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본주의 강조하는 교보생명, 정작 소비자에게는

기사승인 2018-07-2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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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본주의 강조하는 교보생명, 정작 소비자에게는국내 보험사들은 유독 인본주의, 즉 사람을 강조한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으로 캠페인을 진행하는 보험사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교보생명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최근 한 포럼에서 연설자로 나서 “신용호 창립자 때부터 이어온 인본주의 기업문화와 생명보험업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휴머니즘이 교보생명 경영철학의 배경이 됐고, 불임전문 의사로서 시험관 아기를 연구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경험도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에 집중할 수 있게 한 요인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그는 “모두의 균형 발전을 추구하는 것으로 리더가 직원을 만족시키고, 직원이 고객을 만족시키면 만족한 고객이 저절로 회사의 이익에 기여하게 된다”며 “CEO(최고경영자)와 경영진이 열린 마음으로 직원들의 말에 귀 기울이며 직원들의 입장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했다. 사람을 아끼는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보험 상품의 판매와 유지관리 단계에서는 꾸준히 발생하는 소비자 민원을 외면하고 있다. 먼저 보험을 가입한 고객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겪을 수 있는 상황이 있다. 10~20년 전 가입한 보험의 설계사가 바뀌고 아퍼서 병원에 가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다.

이런 상황에서 바뀐 설계사를 모를 경우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 처리하는 경우와 바뀐 설계사에게 연락해 그 설계사에게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가 생긴다. 후자의 경우 설계사는 새로운 보험상품을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 그걸 빌미로 그 전에 가입했던 보험상품을 서비스 차원에서 관리해준다.

예컨대 보험금을 받기위해 진단서, 입퇴원증명서, 진료비내역서 등 서류를 준비해 청구했더니 몇일이 지나 설계사가 실비보험 40%만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한다. 90% 환급이 아니냐고 물으니 돌아오는 답은 “내가 가입시킨 보험이 아니다”, “민원을 제기하라” 라며 전화를 끊어 버린다. 더욱 화가 나고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고객센터에 민원을 제기하면 돌아오는 답은 보험설계사의 ‘역량 부족’, “죄송합니다 고객님” 이런 말들로 넘어가기 일쑤다.

이같은 일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금융당국의 꾸준한 개선노력에도 불구하고 불합리한 금융관행이 쉽게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각종 법, 제도적 장치가 가동되고 있지만, 규정의 사각지대에서 금융사의 임의적인 판단에 따라 관행적으로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은 소비자의 불만과 오해가 많은 산업이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보험사가 나서 무엇을 할 수 있고, 없는지를 소비자에게 처음부터 진정성 있게 이해시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직원들의 말에 귀 기울이며 직원들의 입장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정신처럼 보험 상품에 가입한 고객의 목소리에도 더욱 귀 기울이는 보험사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이제는 보험이 기업의 돈벌이 수단이 아닌 소비자를 위해 보험다워야 할 때다.

조진수 기자 rokmc439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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