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청소년쉼터 폐쇄, “노조탄압과 직장내 갑질이 원인”

폭언, 고성, 위협에 시달리다 노조결정

입력 2018-10-11 07: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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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시 청소년쉼터 폐쇄를 두고 노조탄압과 직장내 갑질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곳은 지난 7월말 운영진의 자진 폐쇄로 문을 닫으며, 가출 청소년 등이 갈 곳을 잃게 되고 직원들은 직장을 잃게 돼 생계가 곤란해졌다.

이곳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던 이병욱(47)씨는 쉼터 폐쇄의 근본 이유를 노조탄압으로 꼽았다.

지난 5월 익산청소년쉼터는 총 10명의 직원 중 5명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한달뒤 조합원들은 운영자인 사단법인 희망청소년복지대단 측으로부터 폐쇄 통보를 받았고 7월 쉼터는 폐쇄됐다.

아울러 이병욱씨와 다른 조합원들은 직장내 갑질이 “심각했다”며, 이에 대항하려고 노조를 결성했다고 주장했다.

이병욱씨는 “상담이 많은 업무 특성상 여직원들이 많은데 평소 A팀장의 폭언과 고성에 시달렸다. 심지어 위협까지 하는 것으로 느껴졌고 인권 유린 수준이었다”며, “남자인 나도 공포감을 느꼈을 정도니 여직원들의 고충은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수차례 대화를 시도했지만 A팀장은 ‘난 원래 말을 그렇게 한다’는 대답으로 타협의 여지가 없었다”면서 “이에 개인적으로 개선이 어려워 노조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곳을 운영하던 희망청소년복지재단 측은 폐쇄 이유에 대해 ▲실적미비 ▲직원임기 만료 ▲쉼터 임대기간 만료 ▲건물매각 문제 등을 원인으로 들어 설명했다.

특히 재단 관계자는 노조탄압과 직장내 갑질 주장에 대해 “노조탄압과 직장내 갑질이 아니라 '직원간 갈등'”이라면서 “설령 직장내 갑질이 있었다면 먼저 운영자인 재단 측에 문제해결을 요청하는 게 순서인데 그러한 요청을 받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쉼터의 주 목적인 청소년 지원부분에 대한 실적이 미비한 게 가장 큰 폐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곳을 운영하던 법인은 쉼터 자리에 노인보호센터를 운영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청소년쉼터도 전액 보조금을 받아서 운영해 오던 터라 업종만 변경해서 운영해도 손해 볼 게 없을 것”이라며, “여기에 조합원들만 제외하고 법인 측 인사들을 재임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쉼터 폐쇄가 노조를 해고하려는 수단이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도 청소년들에게 쉼터 이용을 요청하는 연락이 오는데 도와주지 못해 답답하다”면서 “정말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공간을 어른들의 이해득실에 따라 없애는 것이 정상인가”라고 토로했다.

한편, 익산청소년쉼터는 지난 2013년 B교회가 법인을 설립해 문을 열었고, 익산시는 이곳에 도비와 국비를 포함해 해마다 3억3천만원의 운영예산을 지원했다.

유범수 기자 sawaxa@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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