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레저·유아용품.. 렌탈 시장, 어디까지 왔나?

기사승인 2018-06-20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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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레저·유아용품.. 렌탈 시장, 어디까지 왔나?최근 큰돈을 들여 제품을 구입하기보다 매월 소액을 나눠내며 빌려쓰는 ‘렌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 장기불황의 여파로 소비를 줄이는 '소비절벽'  현상이 심화하면서,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고 돈을 지불하는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렌탈 서비스는 일정기간 대여료를 내고 상품이나 시설을 빌려쓰는 것으로 과거에는 산업용 설비나 사무/의료기기 등 고가의 제품을 주로 취급했다. 그러나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개념이 널리 확산됨에 따라 최근 수많은 기업들이 렌탈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이는 시장의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렌탈 시장 규모는 2011년 19조 5000억원에서 2016년 28조 7000억원으로 6년새 47.1%나 성장했다. 2020년에는 두 배 이상인 40조 1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렌탈 시장의 가파른 성장의 배경에는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가속, 구매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패턴의 변화, 가심비 중시 성향 등이 꼽힌다. 특히 공유경제의 개념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며 ‘소유’에 대한 인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흐름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제조업체의 관점에선 대량 생산을 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판로 확보가 가능해져 유통산업에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이러한 시장 규모의 성장에 발맞춰 렌탈 대상 품목 또한 기존 생활가전 위주에서 의류, 취미용품, 유아동 제품까지 점점 다각화되고 있다.  특정 유형의 상품에 국한됐던 과거와 달리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픔목에 렌탈 서비스가 적용됨에 따라 접근성 또한 개선된 셈이다.

외국에서도 이같은 렌탈 서비스는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일본에서는 의류와 패션 액세서리, 가전이나 유아용품을 빌려주는 ‘디엠엠(DMM.com)’이, 미국에서는 최신 카메라와 렌즈, 웨어러블 기기 등을 대여하는 ‘루모이드(Lumoid,com)’가 그 세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소규모 사무실을 공유하는 미국의 공유오피스 기업 '위워크(WeWork)'는 설립 7년만에 전 세계 50여개 도시, 150여개 지점을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 유통산업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우선 롯데렌탈, SK매직, LG전자, 현대렌탈케어 등 대기업 계열 렌탈업체들이 속속 가세하며 중소 가전업체들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렌탈 시장의 경쟁 구도가 재편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유아동, 레저/스포츠, 패션/뷰티, 리빙 등 유통산업 전 영역을 아우르는 ‘플랫폼’ 개념의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한 서비스도 등장해 렌탈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 중 롯데렌탈은 국내 렌탈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는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작년 8월에는 프리미엄 유아동 아이템부터 트렌디한 레저∙패션∙가전까지 렌탈 가능한 국내 최초 라이프스타일 렌탈 플랫폼 ‘묘미(MYOMEE)’를 론칭했다.

기존의 렌탈 서비스는 정수기, 공기청정기 같은 ‘생활환경가전’이나 옷, 가방과 같은 ‘패션제품’ 등 한정적인 카테고리에 국한되어 있었다. 반면, 롯데렌탈에서 론칭한 ‘묘미’는 결혼과 출산에 따른 유아동 용품부터 패션과 레저, 가전까지 생애주기별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다양한 브랜드의 트렌디한 제품들을 원스톱(one-stop)으로 제공하는 종합 렌탈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총 42개의 고객 페르소나를 만들어 각자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묘미’의 고도화된 큐레이션 서비스는 사용자가 효율적으로 렌탈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 역할을 한다.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가 공존하는 플랫폼의 특성상, 가전, 패션 등 특정 품목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렌탈 서비스에 비해 이용하기 다소 복잡할 수 있기 때문.  묘미는 향후 축적된 고객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더욱 정밀하고 폭넓은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용률, 만족도 등 유의미한 데이터로 재가공하는 선순환 고리를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렌탈 플랫폼의 등장은 유통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성, 시장성 등 여러가지 원인으로 절판된 제품들이 ‘묘미’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사업을 통해 새롭게 재탄생할 기회를 얻어 고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것. 더불어 롯데렌탈은 ‘상생 경영’이라는 기업 신념을 기반으로 셔츠 정기배송 렌탈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클리셔츠’와 같은 스타트업∙중소기업의 경쟁력 있는 제품을 ‘묘미’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는 등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유통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묘미의 월 평균 매출, 주문건수는 작년과 비교해 각각 2.3배, 3.7배 성장했다. 또한 명품백, 반려동물 용품 렌탈 서비스 등 올해 새로이 출시한 렌탈 서비스도 고객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도 묘미는 고객에게 렌탈 서비스의 가치를 전할 수 있는 신상품 출시 및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해나갈 방침이다.

롯데렌탈 소비재렌탈부문장 최창희 상무는 “과거 렌탈 시장이 정수기 등 별도의 전문적인 관리 서비스를 목적으로 하는 ‘케어’ 중심의 렌탈이었다면 이제는 제품을 필요한 만큼 빌려 쓰는 합리적 소비를 위한 ‘쉐어 렌탈’로 시장 트렌드가 진화하고 있다”며 “유통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렌탈 플랫폼의 등장은 렌탈 시장의 본격적인 대중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훈 기자 ho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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