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 이어 상급병실료 급여화도 주춤?

의협, “우선순위 아냐” vs 정부, “의협만의 생각”

기사승인 2018-06-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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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이 삐걱대고 있다. 첫 발을 땐 지금까지는 당초 설계된 속도에 맞춰 얼추 추진되는 모양이지만, MRI 급여화는 물론 오는 7월로 예정된 상급병실료 급여화 계획은 차질이 생길 수도 있을 전망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의 핵심인 ‘비급여의 급여화’는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은 한 의료기관을 찾아 현장에서 직접 정책방향을 설명하며 힘을 실었던 정책이다. 그러나 그 시작인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부터 혼란스러웠다.

지난달 30일에는 MRI 급여화 논의를 위한 회의가 돌연 취소됐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 이하 의협)가 논의에 참석하려던 학회들의 마음을 돌려세우며 회의를 무산시켰다. 자신들을 제외하고 학회와 직접 논의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취지다.

나아가 같은 날 의협은 비급여의 급여화를 비롯한 건강보험정책을 심의·의결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탈퇴를 선언했다. 건정심의 인적구성이 의료계의 전문가적 견해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라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건강보험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료계와의 논의를 거쳐 합의가 이뤄졌다’는 정부 혹은 시민·사회·환자단체의 명분을 제거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유도하거나 배격하겠다는 뜻이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그동안 의료계가 아무리 반대해도 결과는 논의가, 합의가 이뤄졌다며 통과되기 일쑤였다. 회의에 참석해 (의료계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요에 따라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것도 용기”라며 차라리 잘된 일이라는 평가하기도 했다


건정심 탈퇴와 함께 의협은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부터 추진된 ‘상급병실 급여화’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내놨다. 최대집 회장은 MRI 급여화 반대 기자회견에서 “2·3인실 급여화를 왜 해야하나. 건보재정에 한계가 있고, 재정은 국민 혈세다. 아껴서 꼭 필요한데 써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2·3인실은 급여화 할 필요가 없으며 필요한 사람이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하면 된다. 국민의 건강보험료를 마치 쓰레기처럼 버리는 2·3인실 건강보험급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급여화가 필요한 필수의료가 아닌 환자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중증질환이나 희귀난치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 진료비 부담에 허리가 휘는 여타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아야하고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많은 상황에서 한정된 재원을 환자의 편의를 위해 쓰는 것은 ‘낭비’이며 비급여의 급여화가 의학적 판단에 따른 우선순위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근거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보건복지부는 생각이 다른 듯하다. 입법예고도 끝난 상황에서 의협을 제외한 여타 직역이나 시민사회단체 등 다수의 의견은 상급병실료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만큼 원안대로 7월에 시행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손영래 예비급여과장은 “상급병실료는 의협이 이야기하는 기호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의 병상가동률이 90%이상으로 건강보험 병상수(4인실)를 넘어 환자가 원하지 않아도 밀려 상급병실에 입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의학적 전문분야에 있어서는 의료계의 의견을 당연히 존중해야하지만, 보장성에 있어서 의협은 의견을 제안하는 여러 이해구성원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며 “전체적인 사회분위기 속에서 필요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의견을 접수했지만 수용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MRI 이어 상급병실료 급여화도 주춤?
이 같은 결정에 따라 복지부는 오는 6월 8일로 예정된 건정심에 지난달 17일까지 진행된 입법예고안대로 상급종합병원 2인실의 50%, 3인실의 40%, 종합병원 2인실의 40%, 3인실의 30%만을 환자가 부담하는 내용을 보고하고 7월 시행하겠다는 뜻을 전할 계획이다.

그렇지만 건정심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정책의 경우 서비스공급자인 의료계의 협조 없이는 추진하기가 어려운 사안들이 많아 의료소비자 대표인 시민·사회·환자단체와 정부관계자로만 구성된 건정심에서 건강보험정책을 의결하는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상급병실 급여화의 경우 대형병원들의 협조가 불가피한 사안인 만큼 대한병원협회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게다가 상급병실료 급여화에 따라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이 심화되고, 장기입원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더해져 복지부의 계획대로 쉽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병원계 관계자는 “적정수가 보상과 연계한 수가협상에서 제시된 수가인상률과 정부가 보인 태도에 대한 병원계의 불만이 높은 상황”이라며 “임영진 회장은 실망을 넘어 절망이라는 표현까지 한 상황에서 보상에 대한 약속만을 믿고 손실을 감수하는 결정을 할지 의문”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반면, 복지부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한 복지부 관계자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봐야겠지만 (환자들이) 입원을 하기 위해 대형병원을 가는 것은 아니다. 입원은 처치나 시술을 받으며 발생하는 부수적인 요인”이라며 쏠림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아울러 “병원 또한 처치나 시술 후 일정 수준이상 회복되는 1~2주 이내에 퇴원을 시키는 경향이 많고, 병상가동률도 100%에 육박해 불필요한 장기입원 또한 발생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판단한다”면서 “다만 병원이나 의원은 양태가 다를 수 있어 순차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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