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병원, 성과연봉제 밀실합의는 불법

기사승인 2018-06-21 11: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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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병원, 성과연봉제 밀실합의는 불법
보건의료노조 보훈병원지부 전 지부장 A씨가 조합원들 60명에게 각 30만원씩 18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게 됐다.

서울북부지방법원(판사 신성철)은 지난 1일, 2016년 보훈병원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확대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 지부장을 강요 또는 회유해 노동조합 내부절차를 거치지 않고 밀실합의한 이를 숨긴 행위에 대해 “부당하다”며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한 조합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보훈병원지부는 기획재정부가 “성과연봉제를 조기 도입하면 성과급을 지급하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지연하면 총인건비 인상률을 삭감·동결하겠다”며 강제하고 병원이 이를 이행하려하자 성과연봉제 도입저지를 위한 파업투쟁을 전개하려했다.

하지만 전 지부장인 A씨는 파업 하루를 앞둔 16년 11월10일, 병원의 회유 혹은 강요에 굴복해 조합원 90% 투표에 95%가 반대하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밀실에서 합의한 후 관련 사실을 숨긴 채 성과연봉제 합이 없이 임단협교섭을 합의했다고 고지해 잠정합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대표자가 조합원들의 의사를 결집·반영하기 위해 마련한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아니한 채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면 이러한 노동조합 대표자의 행위는 조합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판결은 노동조합 내부의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데 합의한 밀실합의·직권조인은 조합원들의 권리를 침해한 불법행위이며 기만행위라고 경종을 울리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성과연봉제 도입이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이라는 점과 성과연봉제 동의서명이 중간관리자들의 강요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동의가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노동조합 내부 민주주의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훈병원은 박근혜 정권 당시 추진된 성과연봉제를 2017년 7월 도입하려했으나 대통령 탄핵 후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 이를 폐기하자 성과연봉제를 도입을 철회했다. 아울러 A씨는 2016년 12월 임기를 마친 후 지금까지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성과연봉제 도입 당시 승진을 약속받고 밀실합의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성과연봉제 철회 후 승진은 못했지만 지부장까지 올랐던 사람이 부끄러운 것도 없는 것 같다”고 비난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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