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농민 모르는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 속타는 농심

기사승인 2018-08-13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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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는 촛불혁명으로 이어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파면에 이르게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이유는 세월호가 침몰하던 당시 8시간이 지나서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하는 등 국민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할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서다. 

최근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농민들의 피해를 줄이는 것은 농협의 최대 의무다. 하지만 농협의 금융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농협금융지주 계열 CEO들의 행태를 보면 실망을 금할 수 없다. 특히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행보는 흡사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사하다. 

김광수 회장은 폭염이 최절정을 달했던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휴가를 보냈다. 휴가기간 그는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집에서 휴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챙겨주려는 조치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농민들이 폭염 속 쓰러지고 있는 가운데 굳이 휴가를 당겨서 갈 이유라기에는 구차한 변명으로 보인다. 휴가는 폭염이 지나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질병관리본부가 기준, 논밭에서 일하다가 열사병에 걸린 사람은 373명, 사망한 농촌 지역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18명에 달했다. 그런데도 김광수 회장은 휴가를 택했다. 그가 휴가를 떠나자 이대훈 농협은행장 등 계열사 CEO들도 줄줄이 휴가를 냈다. 

농협금융과 계열사 CEO들의 폭염 속 휴가와 관련 비난 여론이 일자, 김광수 회장은 지난 9일 그제야 폭염피해 농가를 찾는 장면을 연출했다. 김광수 회장이 나서자 휴가를 같이 보내던 이대훈 농협은행장도 농촌을 찾았다. 이는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휴가를 반납하고 피해 농가를 찾아다니며 지난 3일 폭염대책을 내놓은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2012년 3월 농협중앙회가 신경(신용과 경제사업) 분리하면서 금융부문의 지주회사로 세워졌다. 금융업을 전문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함으로써 농민의 이익에 기여하기 위해 신용사업, 공제사업 등 금융사업을 분리한 것.

하지만 역대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보면 이런 설립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초대 신동규 회장부터 임종룡, 김용환, 현 김광수 회장까지 농업을 전혀 알지 못하는 행시출신 경제관료 출신 금융인으로 채워졌다. 소위 말하는 재경부 출신 모피아들이다. 

애초에 농업과 농민의 현실을 모르는 농협금융지주 회장에게 폭염피해 현장을 찾아다니며 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라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이뿐 아니라 김광수 회장은 기존 농협 인사들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일삼아 눈총을 사고 있다.

김광수 회장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전문성을 문제로 농협중앙회와의 인사 교류를 ‘낙하산’으로 간주하며 농협 출신과의 단절을 암시했다. 다시 말해 농민과 함께한 기존 농협출신들은 금융을 잘 알지 못한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린 셈이다.

그렇다면 금융인 출신들이 농협금융에서 성적은 어떨까? 이익을 창출했다가 보다는 오히려 막대한 피해를 안겼다. 농협금융은 잘못된 투자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농민의 피같은 돈 1조8000억원을 빅배스(대규모 손실처리)로 퍼부었다. 또한 NH투자증권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고위험 투자상품 ELS(주가연계증권)를 운용하다가 수천억원의 손실을 보기도 했다. 이런 손실은 결국 농민의 피해로 전가된다.

신경분리 후 농협 내외부에서는 금융지주 계열사들이 선민의식에 젖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농어촌방송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1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 결과 ‘금융업무 축소, 경제사업 확대’가 가장 필요한 개혁과제라고 6명이 답했다. 존재 이유를 망각한 농협금융과 농협은행 등 금융 계열사에 대한 고강도 국회 국정감사를 기대해 본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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