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기만 한 한방·치과 보장성 강화

의료계 중심 정책협의에 뿔난 한·치… “우리는 곁다리인가”

기사승인 2018-08-1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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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국가 개조프로젝트 중 하나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일명 문재인 케어가 순차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다만, 의료계와의 마찰이 일며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거나 중단되는 등의 모습도 일부에서 비춰진다. 문제는 일련의 마찰이 보건의료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문재인 케어에 공식적으로 반대해온 단체는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다. 이들은 적정수가 보상을 전제로,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보장성 강화를 요구해왔다. 뜻이 관철되지 않았을 땐 한파에 길거리로 나와 궐기대회를 개최하는 등 반발했다. 당장 9월 시행을 목표로 정부가 추진 중인 MRI 급여화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고, 진도도 느리다.

문제는 그나마 의료계 사정이 좋다는 점이다. 의료서비스의 나머지 축을 담당하는 치과계와 한의계 관련 보장성 강화는 답보상태다. 이들은 논쟁이 있고, 마찰이든 충돌이든 발생한다는 것만으로도 진행이 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시기 섞인 불편한 시선을 내보이고 있다. 당연하지만 정부에 대한 반감은 문재인 케어 추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당초 문재인 대통령이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목표로 국민적 요구가 높은 생애주기별 한방의료 서비스의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겠고 발표한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더구나 발표 당시 구체적인 항목조차 언급되지 않아 협의가 이뤄져야하는 부분이 많은 만큼 시일은 더 소요될 전망이다.

그나마 치과 치료는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65세 이상 틀니치료는 2017년부터, 임플란트는 2018년부터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50%에서 30%로 인하하고, 18세 이하 광중합형 복합레진 충전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과 치아홈메우기 본인부담률을 10%로 낮출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의료계와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가시적인 논의를 하는 동안 치과계와 한의계는 협의체조차 제대로 구성하지 못한 채 답보상태에 머물러있다. 그로 인해 급기야 지난 5월에는 대한약사회를 포함해 이들 단체가 공동으로 의료계에 치중된 제도협의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대한치과협회는 지난 62019년도 수가협상 결렬을 선언한 후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느꼈다면서 국민을 위해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고 희생을 감수하며 적극 협조했지만 돌아온 것은 배신이라며 추가적인 보장성 강화논의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더디기만 한 한방·치과 보장성 강화

지난 7월 말 사실상 임기 2년차에 접어든 김철수 회장(사진)광중합 복합레진 급여화의 전제조건은 적정수가 보장이라며 내부적으로 TF를 만들어 의견을 수렴하는 등 준비를 하고는 있지만 정부와의 모든 논의는 현재 중단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한의계 또한 실상은 다르지 않다. 이은경 대한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11월을 목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첩약급여화에 대한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지만 공식적인 협의체나 논의기구가 운영되지는 않고 있다며 답보상태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리며 씁쓸함을 표했다.

게다가 생애주기별 한방의료에 포함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조차 명확히 논의하지 못해 첩약(한약) 급여화, 한방난임치료, 추나요법 등이 포함되지 않을까 추측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한의계 관계자는 내부적인 준비는 하고 있지만 대상조차 명확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에 반해, 제도 시행을 담당하고 있는 보건복지부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당초 급여화 검토항목으로 발표한 3800개 중 200개는 한방과 치과 관련 행위 및 치료재료라며 의료계와 달리 새로운 급여항목을 만드는 일과 같아 기초연구나 검토가 필요해 더딘 것처럼 보일 뿐 차근히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18세 이하 청소년의 광중합 복합레진치료 급여화의 경우 11월 정책시행을 위한 준비가 이뤄지고 있으며 기타 치과치료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기초를 다지고 있다. 첩약 급여화 등 한방 보장성 강화 또한 기초연구와 논의를 거쳐 추진해나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 같은 복지부의 태도에 한의계와 치과계는 가슴을 쳤다. 하나의 행위에 대한 급여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학문적·실무적 논쟁이나 시행착오를 가볍게 여기고 관련 분야를 홀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한 치과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하려면 보장성 강화를 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고, 한의계 관계자는 다 정해놓고 따르라는 식 아니냐. 의과와 비교해 치과나 한의계를 무시하는 처사로 받아들여진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를 촉구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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