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칼럼] 지방의원 아무나 한다?

정수익 기자입력 : 2018.07.01 12:58:16 | 수정 : 2018.07.01 12:58:04

지난 6·13 지방선거서 충북 제천시의회에 입성하게 된 더불어민주당 한 비례대표 시의원이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적이 있다. 32세 여성인 이 시의원의 일천한 경력을 놓고 기적’ ‘미스터리등의 표현까지 써가며 시의원 자격에 의문을 나타내는 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실제로 그녀의 경력은 지방 사립대 동아리연합회 회장과 변호사 사무실 사무직원이 전부이고 현재는 무직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당사자가 제천예총에서 근무한 경력을 제시하고, 민주당에서도 별 문제 없다고 변호했지만 궁색할 뿐이었다. 결국 민주당 충북도당에서는 여성이자 청년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됐고, 이 기준을 만족하는 후보는 그녀밖에 없었다는 해명을 내놨다.

이게 무슨 뜻인가. 충북도당에서도 그 시의원의 자격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하는 것이었다. 여성과 청년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부득이하게 비례대표 상위로 선정했다는 것이었다. 얼핏 이해될 듯도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하지만 그 해명을 다른 각도에서 해석해 보면 한결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제천시의회뿐 아니라 전국 어디서나 있는 보편적 현상인데 그게 무슨 대수인가 하는 반문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지방의회의 자화상을 직시하라는 말로 해석하는 것이다. ‘지방의원 아무나 하나는 물음에 대한 아무나 한다는 답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그 당선인 개인에 대한 시비를 길게 이어가고 싶지 않다. 다만 이번 지방선거서 당선된 737명의 광역의원과 2541명의 기초의원 가운데 그녀와 유사한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제천시의회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의 지방의회에서도 자격미달 혹은 자질부족의 의원들이 숱하게 있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이번 민선 7, 즉 제8대 지방의회에 입성한 이들에게 질문 하나를 던지고 싶다. 자질 논란의 주인공인 제천시의원의 이야기가 화제로 떠올랐을 당시 혹시 가슴 뜨끔하지는 않았느냐고.

모르긴 해도 적지 않은 숫자가, 어쩌면 압도적인 다수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혹 자신과는 무관한 이야기라고 자신한다면 그는 정말로 훌륭하거나 아니면 철면피일 것이다.

지나친 억측이라고?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의 지방의회를 주의 깊게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안다. 주민들의 정치 불신을 더 깊어지게 하고 지방의회 무용론에 시달리게 한 근본 원인이 의원들의 자질부족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내친 김에 그들에게 질문 하나를 더 해보고 싶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인 주민들에게 내 능력이나 자질로 선택을 받았다고 생각하느냐고.

이 질문에는 아마도 압도적인 다수가 그렇지 않다고 답해야 할 것이다. 극소수를 제외하고 대다수는 소속 정당에 따른 묻지마 투표의 수혜자들일 테니까. 다선 의원들의 경우 검증된 것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그들 또한 이전 의회에서 활동한 내용을 따져보면 오십보백보다.

 

그래서 이제 막 전국 지자체마다 문을 연 의회에 대해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면장도 알아야 한다는데, 지방행정이나 의정활동에 대한 기초지식조차 갖추지 못한 수많은 의원님들이 의회에 들어가서 어떻게 활동할지 자못 걱정스럽다. 나아가 주민들의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보다 이를 악용해 각종 이권개입이나 뇌물수수, 인사청탁 등 부도덕한 짓에나 관심을 두지 않을까 심히 염려된다.

개인적으로 경기도 고양시의회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답답하게 여긴 적이 수없이 많다. 주위 공무원과 시민들이 의회에 대해 한심하다고 평가하는 것을 수없이 들었다. 진정으로 자신의 본분을 알고 그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시의원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대신 돈이나 권력, 명예에 대한 욕심은 왜들 그리 많은지. 심지어 사명감은커녕 열심히 해보려는 의욕조차도 없는 의원들도 있었다.  

그러니 이제 막 시작되는 지방의회에 대한 걱정이 없을 수 있겠는가. 더구나 이번에는 더욱 그렇다. TK지역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방의회가 단체장과 함께 민주당 일당체제로 굴러갈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1991년 지자체 선거 실시 이후 지금까지 영호남 지역에선 줄곧 사실상 일당체제였다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알고 보면 대부분 비정상적 운영이었다.

실제로 새 지방의회가 본격 출범도 하기 전부터 전국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고양시의회에서도 전체 33석 중 21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선정 등 원 구성을 입맛대로 하려다 자유한국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쯤에서 임기를 시작하는 지방의원들에게 간곡하게 부탁하고 싶다. 그대들의 입지와 본분을 끊임없이 살피면서 의정활동을 해달라고 말이다. 수당과 의정활동비 등으로 연간 수천만 원의 혈세를 받아 챙기는 값어치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방의회 무용론과 함께 지방의원들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흘려듣지 말기를 바란다.

너무 원론적이라 식상할지 모르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지방의회와 지방의원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진정한 지방자치를 할 수 있다. 지방의회가 바로 서야 지역도 살고 지방자치도 이룰 수 있다. 지방의원들은 이 점을 명심하고 앞으로 4년간 뛰어주기를 바란다.

자질문제로 논란의 대상이 됐던 제천시의회 비례대표 의원이 앞으로 의정활동을 열심히 해서 다 만회하겠다고 했단다. 그렇다. 바로 그거다. 전국의 지방의원들 모두 4년 뒤 자신 있게 저마다의 의정활동 성적표로 자질 논란을 불식시키기를 바란다. ‘지방의원 아무나 하나하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해주기를 바란다. 파이팅!

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맨 위로



photo pick

이미지
SPONSORED

기자수첩

������

월요기획

������
이미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