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커지는 면세점 선정 의혹...이번에도 정부 맘대로?

기사승인 2018-06-1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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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커지는 면세점 선정 의혹...이번에도 정부 맘대로?

면세점 업계가 제1여객터미널 공항면세점 DF1(향수·화장품), DF5(부티크) 입찰에서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롯데면세점의 탈락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신세계도 부산 김해공항 출국장면세점에서 중도 포기한 적이 있음에도 같은 중도포기자인 롯데면세점만을 탈락시킨 것은 박힌 '미운털'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이번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 배점은 사업제안서평가 60%, 입찰금액 40%로 구성됐다. 사업제안서 평가는 경영상태와 운영실적(15점), 상품·브랜드 구성계획(35점), 고객서비스 및 마케팅, 매장 운영 계획(30점), 매장 구성 및 디자인 설치계획(10점), 투자·손익 계획(10점) 등으로 이뤄졌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번 면세점 심사에서 배점의 60%를 차지하는 사업제안서 평가 중 15점이 배정된 '경영상태 및 운영실적' 평가 부문에서 세부항목으로 '출국장면세점 사업 수행의 신뢰성'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업권을 반납한 롯데면세점을 겨냥한 것일 수 있다. 또 신뢰성 측면에서 감점이 불가피하다며 공항면세점 사업을 포기한 경우 감점하는 항목을 처음 적용했다. 그럼에도 패널티는 감안할 만한 수준이었던 데다 입찰 사업은 항상 입찰금액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롯데의 탈락은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롯데의 탈락 원인에 대해 사업제안서 평가 점수가 가장 낮았다고 항변했다. 제안서와 프레젠테이션 내용이 타 업체보다 부실하면 높은 가격이어도 탈락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결국 세부적인 사업제안서 평가 점수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찜찜함을 남겼다. 롯데는 사업제안서는 평소와 비슷하게 작성했기 때문에 이번 사업제안서의 어떤 부분이 문제였는지 알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면세점이 허가 사업으로서 편향된 게 아니냐는 계속된 논란을 낳아 왔던 건 세부 항목의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 '깜깜이 심사' 때문이다. 면세점 선정 과정의 점수는 확실하게 공개가 안돼 '밀실 심사'라는 평을 받았다. 이번에도 구체적인 점수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서 의혹과 함께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물론 롯데가 잘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롯데도 한류와 관광 사업의 활성화로 면세사업의 성장성을 높게 보고 높은 금액을 써서 면세사업권을 얻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사드 국면으로 외국인 방문객이 줄고, 롯데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며 피해를 보며 버틸 수 없게 됐다. 결국 인천공항면세점 사업권 세 곳(DF1, DF5, DF8)을 반납하는 초유의 사태가 나오게 됐다. 

공항공사는 롯데와의 임대료 협상에서 물러서지 않으면서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이 과정에서 롯데면세점은 협상에 진전이 없자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했다. 공항공사 입장에서는 공정위 조정까지 받게 됐고, 이번 입찰 자체가 롯데면세점의 사업권 반납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여러 번 번거로운 일을 만들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인천공항이 만약 원칙적으로 전 사업자를 배제하려 했다면 면세 사업권을 중도 포기한 사업자는 바로 다음번 재입찰을 할 수 없도록 패널티 점수를 더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을 했어야 했다.

면세점 특허사업은 그동안 정부가 주는 특혜사업이라고도 불리웠다. 그만큼 면세점 선정과정에서의 공정성과 신뢰성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신뢰성은 '투명성'에서 나온다. 이번 일은 단순히 사소한 논란으로 그치고 말 수도 있지만, 이후의 면세점 사업자 평가에서도 석연치 않은 일이 생길지 우려스럽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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