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고1 수능, ‘2015 개정 교육과정’ 첫 적용… “풍선효과 경계해야”

기사승인 2018-06-22 15:4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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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고1 수능, ‘2015 개정 교육과정’ 첫 적용… “풍선효과 경계해야”

현재 고교 1학년 학생들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처음으로 적용받지만, 주요 대학 전형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기존 교육과정의 틀을 가져가게 되면서 혼란을 안고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공통과목’과 ‘일반 선택과목’을 중심으로 학습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일부 주요과목으로 쏠리는 풍선효과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 영어·탐구 출제 범위 동일… 수학 ‘기하’ 출제 배제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고교 1학년 학생들은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라는 공통과목을 새로 접하게 된다. 더불어 과학Ⅱ 과목이 진로 선택과목으로 이동하면서 탐구 영역의 출제 범위 또는 신설 과목들의 수능 출제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인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한 부분은 지난해 8월, 수능 개편안 유예 발표 당시 ‘기존 수능과 동일’하게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된 바 있다. 따라서 지난 2월에 발표된 2021학년도 수능 출제 범위 발표의 핵심은 3, 4, 5교시의 영어와 탐구, 제2외국어/한문 영역이 아니라 1, 2교시의 국어와 수학 영역의 범위였다.

수능 출제 범위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파악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수능 출제 범위의 변화가 발생한 이유는 2021학년도 수능을 치르는 현 고1 학생들부터 개정된 교육과정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물론 ‘2015 개정 교육과정’ 도입에 따른 완전한 수능 개편안은 2022학년도부터 적용될 예정으로, 2021학년도는 현행 수능과 동일한 체제를 유지한다. 다만 수능 범위는 변경됐다.

영어와 탐구 영역의 출제 범위는 같다. 영어와 사회탐구 영역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과목 구조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과학탐구 영역의 경우 과학Ⅱ 과목들이 진로 선택과목으로 변경돼 통합과학 과목을 이수한 후 진로와 적성에 맞게 선택하는 체제로 바뀌게 됐지만, 이로 인한 수능 출제 범위의 변화는 2022학년도 이후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어 영역도 사실상 동일한 범위에서 출제된다. 국어는 기존 ‘독서와 문법’ 과목이 ‘독서’와 ‘언어와 매체’로 분리됐다. 이 중 ‘문법’에 해당하는 ‘언어’ 부분만 출제되기 때문에 사실상 기존 수능과 같은 범위에서 출제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021학년도 수능 출제 범위 발표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수학 영역에서의 변화다. 우선 수학 (가)형에서는 진로 선택과목군에 포함된 ‘기하’가 출제에서 배제된다. 지난 수능에서 변별력을 담당하는 문항으로 공간도형이나 벡터 관련 문제가 나왔는데, 이제는 출제하지 않는 것이다. 큰 틀에서 볼 때 학습 부담이 다소 경감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만 통합된 ‘미적분’ 과목이 수능 출제 범위에 포함되면서, 해당 과목의 문제 비중은 증가할 수도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미적분Ⅰ’과 ‘미적분Ⅱ’가 ‘미적분’이라는 과목으로 통합됐는데, 이 가운데 몇몇 개념과 단원들이 ‘수학Ⅰ’/‘수학Ⅱ’ 과목으로 이동했다. 예를 들면 기존 ‘미적분Ⅰ’의 단원이었던 함수의 극한 등은 ‘수학Ⅱ’로, 기존 ‘미적분Ⅱ’의 지수함수와 로그함수, 삼각함수 부분은 ‘수학Ⅰ’ 과목으로 이동했다. 기존 수능 출제범위가 아니었던 타 과목의 내용 중 ‘수학Ⅰ’, ‘수학Ⅱ’, ‘미적분’ 과목으로 이동한 단원들은 모두 새롭게 추가되는 출제 범위가 된다.

◇ ‘공통’·‘일반선택’ 중심 계획 필요

2021학년도 수능에서는 수학 (가)형과 (나)형의 출제 범위 격차가 축소되면서 ‘문·이과 통합 교육안’이라는 근본 취지를 실현하고자 했다. 이로 인해 수학 (가)형의 출제 범위는 소폭 줄어든 반면, 수학 (나)형의 학습부담은 다소 늘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바뀐 과목명만 보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해당 부분의 개념이 다른 과목으로 이동했다고 해도, 그 개념 전체를 배우기보다는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에 맞게 주요한 내용만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무엇보다 교육부는 변화된 수학 출제 범위를 통해 ‘융합 인재 양성’이라는 기본 방향에 맞춰 인문계열 학생에게 요구되는 필수적 수학적 개념들이 증가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인문계열 학생에게 수학의 중요도가 높아졌다는 것은 분명한 만큼 수학에 대한 학습 비중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를 통한 풍선효과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학년도 수능은 영어 절대평가와 맞물려 학생들의 영어 학습량 감소가 사회탐구 학습량 증가를 동반했고 사회탐구 각 과목의 평균 점수와 만점자 수가 상승하는 결과를 불렀다. 결국 단순히 출제 범위가 늘어났다고 해서 학습량을 무조건적으로 늘릴 것이 아니라, 각 영역별로 균형 잡힌 학습량을 설정하고 시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반대로 수학 (가)형을 응시하게 될 자연계열 학생들은 수학에 대한 학습 부담은 줄어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기하’를 포함한 진로 선택과목들의 학습을 외면해서는 안 되겠다. 이공계열의 필수 과목으로 여겨지는 ‘기하’ 과목의 경우 그 과목의 이수와 성적 여부가 학생부 평가 단계에서 학업 역량 및 전공적합성 등의 판단에 주요하게 활용될 여지가 있고, 모집단위에 따라 논술이나 구술면접 등 대학별고사에서 활용될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수학 문제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능의 출제범위는 공통과목과 일반 선택과목으로 이뤄진다. 그 기초 위에 진로 선택과목으로 본인의 진로에 대한 관심과 그 역량을 키워내는 것이 중요하다. 기초적 소양 위에 본인의 진로와 관심에 따른 개성적 커리큘럼을 각자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목표이기도 하다.

김 소장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우선 ‘공통과목’과 ‘일반 선택과목’을 중심으로 하는 학습계획을 통해 ‘창의 융합형 인재’의 기본적 소양을 닦고, ‘진로 선택과목’으로 본인만의 개성과 역량을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전략적으로 수능 출제 범위에 따른 학습계획은 그것대로 수립하되, 그것에만 매몰돼 ‘수능 출제범위가 아니니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사고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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