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까지 결핵 환자 돌봄이 우리 임무”

본지 국립목포병원 보도 후… 김천태 병원장 “결핵 퇴치 마지막 보루, 갈 길 멀다”

기사승인 2018-05-20 00:07:00
- + 인쇄

 

국내 결핵 치료의 중추는 국립목포병원과 국립마산병원 두 곳이다. 보건복지부 직할 병원으로써 이들 병원은 민간에서 감당하지 못하는 결핵 환자들을 돌본다. 이곳에 입원해 있는 상당수 환자들은 민간에서 손사래를 치는사람들이다. 주민등록증이 말소됐거나 이렇다 할 거주지도 없는 사실상 행려자에 가까운 이들이 최후에 이들 병원에 온다.

의료진은 때때로 이들에게 막말과 욕설을 들으면서도 결핵 퇴치에 집중한다. 물론 의료진도 사람이기에 고약한환자들 때문에 맘고생을 하는 일도 적지 않다. 술을 먹고 담배를 피우다 세 번 적발되면 퇴원 조치를 한다는 규정에도 불구, 병원을 나서면 딱히 갈 곳이 없는 환자들을 쉬이 내치지 못한다.

그리고 그 중에는 중국 등 타국에서 온 결핵 환자들도 섞여있다. 종종 사정을 모르는 외부에서 굳이 세금으로 이들까지 치료해줘야 하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김천태 병원장(57·사진)은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고개를 휘휘 젓는다. 그는 말한다. “결핵에 걸린 외국 환자를 내보내면 우리 국민들에게 퍼뜨리게 된다. 끝까지 감염병을 막는 게 국가 결핵병원의 역할이다라고.

결핵 최후까지국가결핵병원의 임무

“최후까지 결핵 환자 돌봄이 우리 임무”

- 본지 보도 후 변화가 있었나.

(본지는 지난해부터 국립목포병원의 열악한 의료실태를 보도해왔다. 결국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목포병원의 시설 개선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후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그리고 행정안전부가 이러한 목소리에 화답, 인력 및 시설 개선·확충을 진행 중에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국립목포병원의 시설 여건이 미흡하다고 판단, 다재내성결핵 시설 건립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시설을 위한 기본 및 실시 설계비 14억 원이 복지부 예산에 반영, 기재부로 보고됐다. 현재는 시설 개선 작업이 한창이다.

- 간호 인력이 다소 늘었다고 들었다.

간호사 3명과 간호조무사 6명이 늘었다(증원된 인력을 포함하면, 현재 병원에는 간호사 41명과 조무사 8명이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 향후 간호간병서비스가 이뤄지도록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시설 및 인력 기준이 맞는지 평가 후 통과되면 오는 71일부터 서비스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아직도 미흡한 건 사실이다. 병동이 제대로 유지되려면 최소 40여명의 추가 인원이 필요하다. 복지부, 행안부와 인력 추가 확보를 위해 논의 중이다.

- 인원이 증원됐어도 전 병동에 간호간병서비스를 적용키는 어렵지 않나.

71일부터 간호간병서비스를 적용케 되면, 병동 운영을 기존의 4개에서 3개로 축소할 예정이다. 이렇게 하면 현재 인력으로 1개 병동에선 간호간병서비스가 가능하다. 물론 9명이나 인력이 한 번에 증원된 것도 개원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전까지는 병동별 간호 인력이 7명뿐이었다. 야간에는 근무자가 각 병동마다 1명씩밖에 없어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의료공백이 발생했었다.

- 쉽지 않은 상황인 것 같다.

의료진들이 더 나은 여건에서 근무를 해야 환자들이 제대로 된 간호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병원 의료진은 너무 많은 업무를 소화한다. 일례로 전산 차트입력만해도 그렇다. 의료 업무를 전산화하면서 되레 업무가 가중됐다. 때문에 간호 인력이 컴퓨터에 기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작 간호 업무를 못하곤 했다. 현재는 인력이 늘어서 로테이션이 돌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인력이 되긴 했다.

- 외국인 환자 치료에 대한 비판도 일부 있더라.

더러 치료를 위해 입국하는 외국인 환자들이 일부 있다. 예산 낭비가 아니냐고 한다. 감염병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들을 적극적으로 치료 및 보호하지 않으면 자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때문에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지자체에선 돈을 들여 의료관광도 시켜주지 않나. 한국은 세계 각국에 원조를 하고 있다. 같은 개념으로 국내에 유입된 감염병 질환 환자를 좀 더 적극적으로 관리를 하는 데 소요되는 돈은 국제 원조액에 비하면 극히 적은 액수다. 일례로 중국에서 온 환자들을 보자. 한중 양국이 상호 윈윈을 위한 외교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지 않다. 예산 낭비라는 시선은 안타깝다.

-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보건의료계에선 향후 북한 의료 지원 이야기도 나온다. 북한은 결핵에 취약한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 결핵은 매우 중차대한 문제다. 결핵 등 북한과의 보건 이슈가 발생하면 경험이 많은 국립목포병원과 국립마산병원의 의료진이 현장에 파견돼 체계적인 결핵 관리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현재의 국가결핵병원의 시설 및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 국가결핵병원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민간에서도 결핵환자를 돌볼 수 있지 않나.

결핵 퇴치 수준까지 발전해도 끝까지 그 역할을 하는 게 국가결핵병원의 임무다. 결핵 환자가 감소하면 민간병원에선 사실상 결핵 환자 관리가 어렵다. 민간의료기관에서 진료를 하고 민간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환자를 우리가 돌본다. 때문에 최후의 보루로써 철저한 준비와 시설이 마련돼야 한단 얘기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