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끊이지 않는 원격의료 논란, 왜 자꾸 나오나

기사승인 2018-08-25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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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끊이지 않는 원격의료 논란, 왜 자꾸 나오나원격의료 논란이 다시 불거지며 찬·반 논란이 거세다. 원격의료를 찬성하는 측은 의료접근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하는 측은 의료영리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논란이 될 때마다 의료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보건복지부는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를 보면 2014년부터 원격의료와 관련 설명·해명자료를 낸 것은 총 9건에 달한다. 2014년에 3건, 2015년에 4건, 2017년 1건, 2018년 1건 등이다. 2016년은 정부가 원격의료 추진을 공식 철회하면서 논란이 수그러들었으나 복지부 장관의 발언 이후 1년여가 지났지만 논란은 더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의 원격의료 논란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확대됐다.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환자들을 진료하는 선한 기능의 원격의료에 대해 필요성을 밝히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은 더 확대되는 모양새다.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보건복지부는 원격의료와 관련해 보건의료정책 방향에 대한 설명자료를 냈다. 내용을 보면 원칙적으로 현행법상 허용되고 있는 의사-의료인 간 원격협진의 활성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여 의료접근성·효과성 강화를 모색하겠다고 한다. 

예외적으로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격오지 군부대 장병, 원양선박 선원, 교정시설 재소자 및 도서·벽지 주민 등 대면진료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곤란한 경우에 국한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도입방안을 검토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의료법 개정은 국회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추진하며, 기술적·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료사각지대 해소가 아닌 일반환자 대상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는 검토하고 있지 않고, 보건의료체계 내에서 원격의료의 활용은 ‘국민건강 증진’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의 자료가 발표되자 대한의사협회는 즉각 성명서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의사협회는 지난 정부에서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추진할 당시 더불어민주당도 의료계 등과 공조해 강력 규탄했음에도 복지부 자료는 의사-환자간 대면진료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도 가세했다. 이달 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많은 의원들이 원격의료를 추진에 대해 질타했고, 박능후 장관은 의료인간 원격의료 활성화라고 선을 그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은 23일 논평을 통해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당·정·청은 지난주 비공개 회의를 열고 군인과 도서벽지 등을 대상으로 한 원격의료를 실시하는 방향으로 의료법 개정을 합의했다. 오늘 청와대 관계자도 원격의료 허용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며 “박근혜 정부에서 집요하게 추진되던 원격의료 활성화 정책이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최근 경제상황과 일자리 대란 등으로 위기를 맞은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은 포기하고 대기업들의 숙원사업인 원격의료 기반을 만들어주며 대기업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정부는 의료영리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는 원격의료 논의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동안 원격의료 추진이 논의돼 온 데는 ICT 등 관련 산업발전과 밀접해 있다는 의견이 가장 많다. 제도 도입으로 ICT 산업이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선에서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들이, 원격의료의 중심에 서야 할 의사들이 반대하면 시행할 수 없다.

ICT를 활용한 원격진료가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견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면진료와 비대면 진료가 차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시범사업만으로 모두 확인할 수도 없다.

산업의 발전이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지만 최근처럼 북극의 빙하가 녹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정부는 이러한 부작용도 고려한,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을 추진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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