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중국 동북3성 독립운동 사적지를 가다.

입력 2018-05-30 12: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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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 후손에게 말로만 들어왔던 선조들의 발자취를 직접 확인해봄으로써 자긍심을 느끼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교원들을 참여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는데, 학교현장에 올바른 독립운동사가 확산되고 학생들의 역사적 자긍심과 올바른 역사의식 함양에 도움을 주기 위해섭니다”

5월27일부터 31일까지 4박5일간 ‘독립운동 순례길 해외탐방단’을 꾸려 중국 만주로 떠난 경북도독립운동기념관 김지훈 교육문화부 차장은 독립운동 사적지 답사에 대한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12년간 총 19차례 독립운동 사적지 해외탐방 사업을 담당해온 그는 “탐방 일정이 진행되면서 선조들의 나라사랑과 희생정신에 대한 숭고한 정신을 이해해 나가는 참가자들의 모습을 생생히 확인할 수 있었다”고 소회했다.

이어 “자신이 독립운동가의 후손인지 아닌지가 중요하지 않았고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두 공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매년 만족도는 100%”라고 설명했다.

또 “교원들은 전공이 역사이든 역사가 아니든, 진지하게 경청하는 모습을 보이며 ‘왜 지금껏 모르고 살아왔나’하는 놀라움을 나타냈다”며 “반드시 학교로 돌아가 학생들에게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생생하게 전하겠다는 의지와 다짐 등을 보았다”고 덧붙였다.

김 차장의 설명에 따르면 사실상 경북도독립운동기념관의 독립운동 사적지 탐방 사업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반면 그는 점차 사라져가는 중국 현지 독립운동 사적지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전했다.

김 차장은 “중국의 경제발전과 현지사정에 의해 동북3성 곳곳의 주요사적지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표지석, 안내판 하나 없는 사적지들, 중국과의 외교적인 문제로 방문에 제약이 생기는 사적지들로 인해 큰 아쉬움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르포]중국 동북3성 독립운동 사적지를 가다.

육사 이원록 선생의 딸인 이옥비 여사 등 광복회 경북도지부 회원들을 포함한 31명의 ‘독립운동 순례길 해외탐방단’은 중국 장춘, 길림, 하얼빈 등 동북3성을 답사했다.

일정 첫날 장춘에 도착한 탐방단은 위황궁을 둘러본 뒤 길림감옥터, 대동공장터, 만보산 사건 토구회 개최지, 석주 이상룡 선생 순국지인 지린성 쑤란시 이도하향 소과촌을 차례로 둘러봤다.
 
이후 하얼빈으로 이동한 탐방단은 731 세균부대, 안중근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하얼빈역 등을 찾았다.

그리고 석주 이상룡 선생이 소과촌에서 생을 마감한 뒤 유해가 옮겨진 하얼빈 취원장과 동북항일기념관, 안중근의사 기념비가 있는 조린공원, 성소피아성당 등을 둘러봤다.

특히 탐방단은 독립운동 사적지 답사 중 석주 이상룡 선생의 유해가 최초 발견됐던 소과촌에서 엄숙한 분위기 속에 묵념을 올려 주위를 숙연케 했다.

이 선생은 1911년 독립의 굳은 의지를 품고 만주로 향해 수많은 독립운동의 업적을 남긴 후 1932년 5월 75세 일기로 소과촌에 묻혔다. 이후 5년 뒤 조카인 이광국과 이광민에 의해 하얼빈 취원장으로 옮겨졌고, 1990년에서야 고국으로 돌아와 대전현충원을 거쳐 서울국립현충원에서 안장됐다.

70년 전 나라를 찾기 위해 이역만리에서 혼신을 다하던 그는 죽어서도 고난의 행군을 멈추지 못한 것이다.

“광복이 되기 전까지 유해를 조국으로 가져가지 말라”는 이 선생의 유언이 인솔자의 의해 낭독되자 탐방단 개개인의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탐방단원들은 “중국과의 외교적인 문제로 인해 만주벌판에서 조국 독립에 몸담은 수많은 인물을 당당하게 기릴 수 없는 상황이 개탄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경북도독립운동기념관은 오는 9월까지 총 6회에 걸쳐 국내·외 등 총 6회 독립운동 사적지 탐방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중국 동북3성 외에도 임청각 등 국내 사적지와 중국 심양, 단동, 백두산, 화룡을 포함한 국외 사적지를 찾아 선열들의 호국안보와 애국·애족정신을 함양할 방침이다.

중국 하얼빈=권기웅 기자 zebo1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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