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子는 적”…극단적 여성우월주의 ‘워마드’ 혐오의 역사

기사승인 2018-07-24 0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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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은 여성의 권리와 평등을 요구하는 사회적 운동이다. 지난 1890년도부터 페미니즘 활동은 계속됐지만 우리 사회에 성차별은 여전히 만연하다. 성평등 실현을 위한 여성들의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페미니즘을 표방한 온라인 커뮤니티도 급속히 늘었다. 워마드(Womad)도 이 중 하나다. 그러나 워마드는 페미니즘의 본래 의도를 잃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남성 혐오 게시물을 연일 게재하면서 ‘극단적 여성우월주의’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아이부터 성인까지, 워마드의 표적은 오직 남성이다. 

▲워마드의 시작

워마드의 전신은 페미니즘 표방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다. 메갈리아는 중동 호흡기 증후군 ‘메르스’와 노르웨이 여성주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의 합성어다. 지난 2015년 5월20일, 메르스 감염 공포가 전세계를 휩쓸 당시 ‘홍콩에서 메르스 감염이 의심되는 한국 여성 두 명이 당국의 격리를 거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던 일부 남성들은 ‘김치녀(한국 여성을 비하하여 부르는 말) 때문에 메르스가 퍼진다’며 격리 거부 여성들을 비난했다. 그러나 해당 보도는 홍콩 보건당국의 오해로 빚어진 오보였다. 잘못없이 비난받았다는 사실에 여성들은 분노했다. 이후 격분한 여성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메르스 갤러리’를 장악, 여성 혐오 발언을 한 남성들에 반발했다. 메르스 갤러리 활동이 왕성해지자 여성 회원들은 메갈리아를 개설해 활동 주무대를 옮겼다. 

과거 메갈리아 게시판에는 성 소수자를 비하하는 게시글이 횡횡했다. 이에 메갈리아 운영진은 회원들에게 성 소수자 비하를 자제해달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강경 페미니즘을 주장한 일부 네티즌들은 이를 거부, 지난 2016년 1월22일 워마드를 개설했다. 워마드는 Woman(여성)과 Nomad(유목민)를 합성한 말로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를 방랑했던 여성’을 뜻한다.

▲워마드의 주요 활동 ‘미러링’

워마드의 주요 활동은 ‘미러링(Mirroring)’을 기반으로 한다. 미러링은 우리말로 거울에 비추기,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뜻한다. 남성의 여성 차별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방식이다.  

워마드는 지난 2010년 4월 개설된 여성 혐오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저장소(일베)’를 미러링하기 시작했다. 여성 혐오 단어에 항의, ‘한남충’ ‘X치남’ 등의 만들어 남성들을 조롱했다. 한남충이란 ‘한국 남자’와 ’벌레 충(蟲)’을 합쳐 만든 합성어로, 한국 남자를 비하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X치남은 성기가 작은 한국 남자를 의미한다. 

여성들을 대상으로 불법 촬영한 ‘소라넷’도 미러링의 대상이었다. 워마드 내에서는 ”남성의 몰래 카메라 범죄로 인해 여성들은 화장실과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항상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며 “남성들도 불법촬영의 공포감을 겪어봐야 한다”는 주장이 일었다. 이에 워마드 회원들은 고려대·한양대 등 남성 전용 화장실을 불법촬영한 사진을 게재하기 시작했다.

▲태아부터 예수까지, 한계없는 남성 혐오

최근 워마드의 게시글은 반사회적·극단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 13일 워마드에는 ‘낙태인증’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남자로 추정되는 낙태된 태아와 수술용 가위가 함께 놓여있는 사진이 담겼다. 사진 속 태아는 심하게 훼손된 모습이었다. 게시물 작성자는 “(태아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이다. 바깥에 놔두면 유기견들이 먹으려나 모르겠다”는 글을 남겼다. 이 글에는 태아를 ‘유충’이라고 비하하는 반응을 포함해 “오늘 저녁은 낙태 비빔밥” “젓갈 담가 먹고 싶다” 등의 댓글이 잇따랐다. 

지난 10일에는 천주교의 ‘성체’를 훼손한 사진이 게재됐다. 게시글 작성자는 성당에서 받아온 성체를 불태우고 낙서한 사진을 공개하며 “그냥 밀가루 구워서 만든 떡인데 이걸 천주교에서는 예수XX의 몸이라고 XX떨고 신성시한다”고 비난했다. 성체는 축성된 빵의 형태로, 본질적으로 현존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일컫는다. 

소식을 접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성체 훼손에 대한 법적 처벌을 요구했다. 주교회의는 입장문을 통해 “성체 훼손은 천주교 신앙의 핵심 교리에 맞서는 것”이라며 “모든 천주교 신자에 대한 모독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법적인 처벌이 이뤄져 다시는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워마드는 고(故) 김주혁과 종현 등 고인이 된 남성 연예인을 조롱하거나 호주 아동을 성추행 했다는 게시물로 논란을 빚었다.
“男子는 적”…극단적 여성우월주의 ‘워마드’ 혐오의 역사

▲오프라인에까지 번진 워마드 활동

워마드의 활동은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을 넘나들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제3차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가 열렸다. 이날 일부 시위 참가자들 사이에서 “문재인 재기해”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재기해’라는 말은 고(故)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의 죽음을 조롱하는 말이다. 워마드 등에서 남성들에게 고 성 대표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워마드의 용어가 오프라인에까지 등장한 것이다. 

워마드 회원이 구속된 사례도 있다.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지난 5월25일 홍익대학교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몰래 찍어 유출한 동료 여성 모델 A씨(25)를 구속기속했다. A씨는 같은 달 1일 남성 모델의 나체사진을 워마드에 게재하고 성희롱으로 발언들을 남긴 혐의를 받는다.

▲남성 혐오를 바라본 전문가의 두 시선

남성 혐오를 바라보는 전문가 의견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엄순영 경상대학교 여성연구소 소장은 워마드의 활동을 ‘과도기’로 봤다. 엄 소장은 “남성 혐오는 여성 억압과 착취에 대한 ‘시대 전환적 분노’의 한 방식으로 생각한다”며 “여성이 당당한 사회로 가기 위한 진통의 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워마드를 비난하기에 앞서 여성들의 아픔을 먼저 들여다 봐야 한다”며 “표현의 방식보다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워마드의 활동이 사회 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순종 경기대학교 휴먼서비스학부 교수는 “워마드 안에서는 남성 자체에 대한 혐오가 심각하다”며 “미러링해 이성을 공격하는 방법은 방어 반응을 끌어내 이성 혐오를 더 극대화시킬 뿐”이라고 꼬집었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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