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우선채용 조항 두고 ‘충돌’… 복지부 개정 검토?

기사승인 2018-06-25 19: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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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장에 의사를 우선 채용하도록 하고 있는 ‘지역보건법’이 과도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고 법제처가 판단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이어 또 다시 보건소장 임용을 둘러싼 차별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 이에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25일 성명을 통해 지난 12일 법제처가 보건소장에 의사를 우선 채용하는 것은 과도한 진입장벽에 해당하는 만큼 불합리한 차별법령 개선과제로 선정, 중장기적인 검토를 통해 개선해나가야할 것이라고 발표한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의협은 “보건소장은 감염병 예방과 관리, 예방접종, 건강증진 등 공중보건사업을 수행하며 지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중요한 업무를 하는 자리로 의사면허 소지자를 임명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특정 직종에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이어 “이를 차별이라는 말로 해석하는 것에 경악할 따름이다. 오히려 국민 눈높이에 맞추고 보건소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비의사 출신 보건소장 임용 예외조항을 없애 전문성을 더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신종 감염병 등의 예방과 관리를 위한 보건소의 기능과 역할이 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감염병 역학, 만성병 역학, 환경보건 등의 의학적 지식을 갖춘 전문가에게 맡겨야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현행 법률에 의사를 임용하기 어려운 경우 관련분야 직렬의 공무원을 보건소장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이미 59%에 달하는 보건소장이 의사출신 아닌 이들로 임용된 만큼 차별행위는 아니라는 평가도 더했다. 

판단의 근거로는 의사 보건소장 비율과 건강지표의 상관관계를 제시했다. 의협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발표된 지역사회 건강조사 지역별 건강정보에서 지역 내 의사 보건소장이 1명뿐인 강원도가 비만율과 고혈압 진단 경험률 등 대다수 항목에서 평균 이하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의협은 “메르스 위기 때에도 의사출신 보건소장이 있는 보건소의 대응능력이 일반 직군 출신과 비교해 다르다는 평가를 받았다”면서 “정부가 진정 국민의 건강과 보건을 염려한다면 단순히 법률상 과도한 진입장벽을 논할 것이 아니라 보건소장이 보다 전문적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의사 우선채용 조항 두고 ‘충돌’… 복지부 개정 검토?
반면, 정부 관계부처는 ‘중장기적인’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검토하겠다는데 뜻을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한의계와 치과계, 간호계 등 의료계를 제외한 직역단체에서 보건소장의 의사 우선채용 원칙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혀온 만큼 개정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지난해 5월과 그 이전 2차례에 걸쳐 보건소장의 의사 우선임용이 ‘차별행위’라며 주무부처인 복지부에 개선을 권고했고, 법제처의 불합리한 차별법령 정비대상 과제 선정조치 또한 복지부와 협의를 거쳐 이뤄졌다고 답했다. 

법제처 부대변인은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등 의사면허가 없는 의료인이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있었고, 관련 단체 또한 같은 의견을 피력해왔다. 정비대상과제로 선정하기에 앞서 복지부의 의견도 청취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건강정책과 관계자 또한 차별여부에 대해 “지역적 특성 등에 따라 의사가 필요한 곳도 있는 만큼 가능성을 열어놓고 법제처의 요청이 있을 경우 여러 의견을 듣고 중장기적으로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시행령 개정이 이뤄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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