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경찰 축구단 존폐 위기, 피해 보는 건 선수들

기사승인 2018-09-19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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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축구 선수들의 경력 연속성에 도움이 됐던 경찰축구단이 당장 내년부터 K리그에서 퇴출될 위기에 몰렸다.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경찰청이 다소 의아한 결단을 내리면서 바야흐로 팬들의 질타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1996년 공식 출범한 경찰축구단은 2001년 R리그(2군 리그)에 참가했고 2013년엔 K리그 첼린지(2부 리그)에서 활동했다. 2014년 아산을 연고로 하는 안산경찰축구단이 창단됐고, 2년 뒤엔 연고지를 아산으로 옮겼다. 군경팀음 매년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5억원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 아산시는 2017년 16억 4000만원, 2018년엔 19억 5000만원을 지원했다.

사실 경찰청 축구단 폐지는 예정된 수순이다. 정부가 2023년까지 의경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하면서 의경 소속으로 그라운드에 섰던 경찰청 축구단 역시 해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폐지 시기가 급작스럽게 앞당겨졌다. 복수의 매체 보도에 따르면 경찰청은 24년 역사의 경찰 축구단을 이른 시기 마침표를 찍길 원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지난 7월 아산무궁화 축구단 운영시한을 놓고 아산시와 경찰대학, 연맹, 구단측이 의견을 나눴다. 2019년과 2022년 중 고민했지만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달 11일 경찰대학측은 이번 시즌 충원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유선상으로 전달했다. 13일엔 경찰대학에서 아산구단에 충원 불가 공문이 정식으로 발송됐다.

이번 사태는 세 가지 절차상 문제가 있다. 먼저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아산시, 아산 구단 등 이해관계자간 사전 조율이 되지 않았다. 아울러 아산 구단 창단 당시 연맹과 아산시, 경찰대학 3자가 체결한 운영협약서도 무시됐다. 2017년 1월 1일 체결된 ‘아산무궁화프로축구단 운영 협약’을 보면 “체육단(경찰체육단) 및 운영주체(아산시)는 정책변경 및 외부 요인으로 인해 본 협약을 계속 이행할 수 없는 상황 발생 시 사전에 3자 회의를 통해 정책변경 및 외부 요인의 사유와 내용을 설명하도록 하며…”라고 명시돼있다.

[옐로카드] 경찰 축구단 존폐 위기, 피해 보는 건 선수들

‘모르고 있던’ 선수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만약 올해 9월 정기 선수선발을 하지 않으면 다음 시즌 아산은 14명의 선수가 남는다. 20명 이상의 선수를 등록해야 하는 K리그 가입 요건상 아산은 대회를 치를 수 없어 남은 군 복무를 일반 의경으로 소화해야 한다. 프로 선수에게 경력 단절은 크나큰 손실이다.

리그 파행도 우려된다. 무엇보다 K리그 팬들에게 심겨질 불신은 아시안게임과 A대표팀 선전으로 타오르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물이다. 더구나 1군행이 유력한 팀이 선수 수급 문제로 대회를 치르지 못하면 리그 운영에도 큰 차질이 생긴다. 군경팀 입대 준비중이던 선수들의 경우 상당수가 일반 병과로 군 입대를 할 처지에 놓였다. 이 가운데 아산 구단 산하 유소년 클럽은 줄줄이 해체가 불가피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대로라면 아산은 다음 시즌 리그 참여가 불가능하다. 안정성과 공정성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했다.

당장의 급한 불을 끌 최소한의 방법은 적어도 1회 선수를 충원하는 것이다. 올해 선수 충원을 통해 K리그 등록조건을 충족하면 당장 팀이 공중 분해될 일은 없다. 이후 아산시와 협의 하에 시민구단으로 전환하면 팀이 충분히 유지될 수 있다. ‘의경 선발 중단’이라는 사회적 화두가 아무리 핫해도 축구 생태계가 이처럼 쉽게 무너져선 안 될 일이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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