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라면부터 소주까지... 말레이시아 사로잡은 한국의 맛

기사승인 2018-10-17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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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과일향이 나는 술은 이곳(말레이시아)에서 드물다, 딸기맛 소주가 가장 맛있는 것 같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7일 오후 8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루에 위치한 스탈링몰 지하 1층 ‘코리아페어’ 매장에서 시음 중이던 누르 살리하(Nur Salihah, 38세)씨는 “한국 드라마에서 (소주) 마시는 장면이 많이 나와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맛이 좋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누르 살리하 씨는 “복숭아와 딸기 제품은 고급 과일”이라면서 “딸기맛 소주를 우선 세 병 샀다”고 덧붙였다. 

현지에서 인기있는 한국 제품들을 모아 판매하는 코리아 페어에는 롯데주류 처음처럼과 순하리 과일소주를 비롯해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농심 ‘너구리·김치라면’,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등이 진열돼있었다. 대상 ‘종가집 김치’와 ‘떡볶이 양념’은 직접 시식이 가능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시식이 가능한 주류 코너 등에 관심을 보였다. 롯데주류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서 과일맛 소주의 매출은 전년 대비 20%대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레이시아는 대표적인 동남아 할랄시장이다. 할랄은 이슬람 문화권에서 율법인 코란에 의해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물건을 통틀어 말하는 개념이며 ‘허용된 것’이라는 뜻을 지닌다. 반대로‘허용되지 않은 음식’은 하람(Haram)이라고 한다. 


한국무역공사에 따르면 2020년까지 전 세계 무슬림이 모든 인구의 25% 수준인 19억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할랄 시장 규모 또한 2조4000만 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말레이시아가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전세계 무슬람 인구의 60% 이상이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경우 자킴(JAKIM) 할랄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자킴 인증은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인접한 이슬람국가와 교차인증이 가능해 할랄제품 수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확보해야한다.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역시 한 켠에 자리하고 있었다. 시음이 불가능한 탓에 소비자들이 몰리지는 않았지만, 빙그레 역시 바나나우유 등을 통해 꾸준히 매출 성장을 기록 중이다.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2015년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할랄 인증과 수출업체 검역·위생 등록을 마치고 수출을 시작했다. 첫 공급 물량 14만4000톤, 3만 달러(약 3399만원)으로 시작해 현재는 다양한 채널에 입점해 말레이시아 식문화에 파고들고 있다. 2015년 2억원, 2016년 3억5000만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4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숫자 자체는 작지만 신장은 계속되고 있다”면서 “올해 매출 역시 10% 가까이 신장 중이라 5억원 돌파는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주 외에도 한식에 대한 관심도는 높았다. 특히 신세계푸드 대박라면과 삼양라면 불닭볶음면은 말 그대로 ‘핫’한 제품이었다. 행사 매대인 코리아페어 외 일반 채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으며 소비자 선호도도 높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라면시장에서 한국산 라면의 점유율은 2013년 0.7%에서 올해 1분기 13.4%로 약 20배나 증가했다.

말레이시아에서 한국라면 열풍을 이끈 것은 불닭볶음면이다. 지난해에만 140억원의 매출이 발생했으며 올해의 경우 상반기에만 100억 매출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은 불닭브랜드 위주의 수출 라인업을 다양화하기 위해 ‘삼양 80G’ 라면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지에서 인기인 80g 소용량으로 출시되며 떡볶이, 불고기, 짜장, 김치 등 대표적 한식 메뉴로 구성했다.

[르포] 라면부터 소주까지... 말레이시아 사로잡은 한국의 맛

실제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쇼핑센터인 센트럴마켓 인근 세븐일레븐 매대에는 대박라면과 불닭볶음면 제품이 자리하고 있었다. 대박라면 용기면 가격은 6.8링깃( 약 1900원), 불닭볶음면 용기면 가격은 7.4링깃(약 2000원)이었다. 

국내 가격보다 높은 편인 데다가 말레이시아 평균 노동자의 월급이 한화로 100만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비싼 가격이었지만 소비자들은 개의치 않았다. 

편의점에서 만난 리디아 수가이(Lydia Sugai, 22세) 씨는 “(대박라면·불닭볶음면) 둘 다 맛있다”면서 “무척 맵지만 자주 먹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말레이시아 기존 라면 대비) 싼 편은 아니지만 크게 부담 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대박라면은 출시 한달 만에 200만개, 1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당초 계획했던 연간 목표 80억원의 20%를 달성했다. 대박라면 봉지라면의 가격은 18.8 링깃(5155원), 컵라면은 4.6~5.2 링깃(1261~1425원)으로 말레이시아 현지라면 대비 3배 높은 수준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한류가 불고 있는 동남아에서 가장 한국적인 메뉴로 알려져 있는 김치와 양념치킨 두 가지 맛에 대한 호응이 판매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무슬림이 제품 구매 시 가장 중시하는 자킴 인증을 획득해 신뢰를 높였다는 점도 주효했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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