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 스마트폰의 ‘화무십일홍’

기사승인 2018-08-0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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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 스마트폰의 ‘화무십일홍’빨라도 너무 빠르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업체들의 성장 속도가 경이로울 정도다. 중국의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물량 공세로 LG디스플레이가 영업이익에서 적자 전환한 것이 불과 3달 전이다. 디스플레이 다음 타깃이 스마트폰이 될 것이란 불안은 현실이 됐다.

과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철옹성’이었다. 스티브잡스를 필두로 한 애플은 ‘혁신’을 거듭하는 기업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다졌다. 삼성전자가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며 양강 경쟁 구도로 만든 뒤에도 애플의 위세는 꺾이지 않았다.

그런 애플이 따라잡혔다. 미국 시장 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는 올 2분기 글로벌 시장점유율 15.5%를 기록했다. 화웨이가 사상 처음으로 애플을 제친 것이다. 1위 삼성전자와의 차이는 4.9%포인트에 불과했다.

중국이 중저가 제품에서만 강자라는 것도 옛말이다. 중국 기업 원플러스는 인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반면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당장 올해 2분기 실적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IM(IT & Mobile Communications)부문 매출 24조원, 영업이익 2조6700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20%, 영업이익 34.2% 각각 감소한 수치다. LG전자도 MC(Mobile Communications)사업본부가 영업손실 1854억원을 기록하며 13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중국을 중심으로 새롭게 개편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주력 제품 ‘갤럭시노트9’의 조기 출시로 반등을 꾀할 예정이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단말기 품질의 상향 평준화로 ‘2년 교체 주기’도 깨지고 있다. 설상가상 프리미엄 제품만큼이나 좋은 ‘중저가폰’에 고객의 눈길이 쏠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와중에 샤오미, 화웨이, 블랙베리 등 중국 업체들도 속속 국내 시장 문턱을 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이 중국에 잠식당할 때도 굳게 버텼던 한국 시장이지만 더는 힘들 것이라는 회의론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국산 스마트폰의 차별점이 희미해지고 있는 데다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 제품을 당해내기도 힘들다. 

업계는 ‘폴더블폰(접히는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스마트폰)’과 ‘5G 스마트폰(5세대 이동통신 전용 단말기)’이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고 보는 듯하다. 기존에 없었던 제품을 통해 시장을 다시 주도할 수 있다는 해석일 것이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도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쉽게 결과를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옛말에 ‘십 년 가는 권세 없고 열흘 붉은 꽃 없다’고 했다. ‘외산폰의 무덤’이었던 한국이 삼성과 LG의 무덤이 될 수도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제 ‘메이드 인 차이나’의 위력을 누구도 무시할 수 없을 터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중국에 따라잡히지 않으려면 우리는.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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