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는 재개됐지만, 논란 휩싸인 봉천동 재건축단지

구역만 다를 뿐인데… 2억원 분담금 폭탄부터 시공사 선정비리 의혹까지

기사승인 2018-10-20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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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12-1구역 재개발단지가 불안하다. 경남기업의 부도와 그로 인한 공사중단, 시공사 재선정과정에서의 갈등과 비리 의혹, 여기에 조합 내부 분열과 마찰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 가운데 공사는 지연됐고, 조합원들은 최대 2억원의 분담금을 추가로 내야하는 상황에 몰렸다.

봉천12-1구역은 2015년 6월 입주를 목표로 2013년 12월 브랜드 ‘아너스빌’을 가지고 있는 경남기업이 공사에 들어갔지만, 2015년 3월 회사의 경영악화로 부도가 나면서 최근까지 공사가 중단됐다.

시공 당시만 해도 이 지역은 도보 5분 거리에 2호선 봉천역이 있는 역세권인데다 강남이나 여의도 등 주요업무지역과의 우수한 접근성, 1500여세대가 입주할 브랜드 아파트단지와의 공동생활권 형성, 낮은 공사비 수주에 따른 높은 비례율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입주세대는 총 519세대로 전용면적 기준 59㎡(구 18평)형이 102채, 84㎡(구 25평)형이 276채, 116㎡(구35평)형이 52채, 임대주택인 39㎡(구 12평)형이 89채로 구성돼있다. 이 중 조합원 물량으로 417세대, 일반분양은 13채가 배정됐다.

현재 시공사는 ‘e편한세상’ 브랜드를 가진 대림건설의 자회사이자 도급순위 40위권에 올라있는 삼호건설로 변경돼 8월 6일부터 공사가 재개됐다. 문제는 3년 5개월이라는 시간이 지체된데다 시공사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가 등으로 비례율이 급격히 낮아졌다는 점이다.

비례율은 정비구역 내 사업완료 후의 대지 및 건축물의 총 추산액(총수입금)에서 총 사업비(총 지출금)을 뺀 후 사업시행 이전의 자산가지(종전자산평가액)로 나눈 값으로 수익성과 조합원 분담금 규모를 정하는데 쓰인다. 현재 1구역 비례율은 161.57%에서 87.54%로 뚝 떨어졌다.

반면 옆단지인 12-2구역은 순풍에 돛 단 듯 시공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당초 보수적으로 잡았던 109.96%의 비례율도 일반분양가 상승 등으로 수익률이 높아져 140%대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 반토막 난 비례율, 3년 5개월간 무슨 일이?

조합원들에 따르면 공사지연 등으로 인해 발생한 추가분담금이 최대 2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미 공사 분담금으로 전체 비용의 60%를 납부한 상황에서 납부한 만큼 혹은 그 이상의 비용을 더 내야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 조합원 A(63·남)씨는 “2대 조합장과 삼호건설 간 모종의 합의에 의해 조합원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조합장 최 모씨가 12-2구역 시공사인 대림건설과 뒷거래를 통해 삼호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고, 이 과정에서 각종 비리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당초 경남기업이 법정관리로 들어가며 공사를 재개할 의사를 밝혔지만 ‘경남은 절대 안 된다’며 반대했고, 120억원의 입찰보증금을 요구해 현장설명회에 참여한 12개 업체 모두 입찰을 하지 않도록 유도해 삼호건설과 수의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삼호건설은 입찰제안서가 아닌 입찰참여의향서만을 제출했고, 입찰보증금도 10억원으로 낮춰 계약을 체결했다. 당연하지만 경쟁업체가 없었던 삼호건설은 경남기업이나 2015년 대림건설이 제시했던 추가분담금보다 높은 수준의 분담금을 책정했다.

실제 2015년 8월 1대 조합장 사퇴 후 발족한 비상대책위원회는 경남기업으로 사업을 재개할 경우 3200만원의 세대당 추가분담금이 발생하며, 대림건설로 시공사를 변경할 경우 5000만원을 더 내야할 것이라는 비교견적을 제출한 바 있다.

더구나 지난 3월 계약 이후로도 한동안 삼호건설은 정비사업 추산액을 제시하지 않았고, 2018년 6월 30일 열린 조합원 총회에서 당초 사업비 1193억원에서 377억원이 증가한 1570억원을 변경사업비로 제시해 비례율을 반토막 냈다.

심지어 발코니 확장이나 시스템 에어콘 설치 등 부대비용에 대해서도 조합원들의 의견을 듣지 않은 채 선택사항이라는 말로 포장하며 조합원이 부담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만들어 놨다. 경쟁이 불가능한 수의계약을 통해 건설사의 입맛대로 사업비가 책정된 셈이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조합원 B(65·남) 씨는 “경남기업과 삼호건설이 제시한 공사비 차이에 반해 쓰이는 자제 등은 큰 차이가 없었다”면서 “시공사 변경에 따른 사업비가 과도하게 책정된 것 같다”고 했다. A씨 또한 “2대 조합장이 뒤로 어떤 약속을 받았는지 몰라도 조합원들과 상의없이 깜깜이 계약을 시공사 하자는데로 해줬다”고 토로했다.

공사는 재개됐지만, 논란 휩싸인 봉천동 재건축단지

◇ 2대 조합장 사퇴… 하지만 여전한 입김(?)

이처럼 급증한 사업비와 그로 인한 추가분담금 폭탄을 떠안게 된 조합원들은 공분했고, 조합장의 무능과 그간의 행적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이에 2대 조합장 최 씨는 사퇴했다. 

하지만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과도한 추가분담금이 어떻게 산정됐으며 누가 이를 주도했는지 등에 대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데다 심지어 차기 조합장 선거과정에도 최 씨가 비리를 감추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A씨는 “조합이나 시공사, 중간에서 서류작업 등을 해주는 정비업체 대신 뽑은 컨설팅업체까지 다 물어봐도 추가분담금 책정과정과 금액산출 근거에 대해 아는 이가 아무도 없다”며 “자신들의 비리를 덮기 위해 이 같은 일을 벌이는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새 후보를 비롯해 조합 집행부나 선거관리위원회 모두 전 조합장과 연이 닿아있는 사람들”이라며 “전 조합장 라인인 후보는 경력증명서 등 구비서류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후보로 등록시키고, 상대 후보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사전선거운동이 아니라고 했던 사안을 이유로 소명절차도 없이 후보등록을 취소시키는 일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최 씨의 측근들로 구성된 조합 임원들과 선거관리위원회가 자신들과 뜻을 같이하는 특정 후보를 내세워 그들이 그간 행해왔던 행적들을 덮기 위해 특정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상대 후보등록을 취소시키려하는 등의 시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논란이 거세졌고, 조합원들의 여론이 나빠지자 선거관리위원회는 두 후보의 등록을 모두 취소했다. 이어 후보 모집을 다시 진행한다고 조합원들에게 밝혔다. 재개발을 관할하는 관악구청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조합 내부 일이나 계약사항까지 관여할 수는 없다. 공사는 8월 6일 재개됐고, 순탄하게 진행 중”이라며 뒷짐만 지고 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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