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주지훈 '신과 함께'-'공작' 오가는 간극 "별 거 없다"

주지훈 '신과 함께'-'공작' 오가는 간극 "별 거 없다"

기사승인 2018-08-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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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은 8월에만 두 개의 블록버스터 영화로 관객들을 만났다. 1000만 관객을 기록한 ‘신과 함께-인과 연’(감독 김용화), 그리고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으로다. 두 가지 이야기는 사뭇 상반됐다. 완벽한 공상의 세계를 다룬 이야기와 실화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 출발점부터 달라 보이지만 최근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주지훈은 “둘 다 보편적이고 사랑받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신과 함께’는 영화에 대한 두려움이 컸어요. 이야기 자체가 매력이 있다는 것에는 의심이 없었지만 한국의 CG 기술력에 대한 두려움이랄까요.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장면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블루매트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연기해야 했잖아요. 하지만 이런 기획이 이뤄지는 것도 한국에선 쉽지 않을뿐더러, 의미 있다고 생각해 임하게 됐어요.”

반대로 ‘공작’은 막막함이 가장 컸다. 현실을 그대로 고증해야 했고, 디테일한 이야기들이 남아있는 실화라 좋을 때도 있었지만 실존인물을 연기한다는 막막함이 있었다. 주지훈의 표현을 빌자면 ‘대사가 목에 걸려서 나오지 않을 정도로’ 집중해서 찍었단다.

그렇다면 다른 점은 무엇이었을까. 의외로 ‘룩’(Look)에 대한 이야기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CG로 모든 것을 커버할 것만 같았던 ‘신과 함께’가 오히려 더 힘들었다. 주지훈은 ‘신과 함께’를 찍기 전 김용화 감독이 ‘첫 촬영하는 날의 얼굴을 마지막 촬영까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CG로 커버하면 될 것 같은데, 생각보다 얼굴 주변을 조정하는 게 어렵다고 그러더라고요. CG효과를 넣을 때 얼굴 주변을 바꾸는데, 그 영역 지정을 전부 새로 해야 하는 문제 같은 게 있었어요. 지방 촬영을 가도, 새벽에 운동을 꼭 해야 잠들었죠. 그래야 ‘신과 함께’의 마른 얼굴을 지킬 수 있었으니까요. 반면 ‘공작’ 은 군인이니까 전날 술을 먹었을 수도 있고, 부었거나 탈 수도 있었어요. 연결이 튀지 않는다면 외모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죠. 오히려 칼날 같은 멋을 지우려고 노력했어요."

[쿠키인터뷰] 주지훈 '신과 함께'-'공작' 오가는 간극

‘신과 함께’ ‘공작’ 두 가지의 상반된 이미지를 동시에 관객에게 선보이는 데에 대한 고민은 없었을까. 그러나 주지훈 본인은 “배우 주지훈으로서의 이미지도 그리 확고하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 ‘이미지’라는 걸 위해 10년 넘게 고민했는데, 사실 별게 없더라고요. 이미지의 변주라는 건 결국 그 바뀐 이미지를 관객들이 많이 봐야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저는 엄청나게 웃긴 코미디도 찍어 보고, 감정 속에 무겁게 가라앉는 영화도 찍어 봤어요. 그런데 그런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큰 지지를 받지 못했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그 주지훈의 이미지는 대중에게 없는 거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재기발랄하고 통통 튀는 ‘신과 함께’속 주지훈과, ‘공작’의 무거운 주지훈과의 간극이라는 것도 그저 새로운 시도로만 느껴져요. 이게 좋게 받아들여진다면 또 다른 시도를 해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있죠.”

큰 예를 들면 ‘궁’의 주지훈이 엄청나게 사랑받았지만, ‘좋은 친구들’같은 작품 속의 주지훈은 기억하는 관객이 별로 없다는 맥락이다. 그렇다고 소위 ‘안 된’ 작품에 큰 미련을 갖고 있지는 않다.

“잘 되면 욕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던데요. 저를 인정하기도 싫어하고요. (웃음) ”

그렇다면 ‘신과 함께’와 ‘공작’을 선택한 주지훈의 작품 선택 기준은 무엇일까. 간단하고 명백하다. 재미다.

“제가 봤을 때, ‘와, 재미있다!’하는 게 좋아요. 물론 처음에는 정말로 제가 재미있어야만 그 작품을 했지만, 세월을 좀 겪고, 여러 작품을 거쳐보고 나니 생각도 좀 바뀌었죠. 예를 들면 저는 그렇지 않아도 소재가 남들이 재미있어 할 수 있겠다 싶은 작품도 고른다는 것? 그리고 기획 의도도 중요해요. 작은 위안이라도 사람들에게 주고 싶다, 하는 영화들을 좋아해요. 아니면 정말 불편한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우리들이 알아야 하는 이야기, 불편하다 못해 리스크가 있는 작품도 의미가 남다르다면 꼭 참여하고 싶습니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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