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대신 '역귀성' 슈퍼노인, 허리 조심하세요

기사승인 2018-09-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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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대신 '역귀성' 슈퍼노인, 허리 조심하세요추석의 모습이 변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의 생활권이 수도권에 집중되다보니 명절에 부모님이 서울로 올라오는 역귀성이 많아지고 있다. 기대수명이 늘면서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건강노인이 늘었지만, 고령의 나이에 무리한 활동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하는 것이 좋다. 명절에 노인들이 무리하다 발생할 수 있는 질환과 예방법에 대해 자생한방병원 한창 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늘어나는 ’역귀성’ 노인, 무거운 양손 짐에 허리 건강 빨간불

지난해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추석에 귀성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0명 중 6명(61.4%)에 불과했다. 추석에 대한 인식평가에서도 ‘명절 때면 의무감 때문에 친지, 가족들을 보러간다’고 답한 응답자는 64.3%에 그쳤다. ‘민족대이동’이라 불릴 만큼 모두가 떠나던 귀성길도 이제 옛말이 되었다.

이제는 명절에 자녀의 집으로 역(逆)귀성을 떠나는 노인들의 모습이 흔해졌다. 올해 설 연휴 기간 한국철도공사에서 운영한 역귀성 상품은 지난해 설보다 이용객이 2배 이상 늘었다. 항공사들도 저마다 역귀성 노인들을 위한 할인상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자녀들에게 떠나는 노인들의 두 손은 전혀 가볍지 않다. 양손과 배낭에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발걸음을 옮긴다.

많은 짐을 옮기다 보면 허리 관절에 무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허리는 우리 몸이 받는 하중을 지탱해주는 중요한 부위로, 체력을 고려하지 않고 한꺼번에 많은 무게를 들면 급성요추염좌가 발생할 수 있다. 급성요추염좌는 허리뼈 부위의 인대가 손상되며 생기는 것으로 자극을 받은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수축해 ‘삐끗’하는 느낌과 함께 요통이 나타난다. 급성요추염좌를 방치하면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로 발전해 오랜 기간 고생할 수 있으므로 요령 있게 짐을 드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
 
짐을 들어올릴 때는 허리가 아닌 허벅지와 다리의 힘으로 밀듯이 몸을 일으켜야 한다. 상체만 굽힌 채짐을 드는 동작은 물건의 무게가 그대로 허리에 전해지기 때문에 척추에 큰 무리를 준다. 짐을 들고 이동할 때도 허리가 앞으로 너무 숙여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그러나 짐을 옮기는 요령보다 척추 건강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필요한 물건을 줄여 짐의 무게를 최대한 덜어내는 것이다.

짐을 옮기기 전에 간단하게 ‘앉아서 아빠다리’ 스트레칭을 실시해 허리 주변의 근육과 인대를 이완시켜 주는 것도 요추염좌 예방에 도움이 된다. 바로 앉은 자세에서 오른쪽 발목을 왼쪽 무릎 위에 올린다. 가슴을 멀리 미는 듯한 느낌으로 상체를 천천히 아래로 숙여 4초간 유지한다. 이때 양손은 무릎 위에 살며시 올려 놓는다. 이후 발을 바꿔서 4회씩 반복한다.

 ◇제사상 준비부터 벌초까지…노인들 손목질환 주의보

최근 노인들이 제사상 준비부터 벌초, 청소, 육아까지 명절 가사일을 떠안는 경우가 늘고 있다. 슈퍼노인 증후군 노인들이 명절 가사에 뛰어드는 이유는 가사가 서툰 자녀세대를 배려하기 위한 면도 있지만, 자신이 아직도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목적도 함께 존재한다. 여러 일을 도맡다 보면 자연히 신체의 피로와 부담도 커진다.

제사음식 준비는 각종 재료를 구입하는 것부터 시작해 손질, 요리, 설거지까지 장시간 동안 손목 사용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손목 관절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벌초용 제초기의 강한 진동도 손목 관절을 약하게 만든다. 노인들은 기본적으로 근력이 약하고 체지방량이 낮아 작은 충격을 받더라도 관절에 그대로 전달돼 골절 등 큰 부상을 당하기 쉽다. 특히 노년기 골다공증으로 인해 골밀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장시간 무리하게 손목 관절을 사용하는 것은 골절 위험성을 더욱 높인다.

손목 관절을 튼튼히 유지하고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칼슘과 비타민D의 보충이 필수적이다. 체내 비타민D는 대부분 햇볕을 받아 피부에서 합성되므로 실내에만 있기 보다는 매일 20분 정도 야외에 나가 햇빛을 쐬어주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한방 천연물인 천수근의 주요 성분 ‘하르파고사이드’가 뼈의 재생을 유도해 골다공증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방 병·의원에 방문해 정제된 천수근 추출물을 약침 형태로 환부에 주사 받아 치료 효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틈틈이 ‘손목 당기기’ 스트레칭을 실시해 손목을 휴식시켜 주면 부상 예방에 효과가 있다. 우선 한 쪽 팔을 앞으로 뻗어 손끝을 아래로 해준다. 반대편 손으로 뻗은 손을 눌러 몸 안쪽으로 15초간 당겨준다. 이후 손을 바꿔 실시해주면 된다.

자생한방병원 한창 원장은 “손목은 우리 몸의 관절 중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관절이기 때문에 부상을 입으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하므로 무리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며 “골 질량을 높여주는 걷기나 가벼운 산책, 조깅 등 골격에 힘이 들어가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지속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1명당 평균 2.7개의 만성질병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제 아무리 활달한 노인이라고 해도 ‘세월에 장사 없다’는 말도 있듯이, 명절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부모님과 주변 어르신들에게 안부를 묻는 등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 있다”고 조언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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