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년우대 청약통장 속 청년은 누구

기사승인 2018-08-1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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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청년우대 청약통장 속 청년은 누구정책도 상품이다 ‘이름의 중요성’

모든 상품에는 마케팅이 필요하다. 상품 이름은 마케팅에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 중 하나다. 소비자의 첫인상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첫인상이 어떠냐에 따라 소비자가 제품을 대하는 태도는 달라진다. 

정책도 하나의 상품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할지라도 어울리는 이름을 갖지 못하거나 잘못된 이름을 갖게 되면 국민(소비자)으로부터 외면 받는다. 최근 청년우대 청약통장이 그러하다. 

최근 파격적인 조건의 청년우대 청약통장이 출시됐다. 일반 청약저축 통장 금리보다 2배 이상 높고 비과세, 소득 공제 혜택에 기존 청약저축 기간까지 인정된다. 하지만 청년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바로 만19세 이상 29세 이하, 연봉 3000만원 이하, 무주택세대주라는 자격조건 때문이다. 여기서 무주택세대주란 월세, 전세 등의 주거 형태로 살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청년우대 청약통장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전월세를 살아야만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청년이 위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초년생들은 월세 부담, 전세보증금 부족으로 인해 부모와 함께 살면서 독립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부분의 회사가 서울·수도권 내 위치해있기 때문에, 거주지와 회사와의 거리가 크게 멀지 않은 이상 신체적으로 조금 힘들다할지라도 부모와 함께 사는 방법을 택한다. 특히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의 청년이라면 더더욱 세대원일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책 속 청년은 과연 누구냐’는 비판은 어쩌면 당연한 처사였는지도 모른다. 물론 조건에 해당하는 청년은 존재한다. 다만 정책 속 청년은 적은 연 소득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부모로부터 독립해 살아가는 이들이다. 

당초 정부가 이들을 대상으로 정책을 만들었는지는 모른다. 연 소득 30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인 이들은 상대적으로 서울·수도권에서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청년들보다 경제적으로 힘들 가능성이 더 높다. 때문에 이들을 향한 지원은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적어도 청년우대 청약저축이 존재하지도 않는 청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는 않는 셈이니까 말이다. 

진짜 문제는 정책 속 청년이 누구냐가 아니라, 청년우대 청약저축이라는 이름 자체에 있었다. 대한민국 모든 청년을 담기에 정책 속 청년은 일부에 불과했다. 청년우대 청약통장이 아니라 ‘홀로서기 청년 청약통장’과 같은 이름으로 출시됐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다. 

정책 이름은 국민을 호도할 수 있지만 좋은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도 있다. 당국은 정책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말고 정책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올바른 네이밍에도 신경 써야 한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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