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개혁 외쳤지만 개혁 없는 면세점 개편안

기사승인 2018-05-29 05:00:00
- + 인쇄

[기자수첩] 개혁 외쳤지만 개혁 없는 면세점 개편안

면세점 제도 개선 TF가 최종적으로 제도 개선 권고안을 내놓았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특허 보장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중소기업은 특허 연장이 15년까지 가능해진다. 또 신규특허 조건도 약간 바뀌었다. 

그러나 이 최종안은 최소한의 손질만 실시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미해결된 반쪽짜리 개편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여전히 시장 사업자들을 선정하고 평가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구조 자체는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취지가 무색하다는 것이다.

TF는 먼저 특허연장이 안 되었던 것을 대기업은 1회, 중소기업은 2회 가능하도록 했다. 그동안 5년으로 규정되었던 특허규제에 사업의 불안정성이 컸던 업계의 시름을 조금 덜어 주었다. 그럼에도 면세사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기에 아쉽다.

TF는 관세청이 가진 신규특허 발급 결정 권한을 민간 중싱의 면세점제도운영위원회로 넘기도록 권고했다. 정부가 자의적으로 면세점 수를 늘리는 폐단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위원회가 어느 정도의 투명성을 갖게 할지, 규제하는 장치는 어떤 것으로 둘지는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면세점 개편안에 따라 신규특허 발급기준도 약간 바뀌었다. 예전에는 발급기준의 첫 번째 조건이 전년도 전체 시내면세점 이용자 및 매출액에서 외국인 비중이 50% 이상을 넘는 것이었고, 두 번째 조건이 광역지방자치단체별 외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보다 30만명 이상 증가했을 때였다.

이번 개편안에는 외국인 비중 기준을 없애고 시내면세점 매출액이 3년 연속 10%가 넝머야 한다는 조건을 넣었다. 조금 더 완화했다고 볼 수 있지만 사실 박근혜 정부 시절 석연치 않은 자료를 들이밀며 면세점 특허를 늘린 것을 고려할 때 이 방법이 완벽하지는 않다.

결국 이번 면세점 개편안은 최소한만 손질한 것이라고 지적될 만하다. 지금까지 정권이 바뀌면서 명확하지 않은 기준으로 매번 선정과정에서의 비리가 제기됐던 면세점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면세점 제도개선 공청회에서는 지금의 특허제를 보완하는 개선안과 등록제를 가미한 특허제, 경매제 등이 논의되었다. 등록제와 경매제는 정부의 입김이 강했던 면세점 사업에 민간 영역의 논리가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신규 면허 수를 제한하지 않는 등록제나 경매제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 보아야 하는 수순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걸림돌이 되는 규제들을 따져보고, 이를 과감히 없애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면세점 제도를 선보게 된 계기에 비추어 보면 결과가 더욱 아쉽다. 감사원 조사 결과 특허 심사에 실제로 정부의 입김이 개입해 있었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인데, 결국 특허 기간을 연장하는 것 이외에 획기적으로 달라진 점 없이 보수적으로 결정해 버려 제도 자체의 문제는 상존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앞으로 정부는 면세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진정한 방안은 무엇인지 조금 더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첫 술에 배부르기는 어려울 수 있다. 앞으로 업계의 의견을 경청해가며 병폐를 없애고 정부의 입김도 줄여 가는 모습으로 사업자들과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아야 할 것이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친절한 쿡기자 타이틀
모아타운 갈등을 바라보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점을 둔 도시 정비 사업 중 하나인 ‘모아타운’을 두고, 서울 곳곳이 찬반 문제로 떠들썩합니다. 모아타운 선정지는 물론 일부 예상지는 주민 간, 원주민·외지인 간 갈등으로 동네가 두 쪽이 난 상황입니다. 지난 13일 찾은 모아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