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기 강요받고 목숨 끊은 신병, 사망 22년 만에 보훈보상자 인정

기사승인 2018-08-12 09: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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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 강요받고 목숨 끊은 신병, 사망 22년 만에 보훈보상자 인정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신병이 사망 22년 만에 국가유공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윤진현)는 자대 배치 5일만에 자살한 이모 이병 유족이 “보훈보상 대상자로 선정해달라”며 서울지방보훈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1996년 공군에 입대한 이씨는 모 훈련비행단 헌병대대에 배치돼 경비병으로 근무했다. 그는 자대 배치 5일 만에 경계근무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망 당시 이씨 팔에는 암기를 위해 지휘관 관등성명과 차량번호 등을 적어 놓은 흔적이 발견됐다.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당초 이씨의 사망을 ‘일반 사망’으로 분류했으나 유족의 재심사 청구를 받아들여 올해 ‘순직’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유족은 아울러 지난해 10월 서울보훈청에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 등록신청을 했다. 하지만 서울보훈청이 지난 2월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자살은 심한 스트레스와 과중한 업무 부담 등 정서적 불안요소가 가중되며 자유로운 의사가 제한된 상태에서 이뤄진 행위였다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이씨는 신체적 피로가 누적돼 있는 상태에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경계근무에 투입됐고 선임병들은 수시로 암기상태 점검 명목으로 끊임없이 정신적 압박을 가했다”며 “이씨는 그와 같은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신병들이 내무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일부 고참병들이 신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임병들에게 머리박기를 시키는 등 질책을 가해 이를 목격한 이씨로 하여금 공포감을 느끼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이씨가 사망 당일까지 3일 동안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며 근무시간 사이에 적절한 휴식이나 수면시간을 보장받지 못한 채로 다음 근무에 투입됐다”며 “신체적으로도 상당한 피로가 누적돼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고인은 사망 22년 만에 국가유공자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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