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중간점검] 싱거워진 우승경쟁, 스플릿·강등권 진흙탕 싸움 예고

싱거워진 우승경쟁, 스플릿·강등권 진흙탕 싸움 예고

기사승인 2018-09-22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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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축구 금메달과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의 성공적인 데뷔전으로 국내 축구는 ‘붐업’ 조짐이 일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각 구단은 지난 2002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생각보다 싱겁다. 전북이 굳건한 1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위 스플릿에 들기 위한 6위 싸움과 2부 리그 강등 탈출 경쟁이 치열하다.

산술적으로 역전 우승이 불가능하지 않다. 최근 경남, 울산의 페이스가 전북 못지않다. 전북은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 선수 다수를 차출하며 체력과 팀 조직력 측면에서 한숨이 깊다.

스플릿 분리까지 5라운드, 시즌 종료까지 10시즌 남겨둔 시점에서 앞으로의 전망을 각 팀별로 살피는 자리를 마련했다.

▶‘ACL-FA컵 탈락’ 전북, 싱거워진 후반기

디펜딩 챔피언 전북의 K리그1 내 존재감은 단연 압도적이다. 하지만 목표로 삼았던 대회에서 아쉽게 탈락하며 이제는 잘 해봐야 본전인 상황이 되고 말았다.

시즌 초 전북은 ‘ACL+K리그’ 2관왕의 야심찬 포부를 드러냈다. 시즌을 앞두고 가장 완벽한 더블 스쿼드를 구축하며 만발의 채비를 갖추는 듯 했다. 시즌 초반 잠깐의 휘청거림이 있었지만 이내 정상궤도에 들어서며 한때 2위와 승점 20점 이상 벌리는 등 맹위를 떨쳤다.

전북이 FA컵 16강에서 아산 무궁화에 탈락할 때까지만 해도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란 평가 가능했다. 그러나 ACL은 얘기가 다르다. 이를 위해 대폭 투자했고, 선수 로테이션도 ACL이 기준이었다. 그러나 이달 치른 수원과의 ACL 8강에서 승부차기 접전 끝에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전북은 아시아 재패의 꿈을 접게 됐다.

이번 시즌만 있는 게 아니다. 올 시즌 K리그1을 착실히 마무리하며 조직력을 다진다면 내년에 다시금 높은 곳에 도전할 수 있다. 전북은 K리그1 최근 6경기에서 4승 1무 1패 승점 13점을 쌓으며 울산과 함께 가장 좋은 페이스를 유지했다. 2위 경남과는 승점 16점 차다. 전북에게 남은 건 미래를 위한 유종의 미다.

▶‘돌풍의 주역’ 경남, 마지막까지 달릴까

김종부 감독이 이끄는 경남 FC는 시즌 전부터 큰 기대를 받았다. 경남은 지난 시즌 K리그2에서 2위 부산에 승점 11점 앞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부산을 이끈 故 조진호 감독은 “이번 시즌 첼린지 우승은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 경남이 워낙 잘한다. 차라리 클래식에서 3위정도 하라면 그게 더 쉬울 것 같다”면서 볼멘소리를 할 정도로 경남의 경기력은 수준급이었다.

김종부 감독은 간결한 플레이 스타일로 1부 리그를 호령 중이다. 경남은 평균 점유율 45.9%로 전체 12개 팀 가운데 최하위다. 그러나 이 같은 수치는 적극적인 전방 패스와 빌드 업 상황에서의 빠른 마무리가 낳은 결과물이다. 경남은 46골 32실점으로 득점부문 2위, 실점부문 3위에 올라있다.

경남 축구의 중심엔 ‘미친 존재감’ 말컹이 있다. 말컹은 지난 시즌 K리그2에서 22골을 넣으며 2위 라울에 7골차 앞선 득점왕에 올랐다. 올 시즌 K리그1에서는 24경기 22골로 제리치(23골)에 이어 득점 2위에 올라있다. 말컹은 높은 키와 민첩한 순발력, 정확한 슛 능력을 두루 갖춘 만능 스트라이커다. 지난해 K리그1을 지배한 조나탄 못지않은 활약 중이다.

▶스퍼트 올리는 울산, 극적인 역전 우승 노린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울산은 전북의 가장 강력한 우승 라이벌로 꼽혔다. 박주호 등 특급선수를 폭풍 영입한 가운데 지난 시즌 FA컵 정상에 오르며 ‘우승 맛’도 본 상황이었다. 

시즌이 시작되자 울산은 극심한 침체에 빠졌다. 경기 내용은 좋았지만 마무리에서 아쉬웠다. 특히 실점 상황에서 허무하게 골을 헌납했다. 아직 채 갖춰지지 않은 조직력의 문제였다. 한때 최하위까지 추락하며 팬들의 우려를 샀다.

울산은 저력이 있었다. 차근히 승점을 쌓더니 어느덧 3위까지 올라왔다. 최근 6경기에서 승점 13점을 쌓으며 전북과 함께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10경기로 범위를 넓히면 7승 2무 1패로 12개 팀 중 가장 많은 승점을 수집했다. 울산은 후반기 기세만 놓고 보면 산술적으로 2위에 오르는 게 가능하다. 물론 전북이 후반기 크게 부진하면 역전우승도 완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세오 없는 수원, 사실상 ACL ‘올인 각’

수원 삼성은 5년 반 가량 사령탑으로 활약한 서정원 감독을 떠나보냈다. 공교롭게도 감독 자리가 빈 다음 치른 ACL 8강에서 전북을 꺾으며 16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 대회 우승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그간 수원은 ACL에서 부진했다. 2002년 우승컵을 든 뒤 4강안에 든 건 2011년이 유일하다. 이미 K리그1 우승이 멀어진 상황에서 ACL 우승에 전력을 쏟을 동기는 충분하다. 물론 차기 시즌 ACL 티켓이 주어지는 4위권 유지는 필요하다.

▶치열한 상위 스플릿 경쟁, 승점차는 불과 5점

28라운드 현재 5위 포항부터 10위 대구까지 승점 차이는 5점에 불과하다.  남은 5라운드 동안 어느 팀이 상위 스플릿권(6위)에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은 분포다.

포항 스틸러스는 들쑥날쑥한 경기력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최근 6경기를 보더라도 승-패-승-패-무-패의 행보였다. 최순호 감독의 포항은 평균 점유율 53.2%로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간결한 패스와 빠른 스피드로 몰아치는 팀들에 고전했다.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6위 강원 FC는 득점왕 제리치를 보유하고 있지만 경기력이 안정적이지 못하다. 최근 조태룡 대표의 비위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며 구단 분위기가 최악에 치닫고 있다. 최근 4경기에서 1무 3패로 최악이다. 지난달 인천을 7-0으로 이기며 분위기를 바꾸나 했지만 경남, 대구, 상주에 차례로 패하며 오히려 침체기에 빠졌다. 무엇보다 팀 분위기가 살아나는 게 절실하다.

7위 제주 유나이티드와 8위 FC 서울은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제주는 한때 리그 2위까지 치고 올랐지만 ‘여름 징크스’를 넘지 못하고 날개 없이 추락하는 중이다. 최근 6경기에서 4무 2패로 리그 꼴찌의 성적을 냈다. 서울 역시 지난달 3연승을 달린 뒤 1무 4패로 스스로 상위 스플릿 기회를 걷어 찼다. 9위 상주 상무는 ‘황금 세대’라는 평가에 걸맞게 시즌 초반 경남과 함께 돌풍의 주역으로 급부상했지만 월드컵 전후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0위 대구 FC는 분위기가 좋다. ‘조현우’ 효과로 관중 동원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가운데 경기력도 덩달아 올라갔다. 최근 6경기에서 4승 2패, 최근 3경기에서 모두 이기며 연승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가뿐하게 강등권을 탈출하며 이제는 상위 스플릿까지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조현우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온 만큼 분위기는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강등권 허덕이는 전남-인천, 기회는 있다

전남 드래곤즈와 인천 유나이티드는 승점 26, 25점으로 강등권에 내려와 있지만 최근 성적을 보면 잔류의 희망을 가질 만 하다.

[K리그 중간점검] 싱거워진 우승경쟁, 스플릿·강등권 진흙탕 싸움 예고

전남은 최근 6경기에서 3승 1무 2패로 승점 10점을 쌓았다. 리그 전체로 보면 4위에 해당된다. 그러나 바로 위 순위에 있는 대구가 더 좋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더 분발해야 한다. FA컵 8강에서는 최근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아산과 만난다. 

인천 역시 6경기에서 승점 9점을 쌓으며 흐름이 나쁘지 않다. 4경기로 좁히면 2승 2무다. 욘 안데르센 감독 부임 후 팀 조직력을 갖추는 데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파괴적인 득점력을 보였지만 그만큼 실점하며 다 잡은 경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다행히 최근에 팀 색깔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외국인 용병 무고사와 아길라르가 좋은 폼을 유지하고 있고 ‘국대 공격수’ 문선민 또한 월드컵 피로를 상당부분 걷어냈다. 남은 라운드에서 강등만 피하면 다음 시즌 도약을 꿈꿔볼 수 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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