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응급실 의사폭행, 이대로는 안 된다

기사승인 2018-07-0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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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응급실 의사폭행, 이대로는 안 된다"응급실에서 다양한 사람을 보고, 다양한 의학의 스펙트럼을 경험할 수 있는 점이 좋았죠."

과거 취재차 만났던 한 응급의학과 의사의 말이다. '왜 고생하는 응급의학과 의사를 선택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는 '다양성이 좋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응급실에는 온갖 종류의 환자들이 모인다. 남녀노소 건강상 위급한 상황에 처한 이라면 일단 응급실로 이송된다. 당장 생사가 오가는 중증환자부터 비교적 가벼운 환자까지 다양하다. 환자들의 사연도, 의료진의 치료방법도 모두 제각각인 것이 그는 장점이라고 했다. 응급실 생활을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느끼는 의료인이 있다니 안심이 됐다.

그런데 앞으로 같은 질문은 하지 못할 것 같다. 최근 전북 익산의 한 병원의 응급실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가벼운 행패가 아닌 심각한 폭행 수준이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가해자는 대뜸 의사의 얼굴과 다리 등에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의사가 진통제를 주지 않고 자신을 비웃었다는 것이 폭행의 이유다. 해당 의사는 현재 뇌진탕, 목뼈 염좌, 코뼈 골절, 치아 골절로 치료를 받고 있다.

의료인이 환자로부터 폭행을 당한 일은 이번만이 아니다. 주취환자의 행패는 종종 있는 일이고, 이번 사건처럼 심각한 폭행으로 번지는 일도 적지 않다. 현행 응급의료법에 따라 의료현장에서 의료인을 폭행·협박할 경우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처벌 수준은 미약하다. 지난 2015년 동두천의 한 병원에서 일어난 의사 폭행 사건에서도 가해자는 300만원 상당의 벌금형에 그쳤다.

의료계는 낮은 강도의 처벌과 실효성 없는 법안이 의료인 폭행을 양산했다고 지적한다. 의료인에 대한 폭력이 현장에서는 흔한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린다. 언제까지 의료현장의 폭력을 내버려둘 것인지 우려스럽다. 의료인에 대한 폭력은 진료를 위축시키고 다른 환자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범죄다. 가해자들이 각종 이유로 법의 선처를 받는 동안 무고한 환자와 의료인들이 피해를 입는다.

이런 환경에서 ‘응급실의 성자(聖者)’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환자가 가해자로 돌변해도 제대로 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느 누가 투철한 사명감을 발휘할 수 있을까. 폭력의 위협까지 감수해도 되는 직업은 어디에도 없다. 좋은 의사를 원한다면 적어도 안정적인 환경은 보장해야 한다. 비슷한 폭력이 반복됨에도 처벌강도가 낮은 것은 문제가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해자에게는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고, 의료현장에는 실효성있는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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