주기를 부탁했다”며 “한 명은 중앙선대위에 들어갔으나 다른 한 명은 김 후보가 알아보겠다고 해놓고 누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누락됐던 분을 대선 후 ‘일본대사’로 추천해주실 수 있냐고 물었는데 거절됐다”며 “이후 김 후보로부터 소개받은 한모 전 보좌관을 통해서 ‘특1급자리를 추천해 줄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김씨는 “‘인사 추천을 부탁하지 말라’고 김 후보가 말했다면 부탁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김 후보는 저와 경공모 회원들을 이용하기 위해 7개월 이상 인사문제로 속여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전 보좌관이 교묘하게 돈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김씨는 “저에게 뜬금없이 문자가 왔다. 한 전 보좌관이 아내에게 보내는 텔레그램 메시지였다”면서 “‘돈을 넣었는데 모자라는 건 나중에 들어간다더라’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 후보와의 관계를 생각해 생활비로 쓰라고 500만원을 보냈다”면서 “그런데 그 뒤 비누 선물을 하자 (한 전 보좌관이) 집에 가서 포장을 다 뜯어본 후 돈이 아니라고 세 번이나 전화를 걸어 비누를 준 회원에게 욕을 했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한 전 보좌관은 이후에도 김씨 또는 경공모 회원에게 돈을 요구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김씨는 “지난 3월17일 이러한 문제를 김 후보에게 텔레그램 문자로 거론했다”며 “피해자들의 ‘항의’에 가까운 것이지 협박한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댓글을 작성, 추천하고 매크로를 써서 물의를 일으킨 점을 깊이 반성한다”면서 “이 사건의 최종 지시자이며 보고를 받은 자, 책임자인 김 후보도 우리와 함께 법정에 서서 죗값을 치르기를 권한다”고 밝혔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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